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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뜬 어머니가 맺어준 ‘운명 같은 사랑’ 탤런트 손종범·이인영 부부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 ■ 장소협찬·CNI Cinema

입력 2006.12.23 13:00:00

탤런트 손종범이 11월 초 노총각 딱지를 뗐다. 여섯 살 연하 대학후배 이인영씨와 결혼한 것. 손종범의 어머니가 세상을 뜨기 전 남긴 유언에 따라 부부의 연을 맺은 두 사람에게서 애틋한 러브스토리를 들었다.
세상 뜬 어머니가 맺어준 ‘운명 같은 사랑’ 탤런트 손종범·이인영 부부

탤런트 손종범(37)은 요즘 신혼 재미에 푹 빠져있다. 지난 11월4일 여섯 살 연하 대학후배 이인영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것. 두 손을 꼭 잡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두 사람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며칠 안돼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다. 신혼여행은 태국 코사무이로 다녀왔는데, 예정보다 하루를 더 머물 만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고 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첫날 경남 창원에 있는 처갓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두 사람은 다음 날 친정어머니가 싸준 이바지 음식을 들고 서울로 올라와 아버지를 모시고 어머니의 산소를 찾았다고 한다. 손종범의 어머니는 지난해 4월 췌장암으로 작고했는데, 두 사람이 부부의 인연을 맺게한 장본인이라고. 임종 전 “너를 큰 며느리로 알고 가마. 큰며느리가 들어오면 주려고 흑진주를 장만해놨는데, 그건 네 몫이다” 하고 유언까지 남겼다고 한다.
“인영이를 만난 것 자체가 어머니 덕분이에요. 위독하시다는 걸 알고 돌아가시기 전에 큰 며느리감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친한 후배한테 소개팅을 부탁했어요. 그래서 인영이를 만나게 된 거지요. 삼형제 중 제가 큰아들인데 두 동생은 이미 장가를 갔고 제가 가장 늦었어요.”

세상 뜬 어머니가 맺어준 ‘운명 같은 사랑’ 탤런트 손종범·이인영 부부

두사람은 “세상 뜬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2004년 여름 연극배우 노진원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물론 이씨는 당시만 해도 그 자리가 소개팅 자리인지 몰랐다고. 셋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로 일년에 한두 번 정도 모임을 통해서 얼굴을 봐온 사이라 이씨는 그날 역시 선배들과 술 한 잔 할 생각으로 약속장소에 나갔다고 한다.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그날따라 오빠 얼굴이 참 안쓰러워 보이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오빠가 눈에 밟혔어요. 그런데 다음 날 오빠가 시간 괜찮으면 밥이나 같이 먹자며 전화를 했고, 그때 마침 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여서 자연스럽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하루 이틀 더 만났어요.”
그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이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손종범은 만난 지 일주일 뒤 노래방에서 이씨의 손을 덥석 잡은 뒤 “오빠가 너 좋아하는 거 알지?” 하고 멋없는(?) 사랑고백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듬직하고 남자다운 손종범의 모습이 내심 마음에 들었다고. 이후 그는 어머니가 암투병 중인 사실을 이씨에게 알리고 자신의 사정을 솔직하게 말한 뒤 집에 데려가 어머니께 이씨를 소개시켰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머니 뵙고 많이 긴장했어요. 소파에 앉아서 저를 쳐다보시는데, 그 표정이 조금 무서웠거든요. 환자라 기운이 없으셔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그 다음 날도 오빠네 집에 들렀는데, 초밥을 먹다가 제가 고추냉이를 너무 많이 찍어서 코를 잡고 인상을 찡그리니까 소파에 앉아계시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소리 내서 웃으셨어요. 그때부터 긴장이 풀리면서 오빠네 가족들과 편하게 지낼 수 있었죠.”

결혼 전부터 병원으로 출퇴근하며 큰며느리 노릇 해
당시 어머니는 일정기간 한국에 머문 뒤 수술을 받았던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치료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한 달 뒤 건강이 갑작스레 나빠지면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그날부터 이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을 들락날락하며 어머니의 병간호를 도왔다고. 하지만 그는 “오빠와 제가 어머니 병간호를 다 한 게 아니라, 아들 삼형제가 삼교대를 이뤄서 똑같이 어머니를 간병했다”며 자신들만 효부효자로 비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첫째, 둘째 시동생은 1년 반 동안 사업을 접어두고 어머니 병간호를 맡았어요. 정말 다들 대단한 효자들이에요. 사실 저랑 오빠는 어머니 병간호하면서 간간이 데이트도 즐겼어요. 새벽녘에 병원 앞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우동도 먹고, 병원 로비에 전시돼 있는 그림도 구경하면서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즐겼죠(웃음). 살아계실 때 더 많이 잘해드렸으면 좋으련만 너무 빨리 떠나신 게 가슴 아플 뿐이에요.”
두 사람은 양가 상견례도 병원에서 했다. 이씨가 결혼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안 부모가 사윗감을 보려고 한걸음에 서울로 올라온 것. 이씨의 아버지는 그를 처음보자마자 “내 딸 사랑하나?” 하고 묻고는 그렇다는 대답이 끝나자 다음 날 손종범의 부모를 만나러 병원으로 가겠다는 통보를 했다고 한다. 이씨의 아버지가 서두른 바람에 자연스럽게 양가 상견례가 이뤄졌고,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의 혼담도 오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바로 결혼식을 올릴 수 없었던 두 사람은 5천원짜리 은가락지를 나눠 끼고 이씨의 부모 앞에서 조촐한 언약식을 올렸다고 한다. 두 사람 모두 태어나서 처음 해본 커플링이었는데, 결혼 후에는 결혼반지를 반드시 끼고 다니기로 약속해 현재는 보석함에 고이 모셔 놓았다고.
두 사람은 나이를 생각해 아이를 빨리 가질 생각이라고 한다. “어머니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입을 모으는 신혼부부는 이미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부부처럼 편안해 보였다.

여성동아 2006년 12월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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