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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나눔 체험

최연섬 주부의 궁궐지킴이 자원 봉사

정리·이수향‘자유기고가’ / 사진·김형우 기자

2006. 03. 17

올해로 3년째 고궁에서 궁궐지킴이 자원봉사를하고 있는 주부 최연섬씨(41).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궁궐에 대한 정보를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면서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는 그가 들려주는 봉사활동 체험기.

최연섬 주부의 궁궐지킴이 자원 봉사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창덕궁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궁궐 곳곳을 안내하는 일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인 궁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전달해 사람들이 궁궐을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창덕궁은 아무 때나 관람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내·외국인별로 구분해 정해진 시간대에 궁궐지킴이의 안내에 따라 관람이 가능하다. 궁궐의 역사와 유래, 곳곳에 얽힌 사연들을 들으며 2.5km인 창덕궁 관람코스를 도는 데 총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또한 건출물과 주변환경, 그리고 관람질서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궁궐을 보존하고 가꾸기 위한 활동도 병행한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위탁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체력이 약한 내가 하기에는 벅찼다 그러다 우연히 궁궐지킴이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이라는 단체를 찾았다. 학창시절부터 우리나라의 역사 및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내게 이 봉사는 안성맞춤이었다.
궁궐지킴이는 궁궐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특히 많은 시간과 육체적 노력을 요구하지 않아 주부들이 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다만 관람객들을 이끌면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기 전 60시간 정도 이론 및 현장교육을 받아야하는데, 궁궐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리 없이 소화 할 수 있는 과정이다.
일주일에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쪼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내가 좋아하는 궁궐도 마음껏 둘러본다는 일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또한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고 문화적 식견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도기 때문에 자기개발 측면에서도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정갈한 마음으로 궁궐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모니터링을 하는 일은 육체의 건강에는 물론 정신수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시가과 일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궁궐은 일상을 잠시 잊고 ‘느리게 살기’를 실천할 수 있는 체험학습장이다. 집안 살림에, 아이들 뒷바라지에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가는 내게 궁궐은 더 없이 훌륭한 안식처가 되는 동시에 싱싱한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실제로 궁궐 지킴이 봉사를 하고 나 후부터 건강이 좋아졌다. 뿐만 아니라 타인들에게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 하다 보니 자기 만족감과 보람을 느껴 일상생활에서 받게 되는 자잘한 스트레스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3년 전 처음 봉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남편은 ”토요일에 무슨 봉사냐”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설명하는 내 모습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창덕궁은 태종5년 정궁인 경복궁의 이궁이로 지은 궁궐인데요,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불타자 광해군 때 다시 짓고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 역할을 했어요. 현재 남아있는 조선의 궁궐중 그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을 뿐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탁원ㄹ해 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최연섬 주부의 궁궐지킴이 자원 봉사

창덕궁에 대해 내가 개략적인 설명을 하자 관람객들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금 이 다리가 태종 11년에 만들어진 금천교에요. 임금 행사 시 의장행렬을 고려해 넓게 만들어졌다고 해요. 석교 아래를 보시면 남쪽에는 해태상이, 북쪽에는 거북상이 배치돼 있는데, 이는 각 방위의 잡귀를 쫓아내는 상징입니다.”
정해진 코스를 돌면서 이어지는 내 설명에 관람객들은 ”아! 그렇구나”를 연발하며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깊이 배어 있는 조상들의 지혜와 사연을 되새기곤한다. 아직은 추운 날씨 탓에 방문객들이 그다지 많지 않지만 봄가을에는 하루 수백명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안내활동을 해야한다. 그러나 내 안내와 설명에 따라 관람을 마치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면 피곤함이 절로 사라진다.


궁궐지킴이 이렇게 할 수 있어요
현재 ‘궁궐지킴이’ 봉사활동은 ‘(사)한국의 재발견‘에서 봉사자 모집에서부터 교육, 실습까지 전담해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궁궐지킴이 자원봉사를 하려면 매해 12월 이 단체에 신청한 후 3개월(약 60시간)의 이론교육과 실습, 6개월 동안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교육비 10만원, 현재 2백50여 명의 궁궐지킴이가 경복궁, 창경궁, 덕수궁, 창덕궁, 종묘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한국의 재발견 :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수진빌딩 508호, 문의 02-723-4206 www.palace.or.kr

※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는 주부들의 훈훈한 사연을 찾습니다. 자원봉사를 하시는 주부 본인이나 주위 분들의 간단한 사연을 적어 연락처와 함께 이메일(real1life@hanmail.net)로 보내주세요. 문의 02-361-0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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