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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개월, ‘예비엄마’ 전도연 프라이버시 인터뷰

글·김수정 기자 / 사진·문형일 현일수 기자, KGTCR 제공

2008. 10. 21

지난해 아홉 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한 전도연이 엄마가 된다. 새 영화 '멋진 하루'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가 들려준 예비엄마로 사는 일상과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후 달라진 인생 이야기.

임신 6개월, ‘예비엄마’ 전도연 프라이버시 인터뷰

전도연과 남편 강시규씨. 전도연은 레이서로도 활동하는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종종 레이싱 경기를 보러 간다고 한다.


전도연(35)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임신 6개월째에 접어든 것. 지난해 3월 아홉 살 연상의 사업가 강시규씨(44)와 결혼한 그는 아이를 갖기 위해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왔다고 한다.
“5개월 때까지는 잠이 쏟아지기만 할 뿐 몸의 변화가 크지 않았는데, 배가 나오기 시작하니까 엄마가 된다는 실감이 나요. 배우다 보니 몸의 변화가 신경 쓰이지만 그보다 엄마가 되는 기쁨과 설렘이 더 커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지만, 기왕이면 딸을 낳아 훗날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기왕이면 딸 낳아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영화 ‘멋진 하루’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첫 출연작이라는 점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동안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미모는 타고났어요(웃음). 실은… 화장발이에요~”라고 말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멋진 하루’는 일본소설을 원작으로 한 멜로영화로, 1년 만에 재회하는 옛 연인의 하루를 그린다. 전도연은 이 영화에서 직장도, 애인도 없지만 깐깐하고 자존심 센 노처녀 희수를 맡았다. 희수는 무의미한 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옛 애인 병운(하정우)을 떠올리고, 그에게 떼인 돈 3백50만원을 받기 위해 무작정 병운을 찾아간다.
임신 6개월, ‘예비엄마’ 전도연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는 “남편이 영화 예고편을 보더니 ‘까칠한 극중 캐릭터가 실제 네 모습과 닮았다’며 놀렸다. 약간 까칠한 면이 있지만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라며 웃었다.
“영화에서처럼 헤어진 연인과 다시 시작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잠시 대답하기를 주저하던 그는 곧 코를 찡긋거리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사람이야 누구나 있지 않나요(웃음). 저 역시 우연히라도 마주쳤을 때 ‘어머, 잘 지냈어요?’ 하고 묻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영화와 달리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그는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을 그리다 보니 조금씩 변하는 여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밀양’을 촬영하던 중 ‘멋진 하루’ 출연 제의를 받고 원작소설을 읽었는데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얼마 뒤 시나리오로 각색된 작품을 읽고는 작품에 빠져들어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죠. 원래 한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에는 차기작을 결정하지는 않는데 이번만큼은 예외였어요.”
‘밀양’은 그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겨준 동시에 상당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사실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뒤 어깨가 많이 무거웠어요. ‘아, 좋아~’ 하면서 그 기분을 마음껏 즐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마다 영화제는 이벤트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다스렸죠. 여우주연상을 받기 전에 이 작품을 선택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미리 결정짓지 않았다면 지금껏 작품을 선택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을 테니까요.”

