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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궁금한 이 남자

주부프로 MC로 인기 끄는 아나운서 김홍성

글·구가인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6. 08. 24

매일 낮 12시에 방영되는 주부 대상 프로그램 KBS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 진행자 김홍성 아나운서. 친근하고 편안한 진행으로 주부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그를 만나 10여 년 방송생활 이야기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가족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부프로 MC로 인기 끄는 아나운서 김홍성

“밖에서는 주부 프로그램 진행하고 안에서는 장모님과 아내, 두 딸과 함께 사는 여복 많은 남자예요”

#1 ‘아줌마 프로에 강한’ MC 김홍성
감정표현 자체에 무딘 아저씨나 사랑받는 것엔 익숙하지만 주는 것에는 인색한 아가씨와 달리, 아줌마는 사랑이건 정이건 대화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고 나누는 데 익숙한, 공감(共感) 능력이 뛰어난 종족(?)이다.
아나운서 김홍성(37)은 이 아줌마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흔치 않은 남자다. 낮 12시 주부 대상 프로그램 KBS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와 매주 토요일 ‘아침마당’ MC를 맡고 있는 그는, 아줌마들과 함께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고 맞장구치는 것에 능한 사람이다.
“입사할 때부터 가장 편안한 아나운서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편안하게 느끼셨다면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봐도 되죠?(웃음) 저는 방송은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성격, 생각, 옷 입는 것도 평소 모습 그대로예요. 실제로도 여복이 많고요. 아나운서실에 여자가 많잖아요. 방송작가 중에도 여자가 많고… 그러다보니 여자들과 모일 일이 많아요. 그리고 여자들의 고민상담을 많이 해줘요. 남녀관계 카운슬링 같은 거(웃음). 딱히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자들이랑 잘 통해요(웃음).”
지난 95년 KBS에 입사해 올해로 경력 12년차 아나운서인 김홍성은 ‘도전 지구탐험대’ ‘도전! 골든벨’ ‘영화 그리고 팝콘’ 등 쇼와 오락이 겸비된 교양 프로그램, 소위 ‘쇼양’ 프로그램 MC를 주로 맡아왔다.

주부프로 MC로 인기 끄는 아나운서 김홍성

주부 대상 프로그램 ‘감성매거진 행복한 오후’ 진행자 김홍성 아나운서는 MC의 역량을 드러낼 여지가 많아 주부프로 진행이 즐겁다고 말한다.


