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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18

쌍둥이와 함께~ 신나는 동물원 나들이

기획·권소희 기자 / 글·조인직‘동아일보 산업부 기자’ / 사진·문형일 기자 || ■ 일러스트·최은영

2008. 06. 12

쌍둥이와 함께~ 신나는 동물원 나들이

유정·민정이는 세 돌이 지나면서 키도 부쩍 크고 말도 많이 늘었다. 어떨 때는 ‘이제 다 컸네’ 싶을 때가 있는 반면, 또 어떨 때는 ‘진짜로 아직 아기는 아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들이 TV 프로그램이나 DVD 타이틀을 보고 있을 때다. 주인공이 동물인 경우가 많아선지 아이들이 동물을 대하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심지어 민정이는 신데렐라에 나오는 못된 고양이(계모의 사랑을 받는)가 브라운관에 등장하면 소파에 있는 쿠션을 집어다가 화면을 치기도 한다. 유정이는 ‘곰돌이 푸’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TV를 볼 때마다 “푸~”를 연발한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사람과 동물을 매우 유사한 생물체이자 인격체로 느끼는 것 같다. 하긴 사자·호랑이·강아지는 기본이고 고릴라·망아지·참새·부엉이 등 셀 수 없이 많은 동물들이 사람과 똑같이 말하고 행동하는 TV 속 동물들을 두고 마치 사람을 대하듯 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이렇게 아이들이 동물에게 친밀감을 갖고 있다면 동물들과의 ‘오프라인 상호작용’도 한번쯤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동물’과의 대면식을 위해 가볼만한 곳은 어디일까.
쌍둥이와 함께~ 신나는 동물원 나들이

서로 솜사탕을 먹여주는 유정·민정이.(좌) 토끼에게 인사하는 쌍둥이 자매.(우)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동물원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 의외로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던 곳이라면 경기도 과천시의 서울대공원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장미꽃밭과 붙어 있는 ‘어린이동물원’은 한 바퀴만 쉬엄쉬엄 돌아도 반나절은 충분히 지나간다.
이곳 어린이 동물원의 장점은 일단 저렴한 입장료. 어른 3천원만 내면 유아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토끼, 양, 아기돼지, 젖소, 미니원숭이 같은 온순한 동물들이 많이 있는 것도 좋다. 특히 유정·민정이는 영상 속에 나오는 사자·호랑이·독수리 같은 동물들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거부감을 없애주고, ‘동물은 친구’라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심어줄 수 있다.
동물들이 온순해서 그런지 칸막이도 낮고, 우리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잠깐의 순간이지만 살아 있는 동물과 사귀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부모의 즐거움이다. “유정아, ‘토끼야 안녕 해봐’”라고 말을 건네면 유정이도 얼른 “안녕”을 하고, 헤어질 때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빠이빠이”를 해댄다.

쌍둥이와 함께~ 신나는 동물원 나들이

양을 보며 눈을 떼지 못하는 유정이와 민정이.(좌) 유정이와 함께 비누방울 놀이를 즐기는 조인직 기자.(우)


양들에게는 짚단을 직접 집어주며 “양들아 먹어봐” 하고 말해볼 수도 있다. “이리 와봐~”라고 부르는데 외면하는 동물들이 있으면 아이들도 약이 오르는지 자기 쪽을 쳐다볼 때까지 불러댄다.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면 목젖도 자주 흔들고 눈도 치켜떴다가 하품도 하는 등 의외로 표정이 다양한데, 부모 입장에서 이런 리얼한 장면들을 보다가 ‘진짜 동물과 대화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나름대로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있어 집에서 본 만화영화 속 주인공들과 연결하면 설명해주기도 편하다. 자그마한 조랑말은 ‘슈렉’에 나오는 당나귀 ‘돈키’를 빼다 박았고, 기니피그는 요즘 유정·민정이가 하루에 두 번씩 꼭 보는 ‘돼지 삼형제’ 주인공들과 판박이다. ‘라마’라는 동물은 ‘알라딘’에서 본 낙타와 똑같이 생겼다. 익숙한 캐릭터, 그러나 만화와는 조금 다른 동물들의 모습이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돼지는 포동포동하다’는 건 맞지만 분홍색 피부는 아니고 갈색이다”라던가 “실제로 보면 퀴퀴한 냄새가 난다” 같은 말들도 해주면 아이들이 더 유심히 쳐다보는 것 같다.

쌍둥이와 함께~ 신나는 동물원 나들이

코끼리열차를 타고 동물원 가는 길.(좌) 동물원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기 좋다.(우)


동물 보고 난 뒤에는 뛰놀며 추억 만들기
어린이동물원 옆으로는 꽃밭이 붙어 있다. ‘장미원’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데, 알록달록한 꽃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안성맞춤이다. 시간 차를 두고 이쪽저쪽에서 물이 하늘 높이 뿜어져 나오는 분수도 있어서 아이들이 좋다고 비명을 지른다. 동물원에 이어 식물원까지 섭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잔디밭 꽃밭에서 그냥 뛰어놀기 심심해 보이면 어린이동물원 인근 매장에서 비누거품세트를 하나씩 사서 줄 수도 있다. 수많은 방울방울이 형형색색 자연을 무대로 영글어 오르면,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방울이 터질 때까지 시선을 고정시킨다. 바로 이때 사진기를 들이대면 초점이 빗나갈 염려가 없을 뿐 아니라 자연스러우면서 순진해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을 생동감 있게 담아낼 수 있다.
동물원에 한번 다녀오면 집에서도 동물원에 대한 기억을 여러 번 써먹을 수 있다. 비디오 보다가, 동화책 보다가 비슷한 동물이 나오면 “지난번에 엄마 아빠랑 같이 먹이 줬던 그 토끼랑 똑같이 생겼다, 그치?”라고 말하면 아이들도 “맞아 맞아” 하면서 맞장구를 친다. 마트나 놀이터를 아무리 자주 다녀도, 외식을 아무리 많이 해도 아이들에게 ‘임팩트 있는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기는 쉽지 않은데, 동물원은 동물친구들이 매개가 된 덕분인지 ‘기억의 강도’가 센 것 같다.
그뿐인가. 아이들 핑계로 가긴 했지만 구체적인 만족감은 어른들이 더 느낄 수도 있다. 어릴 때는 눈에 잘 안 들어오던, 혹은 의미를 되새겨볼 여지가 없었던 장면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기 양들에게 슬며시 먹잇감을 던져주는 엄마 양, 아기들 볼을 핥아주면서 슬슬 장난질을 거는 듯한 아빠 돼지의 정감 어린 모습 등등(덩치와 외양으로 가족 서열을 짐작해볼 뿐이지만…).
참, 어린이동물원에 갈 때는 유모차를 갖고가는 게 좋다. 서울대공원 입구에서부터 걸어가려면 500m 이상 걸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동물을 보기도 전에 지칠 가능성이 있다. 정문 앞에서 코끼리열차를 타는 것도 방법이다.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정치부·경제부·사회부·신동아팀 등에서 8년여 간 일했으며 현재는 산업부에 재직 중이다. 2002년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 딸 유정·민정이를 낳았다. 이제 세 돌이 지난 쌍둥이 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만점짜리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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