외국어 연기 자신 없어 칸영화제 수상 후에도 해외진출 생각 안해
사람들은 칸영화제 이후 그가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기도 했다. 그는 “수상 이후 해외에서든 국내에서든 시나리오를 쌓아놓고 행복한 고민에 빠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상 전이나 후나 별로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사실 해외에서 몇 번 영화 출연 제의를 했는데,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 해외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어요. 우리나라 말로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하기도 벅찬데, 외국어로 감정을 표현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어요. 예전에 송강호씨와 그와 관련된 얘기를 진지하게 나눈 적이 있는데 둘 다 ‘자신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이후에는 그런 말을 꺼내지도 않았죠.”
그는 “부담을 느낄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한 번도 촬영장에 지각한 적이 없고, 스태프나 상대배우의 촬영준비 과정과 동선까지 꼼꼼하게 살폈다고. 그는 “연기하면서 최대한 ‘밀양’을 잊으려 노력했고, 희수에게 완전히 빠져들 때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임신 6개월, ‘예비엄마’ 전도연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는 희수의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신경 썼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짙은 아이섀도로 눈매를 강조한 스모키 메이크업이다.
“자존심이 세고 깐깐한 여자가 어떤 모습으로 옛 애인을 찾아갈까 고민했어요. 희수가 직장이 없는 백수라서 노메이크업을 하려고 했는데, 어떤 분이 스모키 메이크업을 권했고 그 순간 ‘아, 그거야!’ 하고 맞장구쳤어요. 여자에게 화장은 껍질과 같아요. 감정을 숨길 수 있는 도구고, ‘이 정도쯤은 문제없어. 난 정말 괜찮아’ 하고 거짓말할 수 있는 일종의 무기죠.”
그에게 혹시 희수와 비슷한 점이 있냐고 묻자 “희수는 비록 백수지만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하루를 보낸다. 나 역시 희수처럼 치열하게, 프로페셔널하게 산다. 그렇지 않은 나 자신은 용납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일 욕심이 많기로 소문나 있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일이 인생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평생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하며 살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종영한 드라마 ‘온에어’에 카메오로 출연해 극중 배우 지망생에게 “나처럼 되고 싶니? 나처럼 되는 건 쉬워. 남들이 너처럼 되고 싶게 만드는 게 어렵지”라고 말한 부분은 단지 극중 장면에 그치지 않고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칸영화제 참석 등 각종 행사로 정신없이 지냈고, 쉴 틈도 없이 다시 새 영화를 촬영한다며 바쁘게 지냈는데 그때마다 묵묵히 지켜봐주고 응원해준 남편에게 고마워요. 남편은 든든한 후원자이자 기둥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사람이에요.”
결혼 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슈퍼맨 복장을 한 남편을 공개하며 ‘슈퍼맨, 나만의…’라는 말을 남기기도 한 그는 “결혼을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가끔씩 자잘한 부부싸움을 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남편의 단점이 아닌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게 되더라는 것. “결혼에 대한 판타지가 없었다”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부부들처럼 현실적으로 살고 있고,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상대와의 싸움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순간을 잘 극복하면 더 지혜로운 여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신 6개월, ‘예비엄마’ 전도연 프라이버시 인터뷰

남편은 든든한 후원자이자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감 커지는 사람
“배우로서, 주부로서, 자식으로서의 일을 다 잘하고 싶다”는 그는 아무리 바빠도 청소와 빨래 등을 직접 챙긴다고 한다. 시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루 일정을 모두 비울 정도로 며느리 역할에도 열심이라고.
그는 요즘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년 2월 출산하는 그는 여전히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태아를 위해 평소보다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특별한 태교법은 없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하고 입에 맞는 음식을 찾아 먹죠. 클래식 음악 감상이나 독서는 제 체질에 맞지 않는 태교법인 것 같아요. 아이가 나중에 엄마의 실체를 알고 실망하면 어떡하나 걱정될 정도예요(웃음).”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도연은 “30년 후 내 아이 결혼에 앞서 상견례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아들이면 며느리고, 딸이면 사위인데, 착한 배필을 데려오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하나 하는 잡다한 상상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의 시어머니는 외며느리인 그를 ‘우리 도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임신 소식을 들은 직후 “조만간 할머니가 된다”며 지인들에게 자랑했다고. 전도연을 영화배우가 아닌 평범한 며느리로 생각한다는 시어머니는 평소 그의 건강을 직접 챙기는 등 딸처럼 아낀다고 한다. 전도연이 칸영화제 수상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집에 쌀이 떨어져 결혼 후 남편에게 처음 해준 요리가 샐러드였다”며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시어머니는 그의 말이 진짜인 줄 알고 다음 날 신혼집에 쌀 한 가마니를 보냈다고 한다.
“시부모님이 임신한 후 더 세심하게 챙겨주세요. 이번 추석 때 시집에 갔는데 ‘너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쉬라’고 신신당부하시더라고요.”
영화 개봉과 함께 기쁜 소식을 잇달아 맞이하고 있는 그가 엄마로서의 행복도 누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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