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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의 연인’유지태 일과 사랑에 대한 담백한 고백

“김효진과의 커플 선언 후회한 적 없어… 자신의 감정과 행동 책임지지 못하는 게 더 촌스럽지 않나요”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조영철·홍중식·문형일 기자

2009. 01. 20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동안 강한 캐릭터를 주로 맡아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로 기우는 듯하던 그가 드라마를 통해 밝고 순수한 청년으로 돌아왔다. 작품 속에서는 서툴고 어눌하게 사랑표현을 하지만 실제 그는 동료 탤런트 김효진과 당당하고 쿨한 신세대식 사랑을 하는 중이다.

‘스타의 연인’유지태 일과 사랑에 대한 담백한 고백

유지태(33)는 시종일관 느릿한 말투와 진지한 눈빛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기자가 질문을 던지면 “제 생각입니다만…” 하고 겸손하게 운을 뗀 뒤 마치 강의를 하듯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고는 “이해하시겠죠?”라고 되물었다.
“저도 제 성격을 잘 모르겠어요. 살갑진 않지만 까칠하지도 않죠.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말투가 어눌하고 행동이 딱딱해서 그런지 오해를 많이 받아요. 예전에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했는데 이제는 신경 쓰지 않아요. 저만 아니면 그만이죠, 뭐.”
그는 자신을 ‘살갑지 않다’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친절하고 다정했다.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떠야 하는 그의 옷깃을 잡고 시간을 더 내달라고 요청하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던 그는 충분한 인터뷰 시간을 내주었다. 무엇보다 사람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고 싶어하는 성격 때문이다.
“물렁한 사람은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20대에 중요한 게 자세와 태도라면, 30대에는 열정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엔 연기만 잘해서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없잖아요. 앞으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한 가지 모습에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는 요즘 어느 때보다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데뷔 후 첫 드라마 출연작인 SBS ‘스타의 연인’을 촬영 중인 그의 평균 수면시간은 2~3시간. 그래도 그는 새로운 일에 도전한 자신의 모습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그동안 영화 출연만 고집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드라마와 영화라는 매체를 동시에 소화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죠. 제가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하자 선후배들이 ‘네가 대사 외우는 기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시스템이 달라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라며 걱정했어요. 드라마는 영화촬영을 할 때보다 시·공간의 제약을 많이 받지만 순발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게 강점이죠. 드라마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20부가 필요하니, 각기 다른 영화를 스무 편 연속으로 찍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효진은 속 깊은 친구, 결혼전제로 교제 중
‘스타의 연인’에서 톱스타 마리(최지우)와 사랑에 빠지는 국문과 대학강사 김철수 역을 맡은 그는 “당초 논리적이고 까칠한 인물이었는데, 내가 연기하면서 반듯하면서도 사랑에 서툴고 정이 많은 인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건달, 반항아 등을 맡으면서 악랄하고 무거운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아요. 특히 ‘올드보이’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죠(웃음). 실제로는 안 그래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웃고, 중요한 일을 얼렁뚱땅 넘기기도 하죠. ‘봄날은 간다’ 성공 이후 멜로영화를 계속 찍었다면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독립영화나 선 굵은 연기를 좋아해서 어려운 길을 택했어요. 그런데 문득 왜 억지로 눈과 어깨에 힘주고 똥폼을 잡고 있나,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분 차이를 뛰어넘는 남녀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가 대부분 신데렐라 스토리를 담고 있는 반면 ‘스타의 연인’은 남성들의 판타지를 그리고 있다. 하숙비도 내지 못할 만큼 가난한 남자주인공이 우연한 기회에 여배우의 책 대필 작업을 하면서 부와 사랑을 동시에 얻는 것. “리얼리티가 부족하지 않냐”고 묻자 그는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톱스타와 어떻게 만나서 어떤 사랑을 하고 갈등을 겪는지 개연성 있게 그리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스타의 연인’유지태 일과 사랑에 대한 담백한 고백

“저는 촬영 전 미리 설정을 하지 않아요. 설정은 배우만의 착각일 수 있거든요. 감독님과 스태프의 의견을 뒤로한 채 ‘나에게 모든 걸 맞춰!’ 하는 의미와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대사 외우고 김철수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가자는 생각만 하고 그냥 현장에 가요. 현장에서 소품 사고 의상 결정하면서 ‘유지태’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김철수’만 남기는 거죠.”
실제로도 그는 스타의 연인이다. 지난해부터 동료 탤런트 김효진(27)과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고 있는 것. 데이트할 시간이 없어 아쉽다는 그는 김효진을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고 아는 게 많은 친구”라고 표현한다.
“(효진이는) 속이 깊어요. 남모르게 좋은 일도 많이 하고요. 책이나 영화를 고르는 취향이 비슷하다는 점도 좋지만 배우로서의 열정이 크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의견이 엇갈릴 땐 싸우기보다는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두 사람은 연인 사이임을 공개한 뒤 유명 갤러리, 맛집 등을 찾아다니며 당당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그는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김효진을 위해 데이트할 때 고기 대신 생선을 먹는다고 한다. 최근 두 사람이 함께 시상식장과 지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면서 결혼설이 돌기도 했으나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나만 여자친구의 부모님께 인사드린 상태다. 결혼은 두 사람과 양가 부모님 모두 마음의 준비가 됐을 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자친구와 관련된 질문에 쑥스러워했다. 교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까.
‘스타의 연인’유지태 일과 사랑에 대한 담백한 고백

결혼보다는 먼저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유지태.


“전혀요.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책임지지 못하고 피하는 게 더 촌스럽지 않나요. 다만 사람들의 관심이 그 부분(결혼)에만 쏠려 부담스러워요. 아직은 서로 일에 몰두할 때고, 자기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감독·사회복지사업가… 다양한 꿈 이루기 위해 공부 중”
그는 연기뿐 아니라 연출, 시나리오 집필 등에도 관심이 많다. 중앙대에서 영상예술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지난 2003년 ‘자전거소년’을 시작으로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등 다수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그는 얼마 전 해외영화제에도 초청을 받았다. 그의 목표는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처럼 영향력 있는 배우 겸 감독이 되는 것이다.
“예전에는 ‘연기를 이해할 때쯤엔 이미 나이가 들어 주연을 못 맡을 것이다. 연기의 폭이 좁아지면 불행할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하며 초조해했어요. 요즘은 그럴 시간에 차라리 영화 한 편 더 보고 시나리오 하나를 더 읽죠. 공부도 그다지 잘하지 못했고 부족한 점이 많지만 계속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그것이 저를 증명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20대 때보다 어느 정도 저만의 연기론과 가치관이 생긴 지금이 더 좋아요.”
장편영화를 구상 중이라는 그는 “아직은 아마추어에 불과하지만 배우도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지태는 생활비를 아껴 영화 제작비로 쓰거나 기부금에 보탠다고 한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성장한 그는 아프고 가난한 사람, 힘없고 고통받는 여성에게 관심이 많다고. 현재 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에 재학 중인 그는 오래전부터 ‘아름다운 재단’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한달에 한번씩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형편이 어려워 다양한 문화를 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문화복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는 3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 노인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훗날 보육원, 노인병원 같은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모든 이와 함께 웃고 울고, 그들에게 삶의 희망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젠가는 인기가 떨어지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겠지만 벌써부터 걱정하진 않을 겁니다. 돈, 명예와 바꿀 수 없는 이 짜릿한 쾌감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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