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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한은희 강추! 가족여행지

경남 남해

계단식으로 이어진 다랭이논, 제철 맞은 멸치 보며 봄의 아름다움에 취해요~

기획·이한경 기자 / 글 & 사진·한은희‘여행작가’

2007. 05. 16

5월 반도의 남쪽은 온통 푸름으로 넘실댄다. 들녘의 보리와 마늘이 싹을 틔우고 자라 논밭을 푸르게 하고 나무들이 새로운 잎을 내어 단장을 마치기 때문. 보기만 해도 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경남 남해로 떠나보자. 첫째 날 점심-창선·삼천포대교-지족리 죽방렴 체험장-물건방조어부림-해오름예술촌-독일마을-편백자연휴양림 저녁식사 및 숙박 둘째 날 나비생태관-미조항-점심-용문사-가천 다랭이마을-귀가

경남 남해

경남 남해군을 감싸고 흐르는 바다는 유난히 물살이 거세 우리 선조들은 죽방렴이라는 색다른 형태의 어업을 발전시켜야 했다. 육지 또한 척박해 밭을 일구려면 수많은 돌부터 먼저 골라내야 하고, 산비탈이 가팔라 비탈을 따라 손바닥만 한 논을 이어 붙여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자연환경은 남해 사람들을 부지런하게 만들었고 관광자원 개발에도 앞장서게 했다. 최근에는 나비생태관까지 문을 열어 1박2일의 일정이 짧게 느껴질 만큼 볼거리가 풍성한 고장이 됐다.

첫째날

전통 방식으로 고기잡이를 하는 곳, 지족해협
남해군은 본 섬과 80여 개의 부속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본 섬은 육지와, 창선도는 본 섬과 다리로 연결돼 있지만 그 두 곳을 제외한 섬으로 건너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이것이 남해가 육지처럼 거대한 섬이면서도 뱃길이 여전히 살아 있는 이유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남해에서는 어업이 발달해 많은 배가 드나드는데 바다 아무데서나 배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살이 빠르고 험한 곳에서는 배로 조업을 할 수 없기 때문. 이런 곳에서는 배보다 더 안전하게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빠른 물살의 흐름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전통 함정어구 죽방렴을 사용하는 것.

경남 남해

나무로 엮어 만든 어살로 물고기를 잡는 전통 조업방식인 죽방렴.(좌) 약 3백50년 전에 조성된 물건방조어부림에는 높이 10~15m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우)


여행이 시작되는 창선·삼천포대교 아래 지족해협 가득 부챗살처럼 팔을 벌리고 있는 것이 바로 죽방렴이다. 전통 함정어구에는 돌을 쌓아 만드는 독살과 나무로 엮어 만든 어살이 있다. 이곳의 어살은 대나무로 엮어 만들어 ‘대나무어사리’라고 부른다. 높이 10m 정도 되는 참나무를 V자 형태로 갯벌에 깊이 박아 기둥을 세우고 그곳에 대나무로 엮은 발을 둘러 그물을 완성시킨 것. 이때 V자의 끝 부분을 둥글게 만들어 물고기들이 들어와 자랄 수 있는 어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둥근 부분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고기 들어오는 문과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다.
창선대교 위에서도 죽방렴을 잘 볼 수 있지만 차량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어서 위험하니 안전하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삼동면 지족리 죽방렴 체험장으로 가자. 고기잡이를 위해 그물을 손질하며 올해의 고기농사를 준비하는 어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대전~통영고속도로 사천분기점에서 하동 방향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사천IC로 내려와 직진.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남해로 진입. 창선도와 남해 본 섬을 잇는 창선대교를 건너면 삼동면 지족리 죽방렴 체험장 이정표가 나온다.

나무의 초록그늘이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곳, 물건방조어부림
물건리 마을 해안을 둥글게 감싸고 자라는 물건방조어부림은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길이 1.5km, 폭 30m의 마을 숲이다. 약 3백50년 전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이 숲의 역할은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것. 숲의 짙은 녹색 그늘이 바다에 드리우면 고기들이 깊은 바다로 착각하고 모여든다는 얘기다. 조선시대 실제로 물고기가 많이 모여들어 고기를 잡을 수 있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지금처럼 조선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물고기를 바닷가로 불러들이는 방법을 선택한 것.
이 숲이 물고기를 불러들이는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거센 파도와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방풍림 역할도 하는 것. 이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1백여 년 전, 마을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내다 판 후 거센 파도와 폭풍우를 만나 막대한 피해를 입은 뒤로는 지금까지 한 그루의 나무도 함부로 베는 일 없이 마을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숲 속으로 들어가면 나무마다 이름표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은 송악·마삭줄 등의 상록 덩굴들과 때죽나무, 상수리나무, 참느릅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등 이름조차 생소한 갖가지 나무 1만여 그루. 높이 10~15m의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어부림을 나오면 물건해안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작은 자갈로 이루어진 몽돌해안이다. 때문에 파도가 들고날 때마다 차르륵 차르륵 자갈소리를 낸다.
찾아가는 길 죽방렴 체험장을 나와 3번 국도를 따라 미조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물건리가 나온다. 물건리 언덕 위에 차를 세우면 길 왼쪽 아래 마을 해안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숲이 보인다. 그곳이 물건방조어부림이다. 어부림 입구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경남 남해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주요 촬영무대였던 독일마을.(좌) 알공예, 칠보공예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해오름예술촌.(우)


