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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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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부터 다지는 한글교육’

27년간 우리 글 연구한 장덕진 교사가 알려주는

기획·이한경 기자 / 글·서정임‘자유기고가’ / 사진ㆍ정경택 기자

2006. 02. 09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이라서 오히려 가르치기 어려운 것이 바로 한글이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을 기초부터 익힐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 ‘우리글 한글공부’를 운영하고 있는 장덕진 교사로부터 기초부터 다져주는 한글교육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기초부터 다지는 한글교육’

최근 숭례문 대신 ‘훈민정음’을 국보 1호로 지정하자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한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다. 한글은 세계적으로도 과학적이고 우수한 언어임을 인정받아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조차도 한글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부산 양성초등학교의 장덕진 교사(57)는 아이들이 이처럼 ‘한글에 약한 한국인’으로 자라는 것이 안타까워 올해로 27년째 한글의 원리와 특성을 이용한 체계적인 한글 익히기 교육법 개발에 정성을 쏟고 있다.
“79년 부임 첫해 6학년 담임을 맡았어요. 그런데 3명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졸업을 1년 앞두고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더군요. 그런 상태로 졸업시킨다면 교사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한글교육법을 연구해가며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3명의 아이들이 두 달 만에 한글을 익히는 것을 보고 장 교사는 한글이 누구나 익히기 쉬운 과학적인 언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이들이 글자 하나씩은 잘 읽는데 좀처럼 이어 읽기를 못했다는 것. ‘국어’라는 단어를 ‘국, 어’라고 끊어 읽지, ‘구거’라고 이어 읽지 못했다. 연음법칙을 몰라 생긴 문제지만 아이들에게 딱딱한 문법을 쉽게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장 교사는 중·고등학교 문법책을 샅샅이 뒤져 아이들에게 문법을 이야기식으로 쉽게 풀어 가르치는 나름의 방법을 개발해냈다.
오랜 세월 다각도로 한글교육을 연구해온 장 교사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인터넷 사이트 ‘우리글 한글공부(http:// user.chol.com/~v1732/frame1.htm)’에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모두 모아놓았다. 이 사이트는 하루 평균 1천여 명이 접속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장 교사는 요즘 아이들의 학습능력이 예전 아이들보다 현저하게 저하됐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어휘력과 이해력의 쇠퇴가 심각하다는 게 장 교사의 견해다. 보고, 듣고, 배우는 것 많고, 말도 잘하는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이나 이해력이 예전 아이들 같지 않다니 믿기 어려운 말이다. 하지만 장 교사는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상태에서 표면적으로 익히는 지식의 양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지적한다.
“국어는 다른 모든 과목의 기초가 됩니다. 수학이나 과학의 기초도 국어인데 국어 이해력이 떨어지니 문제 이해력과 사고력이 떨어져서 수학, 과학 성적까지 동반 저하되는 양상이 나타나는 거지요.”
국어의 기초는 역시 한글이다. 때문에 장 교사는 어릴 때 얼마나 탄탄하게 한글 익히기 과정을 거쳤는지가 아이들의 평생 학습능력을 좌우한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장 교사는 언어능력을 관장하는 두뇌의 후두부가 발달하기 시작하는 만 6세가 최적기라고 말한다. 조기교육이 일반화되고 있는 요즘 추세에서는 아이가 글자에 관심을 보이고 글씨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손가락 힘이 세지는 5세 정도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고 한다.

국어 못하면 문제 이해력과 사고력 떨어져 수학, 과학 공부도 못해
장덕진 교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우리글 한글공부’에는 아이에게 쉽게 한글을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가득하다. 그의 한글교육은 입문·전개·정리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세 가지 과정은 모두 10단계로, 단계마다 필요한 학습자료를 이 사이트에 무료로 공개해두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글을 정확하게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기초부터 다지는 한글교육’

30년 가까이 아이들을 가르치며 한글교육법을 연구해온 장덕진 교사.


