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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사람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신상명세·업무 스타일·프라이버시 공개

“1조원 달하는 세금 내고 경영권 승계”

글·송화선 기자 / 사진ㆍ신세계 제공

2006. 06. 21

신세계가 최근 이명희 회장의 장남 정용진 부사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될 경우 1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신세계의 세금 납부 계획 발표 배경 & 정 부사장의 근황.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신상명세·업무 스타일·프라이버시 공개

정용진 부사장이 임원들과 함께 중국 상하이 이마트 싼린점을 둘러보고 있다.


최근 재벌의 2, 3세에 대한 편법 증여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신세계가 “정용진 부사장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경우 증여 및 상속세로 1조원 규모의 세금을 납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가 경영권 승계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발표로 조만간 정용진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정용진 부사장(38)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63)의 장남. 현재 신세계 주식 4.86%를 보유하고 있어 어머니 이 회장(15.33%)과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7.82%)에 이은 3대 주주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87년 미국으로 건너가 인디애나주립대를 거쳐 94년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이사대우로 입사한 뒤 97년까지 신세계백화점 도쿄 사무소에 근무해 미국, 일본 등 해외 트렌드에 밝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후 2000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총괄부사장으로 승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한편 95년 영화배우 고현정씨와 결혼, 아들 해찬군(8)과 딸 해인양(6)을 두었지만 결혼 8년 6개월 만인 2003년 11월 이혼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 대외적으로 관심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충무로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신관의 오픈 행사에서 정 부사장이 어머니 이 회장 대신 테이프 커팅에 참석하면서부터. 정 부사장은 이때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처음으로 인터뷰에 응해 신세계의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다른 재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된 지분구조가 자신감 배경
그러나 한 번도 경영권 승계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신세계가 처음으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 5월 중순 중국 상하이 이마트 싼린(三林)점 개점식 때. 이 자리에는 신세계 구학서 사장과 정 부사장 등이 참석했는데, 구 사장이 먼저 “정 부사장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기업가치에 상응하는 세금을 낼 것”이라며 모두 합치면 1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신세계의 이 같은 선언 배경에는 대주주 가족의 지분이 30%에 달하는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이 지분을 모두 정 부사장에게 넘긴 뒤 주식으로 세금을 낼 경우 증여세율이 50%인 점을 감안해도 정 부사장이 16~17%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 일부 재벌이 8~9%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대로 세금을 내겠다”고 선언한 신세계가 이 회장과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조기에 정 부사장에게 증여해 경영권 승계를 조만간 마무리지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 부사장이 10년 가까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아온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90년대 후반 벤처 열풍이 일 당시 인터넷뱅킹 사업을 무척 하고 싶어했지만 회사 측에서 “유통업체로서 바람직한 사업은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자 순순히 뜻을 접었을 만큼 조직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덕분에 당시 앞다퉈 정보기술(IT) 관련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던 재계 2, 3세들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보았지만 그만은 예외였다고. “남의 말을 항상 열심히 들어라. 어린이의 말이라도 경청하라”는 외할아버지 삼성 고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이 어머니 이 회장에 이어 3세인 그에게까지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자들과의 직접 만남을 꺼리는 등 후계자로 부각되는 것을 피하는 듯하던 정 부사장은 이번 상하이 이마트 개점식을 앞두고는 출입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유통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내보이며 “신세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통기업,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등 더 이상 스포트라이트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상하이 현지 기자회견에서도 “경영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고, 회장이나 명예회장께서 결정하실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주요 회의에 참석해서 회사 전반에 대해 숙지하고 있고 사장단 회의에서 임원들이 결정하는 모습을 배우기도 한다.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기도 한다. 언제든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그룹 경영에 대한 의욕과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소극적 경영 하지 않겠다” 의욕 내비쳐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신상명세·업무 스타일·프라이버시 공개

그는 현재 이 회장이 전문경영인인 구 사장에게 경영 전반을 맡기고 사후 보고를 받는 방식으로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듯 “회장님은 여자이고 난 남자이기 때문에 회장님처럼 사후 보고에만 국한된 소극적 경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사실 공석, 사석을 가리지 않고 “신세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통기업,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정 부사장은 이미 경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삼성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성격인 신세계 경영지원실 소속인 그는 일주일 가운데 절반은 신세계 본사로, 절반은 이마트로 번갈아 출근하며 각종 회의에 참석, 업무 보고를 받는다고. 발언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꼼꼼하고 치밀한 모습을 보여 종종 중역들을 놀라게 한다고 한다. 특히 그룹 후계자로서의 영향력을 과시하려 하기보다는 전문성을 내세워 문제를 지적하는 형식을 취해 설득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평가다.
지난해 신세계 본점 신관 개점 당시 정 부사장은 이 회장과 함께 일본의 이세탄(伊世丹)·미쓰코시(三越), 미국의 버그도프 굿맨·삭스5번가, 영국의 해로즈 등 세계적인 백화점을 둘러보며 벤치마킹할 점들을 찾아내 이를 매장 구성 등에 적극 반영했다고 한다.
최근 이마트 상하이 싼린점을 둘러본 뒤에도 “스포츠와 신선식품 매장의 경우는 무단장(이마트 상하이 4호점)보다 좋아진 느낌이 든다”면서 “하지만 유통 선진국들은 엔드캡(end-cap,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진열대)에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제품을 놓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데 아직 여기는 너무 평범한 것 같다. 중국 시장이나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맞게 이 부분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는 등 구체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편 정 부사장은 평소 약속이 없는 점심에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등 일반 사원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이마트를 개점할 때 지내는 고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해 직원들이 건네는 막걸리를 받아 마신다고. 일이 끝난 후 사적인 약속이 있거나 운동하러 갈 때는 남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고 힙합 스타일의 캐주얼 차림을 즐기며, 명품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을 즐겨 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까다로운 의전을 싫어해 별도의 비서실이나 수행비서도 없다고.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밟아나가고 있는 정 부사장이 언제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설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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