이국적인 체험공간, 독일마을과 해오름예술촌
삼동면 물건리 마을 뒷산에는 이국적인 체험공간이 있다. 1960년대 독일로 건너갔던 광부와 간호사들이 돌아와 정착한 독일마을이다. 오랜 시간 생활했던 독일의 집과 생활도구들을 고스란히 옮겨와 독일의 어느 시골마을이라 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올초 인기리에 방영된 MBC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에서는 ‘구텐베르크’ ‘노이슈반쉬타인’ ‘함부르크’ 등으로 이름 지어진 집에서 민박을 할 수도 있다. 민박 예약정보는 독일마을 홈페이지(http://german village.net)에서 알 수 있다.
독일마을이 있는 산 중턱 도로변에 자리한 해오름예술촌은 독일마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남해 창선고 교사였던 촌장 정금호씨가 큰딸 내외와 함께 40년 된 옛 물건초등학교의 낡은 건물을 나무와 흙을 이용해 5년 동안 개조해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초록창문과 뾰족지붕을 가진 독일식 건물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 때문에 이곳에 들어서면 1천여 평의 대숲 뒤로 이어지는 독일마을에 들어선 듯하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체험에서도 유럽풍이 느껴진다. 알공예를 할 수 있기 때문. 부활절에 주고받는 알에 문양을 넣어 장식하던 것에서 시작된 알공예에 사용되는 것은 타조알과 오리알, 달걀, 메추리알 등 모든 종류의 알껍데기다. 내용물을 꺼내고 난 후 알이 잘 깨지지 않도록 내부를 보강하는 것이 첫 단계. 그 다음 알 위에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 굽기에 사용되는 전사지를 붙여 코팅처리하면 끝. 좀 더 화려하게 만들고 싶다면 그 위에 보석장식을 하거나 장식용 받침을 사용하면 된다. 주로 이쑤시개 통이나 보석함을 만든다. 이 밖에 도예, 칠보공예, 천연염색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해오름예술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관한다. 체험을 하지 않아도 미술관, 쉼터나 다실, 와인문화관을 돌아볼 수 있으며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체험은 종류별로 약 1~2시간이 걸린다. 체험비용은 1인당 1만원 선. 문의 및 예약 055-867-0706 www.sunupart.co.kr
찾아가는 길 물건방조어부림에서 올라와 미조 방향으로 조금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해오름예술촌이 보인다. 물건리 버스정류장 오른쪽이 독일마을 올라가는 길이다. 이정표를 따라갈 것.

경남 남해

나비들은 유리온실 안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들에서 영양을 공급받는다.(좌) 자연상태에서 날아다니는 나비 1천여 마리를 볼 수 있는 나비생태관.(가운데 위)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용문사(가운데 아래) 가천 다랭이마을의 또 하나의 명물인 암수미륵바위. 왼쪽이 숫바위, 오른편에 누워 있는 것이 암바위다.(오른쪽)


둘째날
나비의 한살이를 살펴볼 수 있는 곳, 나비생태관
삼동면 봉화리 편백자연휴양림 입구에 자리한 나비생태관은 지난해 10월 완공돼 최근 정식으로 개장했다. 나비 모양으로 지어진 전시관은 나비전시관인 1전시관과 곤충전시관인 2전시관, 살아 있는 나비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온실 등으로 이루어졌다.
맨 처음 입구로 들어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나비의 한살이와 나비 몸의 구조 등이 눈앞에 펼쳐지고 살아 있는 나비 1천여 마리가 날아다니는 온실로 길이 이어진다. 온실 안은 소철, 고무나무, 작은 연못 등으로 꾸며져 잘 가꿔진 작은 정원을 연상시킨다. 이 온실에서 만날 수 있는 나비의 종류는 모두 10종. 날개 끝에 검은 무늬가 있는 암끝검은표범나비, 꽃잎처럼 노란 날개를 가진 남방노랑나비, 제비꼬리처럼 우아한 꼬리를 가진 남방제비나비, 호랑이무늬 날개를 가진 호랑나비 등이 서식하는 것. 이 나비들은 유리온실 안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들에서 영양을 공급받는다. 나비는 전시관 사육장에서 길러 온실에 풀어놓는다.
입장료는 어른 1천원, 어린이 6백원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 055-864-7619
찾아가는 길 물건리에서 삼동면으로 되돌아나오다 삼동초등학교 못미처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봉화삼거리가 나온다. 그곳에서 나비생태관과 편백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따라 갈 것.