5세 정도의 아이나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는 가장 기초가 되는 입문과정(1~4단계)의 1단계부터 시작한다. 1단계에서는 연필 잡는 법, 선긋기 연습 등을 배워 바른 글씨 쓰기의 기초를 익힌다. 2단계에서는 기본음절표의 글자들을 ‘학교 종’ ‘뽀뽀뽀’ 등의 동요를 통해 접해본다. 장 교사는 “이 단계에서는 글자를 외운다기보다는 글자의 모양과 소리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한글 학습과정이 시작되는 것은 3단계부터. 한글의 이름과 순서, 원리를 알아보는 단계다. 요즘 아이들은 ‘ABC’ 송을 능숙하게 부르며 알파벳 26자의 순서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한글의 닿소리(자음) 14자와 홀소리(모음) 10자의 순서와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 한글 닿소리는 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순서로 배열되어 있을까? 장 교사는 ‘왼쪽으로 갈수록 맑고 고운 소리, 오른쪽으로 갈수록 거센소리’라며 한글 순서의 원리를 설명한다. 4단계는 3단계에서 익힌 기본음절을 구구단 외듯 완전히 익혀 놀이를 통해 그것을 확인한다. 낱말찾기 놀이는 아이가 글자 조합의 원리를 스스로 깨닫도록 해준다고.
전개과정은 5~8단계까지. 글자 모양을 알고 있는 6세 정도의 아이라면 무난하게 익힐 수 있는 5~6단계에서는 본격적인 닿소리, 홀소리의 음가 발견과 읽기를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낱말과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지도한다.
7단계에서는 겹홀소리를 익힌다. 이 단계는 엄마와 아이들 모두 어려워하기 때문에 ‘ㅐ, ㅔ, ㅖ, ㅘ’ 등의 겹홀소리 음가와 생성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8단계에서는 받침 있는 글자들을 읽고 쓴다.
9~10단계(정리과정)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7세들을 위한 과정이지만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문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엄마가 먼저 공부한 다음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 9단계에서는 아이들이 받아쓰기를 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겹받침 읽고 쓰기를, 10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발음 나는 법과 띄어쓰기를 익힌다. 연음법칙, 대표소리, 경음화, 격음화, 구개음화 등 학창시절 배운 문법들이 총망라돼 있다.
“교육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한 겁니다. 너무 급하게 앞서 나가려 하지 말고 지금은 좀 더디더라도 차근차근 하나씩 제대로 알아가면서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것, 그게 교육의 근본이 아닐까요. 우리 아이들이 한글을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한글 가르칠 때는 이렇게~

▼ 연필 잡는 방법부터 가르쳐라
뭐든지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 바른 자세, 바른 습관에서 바른 생각, 바른 지식이 비롯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바르게 연필 잡는 법부터 가르친다.

▼ 획 긋는 순서를 가르쳐라
요즘 엄마들은 글자를 알기만 하면 되지 획의 순서가 왜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순서를 무시하고 글자를 쓰다 보면 글자 모양이 흐트러지고 바른 글씨체가 나올 수 없다. 또한 모양과 순서를 생각하고 쓰다 보면 사고력 또한 자연히 높아진다.

▼ 조합의 원리를 가르쳐라
한글의 닿소리와 홀소리가 만나서 어떻게 글자를 이루는지 그 원리를 알려준다. 어렵고 딱딱하게 설명하지 말고 이야기식으로 쉽게 풀어서 가르치는 것이 요령. 엄마가 먼저 ‘우리글 한글공부’를 통해 공부하고 이해한 다음 아이의 단계에 맞춰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다.

▼ 읽기와 쓰기를 병행하라
한글을 읽을 때는 연음법칙(퐁당법칙)에 신경 쓰면서 읽게 한다. 또한 ‘우리글 한글공부’ 사이트에서 단계별 쓰기 자료를 내려받아 읽기와 쓰기를 병행한다.

▼ 한 가지씩 집중적으로 가르쳐라
한꺼번에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단계별로 차근차근 익히게 한다. 하지만 아이의 수준이나 기호에 따라 단계와 속도를 조절해 가르치는 것이 좋다.

▼ 조급함을 버려라
다른 아이보다 먼저 익혀야 한다는, 혹은 다른 아이보다 배우는 속도가 느려서는 안 된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기초를 탄탄하게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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