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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8기 끝에 남자대회 예선 통과한 10대 골퍼 미셸 위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언젠가는 타이거 우즈도 이길 거예요”

글·김명희 기자 / 사진ㆍ박해윤 기자, SK텔레콤 제공

2006. 06. 19

천재 골퍼 미셸 위가 지난 5월 초 SK텔레콤오픈에 출전, 난생처음 남자대회 예선을 통과해 화제를 모았다. 부모의 나라에서 좋은 성적을 내 더욱 기쁘다는 그는 경기 틈틈이 한국문화를 즐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셸 위 한국 체류 동행취재기 & 아버지 위병욱씨가 들려준 남다른 교육법.

7전8기 끝에 남자대회 예선 통과한 10대 골퍼 미셸 위

“한국에 또 오고 싶어요. 떡볶이, 순대 같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은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남자대회에서 처음으로 컷을 통과한 게 좋았어요.”
지난 4월29일 SK텔레콤오픈 출전차 입국했던 미셸 위(17·한국명 위성미)가 함박웃음을 안고 5월9일 하와이로 출국했다. 열흘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남자대회 컷(예선)을 통과, 골프선수로서 한 뼘 성장했을 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체험하며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고 돌아갔다.
미셸 위에게는 ‘장타 소녀’ ‘여자 타이거 우즈’ ‘그린 위의 바비인형’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난해 프로로 데뷔하면서 나이키와 소니로부터 연간 1천만 달러의 공식 후원금을 받아 ‘1천만 달러 소녀’라는 닉네임도 생겼다. 지난 4월 말에는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100인’에 뽑히며 또 한 번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타임’이 밝힌 선정 이유는 뛰어난 재능과 183cm의 모델 같은 몸매에 동서양이 조화된 외모, 한계를 거부하는 도전정신. 하지만 지난 5월 초 기자가 직접 만난 미셸 위는 “왜 나를 뽑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래 잘하는 비와 함께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돼 영광”이라고 말할 만큼 귀여운 10대 소녀였다.
“한국에 와서 뭐가 제일 좋으냐고요? 학교에 안 가도 되는 거요(웃음). 아침에 차 안에서 한 시간 동안 숙제를 하느라 머리가 아팠는데 골프 치니까 좀 나아졌어요.”
골프를 치니까 두통이 사라졌다는 이 소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그가 언젠가는 일을 낼 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꿈을 이루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방한 중 아시아투어를 겸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그는 2라운드 합계 5언더파 139타로 공동 17위를 기록하며 오랜 숙원이던 남자대회 컷을 통과했다. 최종 성적은 35위(3라운드 합계 3언더파 213타). 아시아투어에서 여자선수의 컷 통과는 사상 처음이다. 로라 데이비스(영국)와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한 바 있다. 2003년 캐나다프로골프투어 베이밀스오픈에서 처음 성대결을 벌인 뒤 남자대회 여덟 번째 출전 만에 처음으로 컷 통과의 꿈을 이룬 미셸 위는 경기 후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국인 한국에서 첫 기록을 남겨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동계훈련을 열심히 해 퍼팅과 쇼트게임 능력이 좋아진 덕분이에요. 다음 대회에선 톱 10을 목표로 할 거예요.”

떡볶이, 순대 좋아하는 발랄한 10대 소녀
재미교포 위병욱씨(46·하와이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와 미스코리아 출신 서현경씨(41)의 외동딸로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나고 자란 미셸 위는 이번 방한 기간에 골프도 골프지만 한국문화를 다양하게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다행히 하와이에서도 TV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한국문화를 접해왔기 때문에 두 번째 방문인 한국이 그리 낯설지 않다고 한다. 한국에 오자마자 제일 먼저 찾은 것은 떡볶이. 드라마 ‘궁’에서 윤은혜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고.
“3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떡볶이와 순대를 못 먹어서 섭섭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오자마자 이틀 동안 하루 세끼를 만두, 떡볶이, 순대만 먹었어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맛일까 궁금했거든요. 맛있긴 한데 그것만 먹으니까 질려요. 이젠 족발 좀 사주세요(웃음).”
하와이에서도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의 음식을 즐겨 먹는다는 미셸 위는 한국에 와서 단 한 번도 양식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한 측근은 “한국인들도 먹기 힘들어하는 삭힌 홍어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걸 보면 식성만큼은 영락없는 토종 한국인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하와이에서 나고 자란 미셸 위의 한국어 실력은 의사소통에 별 무리가 없는 수준.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되도록이면 한국말을 쓰려 애썼다. 기자회견장에서도 아주 까다로운 질문은 통역을 이용했지만 대답은 꼭 한국말로 했다.

7전8기 끝에 남자대회 예선 통과한 10대 골퍼 미셸 위

나이키와 소니로부터 연간 1천만달러의 후원을 받는 세계적인 골프스타 미셸 위. 그는 지난 5월 초 열린 SK텔레콤오픈에 출전, 난생처음으로 남자대회 예선을 통과했다.