남해안 제일의 드라이브코스, 물미해안도로
삼동면 물건리에서 시작돼 미조면 초전리까지 이어지는 3번 국도는 남해안 최고의 해안 드라이브코스.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해안가에 자리한 포구마을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다가선다. 마을뿐 아니다. 물건~은점~대지포~노구~가인포~항도~초전으로 이어지는 마을 사이사이 깎아지른 벼랑과 기기묘묘한 바위들, 그리고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자리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삼동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바다를 왼쪽에 끼고 달리면 물미해안도로의 종점인 초전 삼거리가 나온다. 그곳에서 미조항 방향으로 좌회전해 내려가면 된다.

신라시대 창건된 사찰, 용문사
남해군 이동면에 자리한 호구산 용문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미륵이 세상에 내려와 가장 처음 몸을 씻었다고 전해지는 용소마을 위쪽 호구산 계곡에 자리하고 있어 사찰로 오르는 동안 보이는 풍경도 아름답다. 용문사에는 수많은 용 조각이 새겨진 대웅전을 비롯해 화강암으로 된 고려시대 용문사 석불, 조선 인조 때 시인 촌은 유희경의 촌은집책판 52권, 천왕각, 명부전 등 다양한 문화재가 있는데 특히 천왕각의 사천왕상은 양반과 탐관오리를 짓밟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찾아가는 길 미조항을 출발해 초전 삼거리에서 좌회전. 19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이동면 신전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024번 지방도를 따라 남면 방향으로 들어간다. 약 1.7km 지점이 용소리. 길 오른쪽으로 용문사 오르는 이정표가 있다.

손바닥만 한 논밭을 가꾸는 곳, 가천 다랭이마을
초록 논배미가 계단을 이루며 산으로 이어지는 곳. 마치 하늘까지 이어질 듯한 이 논밭을 남해사람들은 ‘다랭이논(올바른 표기법은 ‘다랑논’이다)’이라고 부른다. 남해군 어디에서나 해안가에서는 이 다랭이논을 찾아볼 수 있지만 다랭이논을 마을 이름으로 붙여 부르는 곳은 남면의 가천 다랭이마을뿐이다.
이곳은 설흘산이 바다로 내달리는 45도의 가파른 경사면에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살기도 힘든 지형에 농사를 짓기 위해 가파른 산자락을 조금씩 개간해 계단식 논으로 만든 것이 지금의 다랭이논인 것. 그 층수만도 100층이 넘는다. 이처럼 가파른 경사면에 논과 밭을 만든 것은 다랭이마을이 기암절벽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어 배가 드나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다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환경이니 생계를 위해 다랭이논이라도 만들어야 했던 것. 논 중에는 불과 1~2평 크기의 작은 논도 있다. 이처럼 작은 논을 이곳에선 ‘삿갓배미’라고 부른다. 옛날에 한 농부가 일을 하다 자신의 논을 세어보니 아무리 세어도 한 배미가 부족해 찾고 또 찾다 포기하고 집에 가려 일어서 삿갓을 들어보니 그 아래 논 한배미가 숨어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다랭이논의 농사는 농기계를 사용하기 어려운 곳이 많아 소가 쟁기를 끌어 밭을 갈고 손으로 모를 심는다.
이 마을에는 다랭이논 이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있다. 바로 암수미륵바위다. 도로에서 다랭이논을 따라 바닷가로 이어지는 마을 중앙로를 내려가면 바다 가까이에 커다란 바위 두 개가 보인다. 그중 크고 비스듬하게 서 있는 것이 높이 5.9m의 숫바위, 누워 있는 것이 높이 4.9m의 암바위다.
마을 뒤쪽에 우뚝 솟아 있는 설흘산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설흘산 정상은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남면 홍현리 무지개마을에서 올라가는 것이 더 쉽다. 다랭이마을 정보는 홈페이지(http://darangyi.go2vil.org)에서 얻을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용문사에서 나와 좌회전해 1024번 도로를 달리면 월포·두곡 해수욕장을 지나 석교마을이 나온다. 그곳에서 좌회전해 가천·홍현 방향으로 들어가면 청소년수련원을 지나고 홍현리를 지나 가천 다랭이마을에 다다른다. 홍현을 지나면서 도로가 좁아지니 운전 조심할 것.
알아두면 좋아요
먹을 곳

경남 남해
서면 서상리 해안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남해별곡(055-862-5001 www.nhbg.co. kr)은 산낙지가마솥 볶음이 일품이다. 미조항의 해사랑(055-867-7571)은 전복회가 맛있는 집. 멸치회를 맛보려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소영식당(055-867-1706)을 찾을 것. 남면 가천 다랭이마을 끝에 자리한 촌할매 막걸리집(055-862-8530)의 파전과 유자막걸리도 인상적이다.

잠잘 곳

남해군 삼동면에 자리한 편백자연휴양림(055-867-7881 www.huyang.go.kr)을 이용할 것. 5인실인 숲속의집의 경우 숙박료는 주중 3만2천원, 주말 5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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