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Celeb 아름다움 찾아 떠나는 여행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과 천년의 사랑을 품고 있는 곳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입력 2008.03.11 16:03:00

경북 영주 부석사는 7세기에 창건된 1천3백 년 역사의 고찰이다. 우리 전통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무량수전 등 아름다운 건축물과 다양한 옛이야기를 품고 있는 부석사로 떠나보자.
부석사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에 이르는 길은 가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 산책로로 손꼽히는 곳이다. 그 옆으로는 봄마다 흰 사과나무 꽃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과수원이 있다. 마치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듯, 한 갈래로 뻗어 있는 길을 따라 ‘태백산 부석사’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지나자 천왕문 너머로 가파른 계단길이 시작된다.
불교 교리의 상징체계를 건축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이곳의 108계단은 범종루와 안양루를 지나 무량수전까지 이어진다. 한 단 한 단 돌계단을 오를 때마다 저잣거리의 고통과 번뇌의 때를 벗어내고 나면 마침내 극락정토의 세계를 상징하는 무량수전에 이르게 되는 것. 그러나 부석사 종교 건축에 담긴 깊은 뜻을 다 몰라도 상관없다. 턱이 높은 계단을 한 단씩 오르다가 자신도 모르는 새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면, 멈춰 설 때마다 달라지는 경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양루 누각 바닥 밑으로 나 있는 계단 앞에 서서 가쁜 숨을 고른다. 건물인 동시에 통로인 누각 중간 계단을 오르려면 고개를 한껏 쳐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 두 눈을 하늘로 향한 순간 날아갈 듯 날개를 펼친 기와 처마가 눈 안에 가득 담긴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파도 고개를 치켜들고 저 높은 곳의 아름다움을 봐야 하는 곳, 그곳이 바로 부석사 돌계단 길이다.
안양루 누각은 다시 평지로 이어지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면 부석사의 하이라이트,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만나게 된다. 돌계단을 올라오며 몸에 밴 습관대로 무량수전 기둥 앞에서 고개를 돌리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발아래로 보이는 경내 건물 지붕 너머로 태백산맥 봉우리가 겹겹이 파도치는 장관이다. 바로 이 풍광을 보고 방랑시인 김삿갓은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을 볼까”라는 시를 남겼고,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은 “태백산맥 전체가 무량수전의 앞마당”이라고 감탄했다.

불교 철학과 단순한 건축미가 어우러진 부석사 무량수전의 아름다움
부석사

무량수전 기둥 앞에서 돌아서면 태백산맥과 경내 건물들이 어우러진 절경을 볼 수 있다.(위) 통일신라시대 건립된 보물 제249호 부석사 삼층석탑.(아래)


이제 눈을 돌려 무량수전을 본다. 여느 절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창살이 없고, 단청은 긴 세월에 다 씻겨나갔는지 헐벗은 나무색 그대로다. 하지만 세월의 연륜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갈라터진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기둥이 간결하면서도 기품 있는 팔작지붕을 떠받들고 있는 그 단순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이 무량수전을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최고봉으로 올려놓았다.
무량수전 옆으로는 부석사의 이름이 유래된 ‘떠 있는 돌’, 부석(浮石)이 보인다. 부석사를 창건한 신라시대 고승 의상대사를 사모한 당나라 여인 선묘의 전설이 서린 돌이다. 선묘는 유학차 당나라에 들른 의상을 흠모했지만, 자신의 사랑을 승려인 그에게 전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신 그가 귀국길에 오를 때 바다에 몸을 던져 용으로 변한 뒤 그의 뱃길을 지켰다. 용이 된 선묘는 의상대사가 이곳 봉황산에 절을 세우려다 반대하는 이들과 부딪히게 되자, 큰 바위를 공중으로 던져올려 의상이 뜻을 이루게 돕기도 했다. 그 후 선묘는 석룡이 돼 무량수전 밑에 묻혀 부석사의 수호신이 됐다고 한다.
부석사가 세월을 거슬러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건 이루지 못한 사랑을 천년의 신화로 꽃피운 여인의 간절하고 지고지순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못다 이룬 사랑의 추억은 여기 부석사에서 세월도 죽음도 뛰어넘는 전설이 돼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새겨지고 있다.
문의 054-633-3464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 시외버스를 이용해 경북 영주까지 가거나 중앙선 열차를 이용해 경북 풍기·영주에서 내린 뒤 영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부석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터미널에서 부석사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승용차 : 경부고속도로는 신갈 IC, 중부고속도로는 호법IC 방향으로 가다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남원주I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나간다. 풍기IC에서 부석사 방향으로 들어가면 된다.

여성동아 2008년 3월 531호
Celeb 목록보기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