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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억원 규모 ‘귀족계’ 다복회 사건 전말

연예인, 정·재·법조계 사모님이 상당수!

글·김유림 기자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8. 12. 18

지난 10월 말 현대판 귀족 부인들의 모임이 세상에 알려졌다. 2천억원대의 곗돈을 운용하던 계주 윤모씨가 잠적하자 두 명의 계원이 경찰에 윤씨를 고소하면서 강남 부유층 계모임인 ‘다복회’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연예인과 정·재계 인물의 부인, 법조계 사모님이 대거 포함돼 있는 ‘다복회’의 실체를 취재했다.

2천억원 규모 ‘귀족계’ 다복회 사건 전말

‘다복회’ 계주 윤모씨가 구속되자 피해 계원들은 윤씨가 운영해오던 강남 고급 식당에 모여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계원들의 경제적 수준을 말해주듯 식당 주차장에 고급 승용차가 즐비하다.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서 벌어진 ‘곗돈 사기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떠들썩하다. 사건의 진원지는 일명 ‘귀족계’로 불리는 ‘다복회’. 지난 10월 말 계주 윤모씨(52)가 잠적하면서 모임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자신의 순번에 곗돈을 타지 못한 계원 두 명이 경찰에 계주 윤씨를 사기 및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 다복회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곗돈 규모가 어마어마한데다 연예인 및 부유층 여성들이 모임의 주축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강남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다복회’ 계원 숫자는 3백여 명이며 이들 가운데는 연예인 4~5명이 포함돼 있다. 정·재계 인물 부인, 고위 장성과 판사·의사 부인도 다수라고.
경찰은 지난 11월14일 계주 윤씨를 구속한 데 이어 ‘다복회’ 경리 윤모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공동계주 박모씨와 총무 김모씨, 경리과장 장모씨 등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계주 윤씨는 90년대 후반 강남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친분을 쌓은 부유층 안주인들을 대상으로 2002년부터 계모임을 조직했다. 점조직으로 운영하며 서로의 신분을 철저하게 감춰줌으로써 재력가 부인들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을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높은 수익률. 지난 2005년부터 계모임에 참석한 한 계원은 26개월간 6천여만원을 내고 1억원을 타갔다고 한다.
윤씨는 번호계와 낙찰계 등 2가지 방식으로 계를 운영해왔다. 낙찰계는 받을 돈을 경매방식으로 적어내는 것이고, 번호계는 정해진 순번에 따라 납부액이 달라지는 방식. 윤씨가 조성한 계는 총 1백20여 개로 대부분 낙찰계로 진행됐으며 한 팀에 11명, 21명, 26명씩 다양하게 구성됐다고 한다. 매달 7~27일까지 주말만 빼고 매일 계모임이 열렸고, 하루에 4~5개의 계가 한꺼번에 열리는 날도 있었다고.
경찰이 밝힌 총 운영자금은 ‘2천2백억원’으로 계원들은 매달 2백50만~2천5백만원씩 부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계원에게는 금색으로 ‘다복회, 부자되세요’라고 적힌 ‘빨간수첩’이 제공됐는데, 이 수첩은 강남 부유층 여성 사이에서는 ‘신분의 상징’으로 인식돼왔다고.

경제적 수준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돈도 불리고 싶어하는 상류층 여성들의 심리 이용
계 파탄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주 윤씨는 2006년 중순부터 자금운영에 차질을 빚기 시작하면서 고리의 사채를 끌어들여 미수금 ‘돌려막기’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경찰에서 사채 원금이 2백억원, 이자로 지급된 돈은 3백억원에 이른다고 진술했다.
한편 피해 계원들은 윤씨가 자금난을 겪고 있음에도 계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곗돈을 탄 뒤 다른 계에 다시 붓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계원은 “윤씨는 새 계원을 데리고 오는 계원에게 1인당 5백만원과 명품 시계, 의류 등을 주는 일종의 다단계식 계원 모집방법도 활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씨는 “내가 선물을 받으면 받았지, 시계나 반지 사줘가면서 모집한 적은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고.
피해 계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도 윤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비대위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임윤태 변호사는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계원은 1백14명이며 가장 큰 피해 금액은 12억1천여만원이고 최소액은 1천5백만원, 총 피해액은 3백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피해 계원 중 한 명은 “윤씨는 측근의 낙찰 순서를 앞에다 놓고, 중간에는 가공의 인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곗돈을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계원 21명 중 실제 계원은 1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정원은 자신의 지인이나 아예 없는 인물을 채워 넣었다는 것. 계원들은 윤씨가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와 보석을 사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천억원 규모 ‘귀족계’ 다복회 사건 전말

윤씨가 최근 공동 계주인 박모씨와 함께 한 철강회사를 인수하려고 중도금을 지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윤씨는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그동안 계를 꾸려갈 수 있었던 건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돈도 불리고 싶어하는’ 상류층 여성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계원은 “부잣집 여자들은 집에만 있으면 외롭다. 예쁜 옷 입고 나가 점심도 먹고 친구도 사귀고 싶어한다. 게다가 돈까지 불리면 다다익선 아니겠나. 윤씨는 핵심 멤버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골프모임을 가지곤 했다”고 전했다.
다복회 사건은 윤씨가 구속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1월20일 검찰에 송치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경찰수사 결과를 토대로 윤씨에 대한 직접 조사를 벌여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귀족계’. 극도의 경기불황으로 소시민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는 요즘, ‘부익부 빈익빈’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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