“사실 목소리가 핸디캡이에요. 아나운서는 외모도 외모지만 목소리가 좋아야 하는데 저는 타고난 미성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소리를 크게 지르면 목이 아닌 배에서 소리가 나오다보니 갈라지는 소리가 상쇄되잖아요. 방송 초년병 시절에 ‘아, 나는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프로를 맡아야겠다…’ 생각했죠. 결국 일반뉴스보다는 스포츠뉴스, 교양 프로그램 중에서도 쇼적인 느낌이 많이 가미된 프로를 주로 맡게 됐어요.”
김홍성 아나운서가 주부 대상 프로그램의 메인 MC를 맡은 것은 ‘…행복한 오후’가 처음이다. 그러나 입사 초기부터 ‘아침마당’ ‘토요이벤트’ 코너의 리포터를 해오는 등 그는 주부들에게 친근한 사람이다.
“리포터로 얼굴을 알린 게 ‘아침마당’ 토요이벤트예요. 주부를 멋지게 변신시킨 뒤 사진 찍어주는 코너였는데 제가 그걸 3년 넘게 했어요. 지금은 토요일 ‘아침마당’ MC도 맡고 있는데 어찌보면 금의환향이라고도 할 수 있죠.”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행복한 오후’는 ‘주부 프로에 강한’ 그의 MC로서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2 네 여자와 더불어 살기
여복이 많기는 일터뿐 아니라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김홍성은 현재 네 명의 여자와 함께 산다.
“장모님과 같이 살아요. 처음엔 2년 가까이 집 근처에 사셨는데,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뒤에 합쳤어요. 저희는 장모님을 모시고 산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장모님은 저희를 데리고 산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제가 2남 중 장남인데 솔직히 부모님께는 죄송한 점도 있어요. 아들 키워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시 않을지 걱정도 되는데(웃음)… 그만큼 부모님께 더 잘해야죠.”
동갑내기인 아내 박상영씨는 군에서 제대한 후 대학 3학년 때 미팅에서 처음 만나 결혼까지 이르게 됐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호칭도 서로 이름 앞 두 글자를 따 ‘김홍’ ‘박상’이라 부를 정도로 친구 같은 사이다.
“처음 손잡고, 처음 키스한 여자가 아내고요, 결혼까지 했으니 첫사랑과 결혼했다고 봐야죠. 그런데 제 아내도 그랬대요(웃음). 동갑이니까 친구처럼 지냈는데 올해로 결혼 10년째 접어들어요. 만난 지는 13년이 넘었고요. 저는 섬세하고 아내는 대범한 편이에요. 집안의 큰일이나 금전적인 문제 같은 것은 아내가 다 알아서 해요. 딸 넷 중 막내딸이라 애교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제가 애교를 부리죠(웃음).”
대범할 뿐 아니라 매사에 감각 있는 아내는 현재 그의 스타일을 만들어준 사람이기도 하다.
“대학 다닐 때까지만 해도 배 바지가 최고 패션이라고 생각하고 다녔거든요(웃음). ‘차라리 지금이 더 젊어 보인다’고 할 정도로 겉늙어 보였고요. 제 아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당신은 나 만나서 봉 됐어’예요. (아내가) 굉장히 세련되고 감각이 있어요. 그렇다고 비싸고 사치스러운 옷을 사는 건 아니고요. 저희는 주로 동대문시장에 많이 가요. 비싼 옷을 사기보다는 저렴한 옷을 사서 갈아입는 걸 좋아하는데, 한번에 몰아서 사고 그걸 삼사 년간 입죠. 주로 아내가 옷을 사주는데, 제가 정말 맘에 드는 옷 있을 때 그 앞을 못 떠나고 만지작만지작거리면 아내가 그래요. ‘아휴, 그럼… 사~’(웃음).”
그렇다면 아빠로서 김홍성은 어떨까. 아홉 살 현조와 네 살 윤조의 아빠인 그는 “딸이 정말정말 좋다”는 딸딸이 아빠다.
“아들이 싫다고 할 정도로 딸이 좋아요. 애교도 많고, 아기자기하게 노는 게 제 컨셉트와 맞아요(웃음). 보통 남자아이들은 어느 정도 나이차가 나면 서로 잘 못 어울리거든요. 그런데 제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다섯 살 차이가 나는데도 소꿉장난 같은 거 하면서 둘이 참 잘 놀아요. 요즘은 아이들 보는 게 제 행복이에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에게 그는 공부를 잘하기 보다는 잘 놀 것을 강조하는 아빠다.
“언젠가 아이 학교에서 시험하고 장기자랑 대회가 같은 날 있었는데, 시험공부 안 시키고 장기자랑 연습을 시켰어요(웃음). 그냥 평범하게 노래하는 것 말고, 만담 형식으로 짜줬죠. 처음엔 못한다고 하더니, 장기자랑에서 1등을 한 거예요. 정말 기쁘더라고요. 100점 맞은 것보다 훨씬. 물론 저도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죠. 하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신나게 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알려줘요.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그만큼 놀 시간이 많아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죠. 저는 저희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고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런 점에서 기회가 된다면 아나운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죠(웃음).”

