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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91가지 놀이 흥겹게 담아낸 ‘어린이들의 놀이’

2007. 01. 13

91가지 놀이 흥겹게 담아낸 ‘어린이들의 놀이’

브뢰겔, 어린이들의 놀이, 1560, 116×161cm, 빈 미술사 박물관


노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어린이들은 친구들과 놀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브뢰겔의 ‘어린이들의 놀이’에는 4백50여 년 전의 먼 옛날, 갖가지 놀이에 치중하는 아이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누가 뭐래도 노는 데 귀신이지요. 그림 속에 그려진 놀이의 종류는 91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놀이동산은커녕 놀이기구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 이처럼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놀이를 개발하고 즐겼습니다. 그림 속 놀이 가운데 소꿉놀이나 팽이치기, 술래잡기, 그네뛰기, 기차놀이, 요요는 오늘날에도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지요. 이런 놀이 몇 가지만 해도 하루해가 금방 넘어갑니다.
물론 요즘의 어린이들은 학원 가랴, 숙제하랴, 바빠서 제대로 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 가운데는 공부하는 것만 의미 있고 노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들을 보세요. 새끼 사자는 놀면서 사냥하는 법을 배우고, 새끼 얼룩말은 놀면서 도망 다니는 법을 터득하지요. 어린이들도 놀면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 규칙을 만들고 지키는 법, 인내하는 법, 상황을 판단하고 이해하는 법, 상상력을 활용하는 법 등 다양한 생존기술을 배웁니다.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기술을 놀이를 통해 익히는 거지요.
노는 일은 이처럼 우리로 하여금 자신감이 넘치고, 적극적이며, 창의적인 사람이 되게 합니다. 오늘도 우리 열심히 놀아봅시다. 물론 지나치게 놀아서는 곤란하겠지요. 뭐든 과한 건 좋지 않으니까요.

한 가지 더∼ 예술은 놀이의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곧잘 놀이의 흥 같은 흥을 느끼지요. 현대미술 가운데는 이런 유희의 특징을 아주 잘 살린 미술들이 있습니다. 붓을 마구 휘두르거나 물감을 뚝뚝 떨어뜨리는 액션페인팅, 낙서처럼 멋대로 휘갈기는 그라피티 아트,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아트 등이 그런 미술이지요.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문화 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4남매를 키우며 집필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반 고흐가 머물렀던 오베르 지방, 엑상프로방스의 세잔 아틀리에, 예술마을 생 폴 드 방스, 8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한 오랑주리 미술관 등 프랑스 지역 미술 여행을 다녀왔다. 러시아 미술관을 탐방하고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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