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Art&Culture

영혼의 소리로

혼신의 힘 다한 공연으로 감동 준 장애인합창단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자화‘자유기고가’ / 사진·김성남 기자

2006. 12. 13

음정이나 발음은 정확하지 않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만큼은 최고인 합창단이 있다. 지난 11월 초 정기공연을 가진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가 그 주인공. 혼신의 힘을 다한 공연으로 진한 감동을 준 ‘영혼의 소리로’ 공연 현장에 다녀왔다.

영혼의 소리로

지난 11월 초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은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 6백여 명의 박수와 환호 소리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날의 주인공은 홀트장애인합창단 ‘영혼의 소리로’ 단원들. 지난 99년 창단된 ‘영혼의 소리로’가 올해로 8회째 정기 공연을 가진 것이다.
이번 공연은 김완태·차미연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는데 막이 오르자 흰색 상의와 감색 하의 차림에 리본 넥타이를 맨 30명의 단원이 가지런히 인사를 했다. 곧이어 자원봉사자들의 연주에 맞춰 첫 곡 ‘내 안에 사는 이’를 불렀고 비록 음정과 발음은 부정확했지만 열심히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에 감동받은 관객들은 큰 박수로 이들을 격려했다.
생후 3일째 홀트아동복지회로 보내졌다는 박지혜씨(37)가 “이 자리에 어머니가 계실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 뒤 ‘어머니(Mother of mine)’를 불렀을 때는 그의 애틋한 노랫소리와 사연에 모두들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가 하면 아홉 살배기 영은이가 깜찍한 율동과 함께 ‘뻐꾸기’를 부를 때는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또한 ‘도레미송’을 부를 때는 단원들과 관객이 하나가 됐다. 관객들이 큰 소리로 ‘도, 레, 미, 파, 솔, 라, 시’를 외치면 단원들이 돌아가며 포즈를 취하면서 노래를 부른 것. 관객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단원들과 함께 앙코르곡 ‘친구여’를 부를 때는 앞으로 지휘자 되는 것이 꿈이라는 수훈이(11)가 멋진 지휘 솜씨를 뽐냈다.

지휘자의 입모양 따라하고 친구의 소리 들으며 노래를 외우는 단원들
이날 관객을 감동시킨 것은 비단 노래뿐만이 아니었다. 신생아 시절 기관절개 수술을 받아 목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노래하는 강영이(8)의 휠체어에는 다리가 불편해 오래 서있기 힘든 합창단의 막내 진규(4)가 기대어 서고 시력이 많이 나쁜 박순구씨(36)에게는 합창단의 고참 박지혜씨가 손을 내민 것.
‘영혼의 소리로’ 단원 대부분은 악보를 읽지 못한다고 한다. 대신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연습시간에 지휘자의 입모양을 따라하고 친구의 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외운다고. 실제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지휘자는 입모양을 크게 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단원을 도왔다. 또한 가끔 음정이 틀린 단원은 잠깐 노래를 멈추고 옆 사람의 소리를 들은 다음 제 음을 찾아갔다.
‘영혼의 소리로’의 공연이 8회째 계속되기까지는 많은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중외제약 이종호 회장(74)이 수년간 후원회장을 맡아주었으며 고등학교 때 홀트아동복지회와 인연을 맺은 지휘자 박제응씨(42)가 무료로 지휘를 담당하고 있는 것. 또한 이번 공연에는 얼마 전 결혼한 가수 주영훈·탤런트 이윤미 부부와 소프라노 황후령씨 등도 자리를 같이해 무대를 빛냈다.
영혼의 소리로

‘어머니’를 불러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 박지혜씨.(왼쪽) 단원들은 이날 공연을 위해 꼬박 1년을 준비했다고 한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