주부프로 MC로 인기 끄는 아나운서 김홍성

동갑내기 아내와 결혼해 아홉 살, 네 살배기 두 딸을 두고 있는 김홍성 아나운서가 둘째 윤조를 안고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3 노력은 재미를 낳고, 재미는 노력을 부른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남과 똑같이 살진 말라”는 말을 들었다는 김홍성은 평범하고 조용하게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늘 남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컸다고 말한다.
“아나운서가 되고 난 뒤 친척분들이 놀랄 정도로 조용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은근히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박수갈채를 받는 걸 즐겼던 것 같아요. 게다가 TV를 정말 좋아했어요. 예전에 당시 인기있는 하이틴 스타들이 모두 나오는 ‘사랑이 꽃피는 나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고3이라 그 프로를 꼬박꼬박 볼 수가 없었어요. 너무 아쉬워서, 그때 다짐했죠. 난 TV에 나오면서, TV를 많이 볼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그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방송 프로그램이건, 일이건, 삶이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재미있고 쉬운 길만을 추구하는 ‘뺀질이’ 타입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그는 재미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저 자신의 단점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 부족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그 부족함을 인정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하죠.”
9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7년간 진행했던 ‘도전! 골든벨’은 그가 특히 애착을 갖고 노력을 쏟은 프로그램이다.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촬영할 때가 많은 프로그램 특성 탓에 1년 중 2백일은 지방에서 지내야 했고, 아내보다 손미나 최원정 김보민 등 함께 MC를 맡은 동료 여자 아나운서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그는 ‘…골든벨’에 대해 “영광과 상처를 함께 준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골든벨’은 당일 녹화만 9시간 걸려요. 게다가 전날 미리 가서 출연하는 아이들 1백 명을 다 만나보고 성격 파악하고, 인터뷰 연습 같은 오리엔테이션을 다 해야 해요. 프로그램 진행 작가가 우선 1차적으로 뽑지만, 이후 출연하는 아이들을 ‘방송용’으로 만드는 건 제가 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면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한번 해보자’ 이런 식으로 지도하는 거죠. 힘든 작업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박수를 보내고 환호해주는 모습이 제게 에너지가 되는 거예요. 왜 노인들이 아이들의 기를 받으려고 학교 운동장을 뛴다는 말이 있잖아요. 매주 전교생이 제게 기를 뿜어주니 제가 젊게 살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한 오락 프로그램의 20분짜리 코너부터 시작해서, 나중엔 하나의 독립된 프로가 된 입지전적인 프로그램이라 자긍심을 갖고 했는데 7년 이상 8,9시간을 서서 진행하다보니 다리 관절에 무리가 갔어요. 결국 방송을 중단해야 했죠. 지금도 산행이나 자전거 타는 건 못해요.”
하지만 그렇게 몸을 던져 만든 ‘…골든벨’로 그는 좋은 인연도 많이 얻었다. ‘골든벨이 맺어준 사람들’이라는 뜻의 ‘골맺사’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당시 만났던 학생들과 지금까지도 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시청자들에게도 아나운서 김홍성은 골든벨 MC로서 인상 깊게 남아있다.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그가 여전히 청년처럼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부 대상의 ‘…행복한 오후’는 아나운서 김홍성에게 또 다른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기존의 씩씩한 분위기 대신, 부드럽고 친근한 진행솜씨를 보이고 있다.
“사실 처음엔 내키지 않았어요. 순서대로 밟아가고 싶었거든요. 청소년 프로그램을 했으니까, 대학생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조금 시간이 지난 뒤 주부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주부 프로그램도 맡아 해보니 적성에 잘 맞아요.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MC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내용도 내실 있고요.”
닯고 싶은 MC로 KBS 아나운서 출신 선배 방송인 이금희를 뽑는 김홍성은 자신도 그와 같은 ‘편안한 진행자’를 꿈꾼다고 말한다.
“진행이 엇비슷해 보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듣고 보기 편하게 진행을 하는 건 쉽지 않거든요.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가까이 이웃에 사는 사람, 늘 친근한 사람… 그렇게 느껴주시면 좋겠고, 그런 방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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