“드라마는 영어 자막 없이 볼 수 있는데 쓰는 건 자신 없어요. 소리나는 대로 쓰기 때문에 맞춤법이 다 틀리거든요. 아빠는 제 한국어 실력이 유치원생 수준이래요. 제 생각엔 좀 더 되는 것 같은데….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할 생각이에요.”
미셸 위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사람들이 그가 연습하는 골프장 주변에 차를 대놓고 구경하는 바람에 그 일대에 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을 정도. 미셸 위는 자신의 인기 비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공을 멀리 쳐서 그런 것 같아요. 음, 키도 크고 생긴 것도 좀 특이하잖아요(웃음).”
그는 또 대회에 참가하는 틈틈이 SBS ‘일요일이 좋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 출연해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방송 출연 후 한 인터뷰에서 직접 만난 스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예인으로 ‘엑스맨’에 함께 출연한 이승기와 그룹 SS501의 김현중을 꼽기도 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스타지만 자신과 다른 면모를 지닌 또 다른 스타에게 열광하는 미셸 위. 가끔은 자신에게 쏠리는 세상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그는 오히려 “사람들이 나를 알아줘서 즐겁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해도 저는 저 하고 싶은 대로 살기 때문에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어요(웃음). 숙제하는 문제를 빼면요.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 골프 때문에 숙제 못했다고 하면 좀 창피하잖아요.”
올 가을 스탠퍼드대학에 입학지원서를 낼 예정인 그는 미국에 돌아가면 당분간은 공부에만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에세이도 써야 하고 할 일이 태산처럼 밀려있다는 그는 당장은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게 걱정이라고.
동대문 시장에서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고 물건값을 흥정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는 미셸 위는 대신 큰 선물을 남기고 하와이로 돌아갔다. 난치병 어린이돕기 성금으로 3억원을 기탁하는 한편‘미셸 위 자선재단’ 설립계획도 밝힌 것. 더불어 자신과 같은 성공을 꿈꾸는 어린이 골퍼들에게 “열심히, 재미있게 운동하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미셸 위 아버지 인터뷰
“ 딸에게 항상 꿈을 크게 가지라고 가르쳤어요”

7전8기 끝에 남자대회 예선 통과한 10대 골퍼 미셸 위
네 살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한 미셸 위는 2001년 열한 살 때 하와이에서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제니K윌슨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런 미셸 위의 뒤에는 아버지 위병욱씨와 어머니 서현경씨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골프 마니아인 이들 부부는 아빠(187cm), 엄마 (170cm)를 닮아 또래보다 훤칠하게 키가 컸던 딸이 네 살 되던 해 처음 골프클럽을 쥐여준 뒤 10년 넘게 정성을 쏟으며 뒷바라지한 끝에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냈다. 이번 대회에서도 서씨는 딸이 경기 중 먹을 홍삼액과 흑염소즙 , 땅콩, 이온음료 등을 꼼꼼하게 챙겨 뒤를 쫓았고 혹여나 플레이에 지장을 줄까 걱정돼 멀리 떨어져 쌍안경으로 경기를 관람하던 위씨는 경기가 끝나자 클럽하우스에서 어깨를 두드려주며 딸을 격려했다.

딸을 세계적인 선수로 길러낸 비결을 묻자 위씨는 “항상 포부를 크게 갖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3년 전 처음 남자대회에 도전한 이후 일곱 번의 실패를 경험했고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라”고 충고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 건 이런 교육 덕분이라고.

“어렸을 때부터 불가능한 상상은 없듯이 불가능한 현실도 없다고 가르쳤어요. 남들은 허황된 생각이라고 비웃을지 모르지만 열심히 생각하고 노력하면 애니카 소렌스탐이나 타이거 우즈도 이길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시켰죠. 골프는 담력이 중요한데, 그래서인지 어려운 상대나 위기상황을 맞아도 흔들림이 없어요.”

아버지가 딸에게 꿈을 심어주었다면 어머니는 늘 칭찬과 격려로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이번 방한 때 이들 가족을 지켜본 한 대회 관계자는 “한번도 엄마가 미셸 위에게 언성을 높이는 걸 본 적이 없다. 스케줄을 정할 때나 음식 주문을 할 때도 항상 딸과 의논해서 결정했고 연습을 할 때는 친구처럼 다정했다”고 말했다.

미셸 위의 가장 큰 장점은 골프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것. 위씨는 “딸이 다른 데는 재주가 없기 때문에 골프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게 골프니까요. 테니스도 시켜봤지만 뛰는 데는 영 재능이 없어요. 피아노도 석 달 만에 그만뒀고 미술도 재능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골프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재미있어했어요. 또 골프로 인해 자신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걸 알고 그걸 즐기는 거죠. 한국에 와서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타를 했는데, 그런 건 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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