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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특별한 교육체험

두 아들 영재로 키운 재미성악가 전춘희의 남다른 태교 & 육아

“인내심과 집중력, 창의력 키우는 데 음악만큼 좋은 게 없어요”

기획·김명희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ㆍ박해윤 기자

2006. 01. 06

재미 피아니스트 폴 김과 결혼,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성악가 전춘희씨. 남편을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되도록 내조하는 한편 두 아들을 영재로 키워내 ‘훌륭한 어머니상’과 ‘영재교육자상’을 수상한 그가 들려준 영재교육법.

두 아들 영재로 키운 재미성악가 전춘희의 남다른 태교 & 육아

남편인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폴 김(김성일·46)과 함께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 전춘희씨(50). 그는 이름난 음악가이기도 하지만 두 아들을 영재로 길러낸 것으로 더 유명하다. 장남 매튜(19)는 아홉 살에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것을 비롯해 2002년 9·11 테러 1주년 기념 추모 음악회, 뉴욕 시의회 개회식 초청 연주회 등에 출연하면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학구적인 재능도 뛰어나 지리학 경연대회, 컴퓨터 경연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은 매튜는 뉴욕 영재학교와 특수 과학고인 스타이브센트 고등학교를 거쳐 현재 뉴욕대에 장학금을 받고 다니고 있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뉴욕 영재학교에 입학했던 둘째 아들 제임스(16)도 형의 뒤를 이어 스타이브센트 고교에 재학 중이다. 2001년 뉴욕주 수학·과학 경시대회에서 매튜가 두 부문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 동생은 두 부문 은메달을 따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두 아들을 영재로 키워낸 공로를 인정받아 99년 뉴욕시가 수여하는 ‘훌륭한 어머니상’과 2000년 ‘영재교육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자전적 수필 ‘행복한 사랑의 아리아’ 출판을 위해 잠시 귀국한 그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 빠른 성장속도에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매튜가 생후 9개월 되던 무렵 미국 50개 주로 구성된 퍼즐을 사다가 각 주의 이름을 읽으면서 모양 맞추는 놀이를 했어요. 그런데 며칠 후 혼자 50개 주를 정확하게 제 위치에 놓는 거예요. 우연이 아닐까 싶어 세계지도 퍼즐을 준비해서 같은 방법으로 놀이를 했는데 그것도 금방 익히더라고요.”
처음 그는 ‘매튜가 좀 똑똑한 아이인가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으나 매튜는 이후로도 여러 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36권짜리 유아용 백과사전을 선물했는데 숫자를 배운 적이 없는 아이가 뒤죽박죽 섞인 책들을 1권부터 36권까지 맞춰 순서대로 놓았다는 것.
“책장에 1권부터 36권까지 진열된 숫자의 모양을 보고 순서를 암기한 것 같았어요. 저희는 그제야 매튜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인 걸 깨닫게 됐죠. 그 후 매튜의 빠른 성장속도에 저희 부부는 공포감까지 갖게 됐어요.”
매튜는 TV 광고에서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전화번호를 줄줄이 외우는가 하면 곤란한 질문을 하고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남편이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그때 세 살이던 매튜가 졸업식 식순을 줄줄 읽고 영어 스펠링까지 또박또박 발음을 하는 거예요.”
마침 식장에 ABC TV의 한 간부가 그의 가족석 바로 앞줄에 앉아 있다가 이 광경을 보고 바로 방송 출연을 제의했지만 그와 남편은 사양했다고 한다. 어린아이를 일찍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았던 것이 이유였다고.
메튜는 네 살 때는 언어·수학적인 재능뿐 아니라 음악적인 재능으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남편이 독주회를 열었는데 연주가 대성황을 이뤄 앙코르 요청을 받게 됐죠. 남편이 ‘어떤 곡을 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무대 뒤에 있던 매튜가 “아빠 나도 피아노 칠 수 있어” 하더니 붙잡을 사이도 없이 무대 앞으로 뛰어갔어요.”
당황한 그가 뒤쫓아갔지만 상황은 벌써 시작되고 있었다. 관객들은 꼬마의 출현에 어리둥절했지만 아이의 행동이 귀엽다며 박수를 쳤다. 매튜는 피아노에 올라 모차르트의 ‘아기별 변주곡’을 연주했고 이어 쇼팽의 왈츠를 쳤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어린아이의 피아노 실력에 놀라 연신 박수를 쳤다.

두 아들 영재로 키운 재미성악가 전춘희의 남다른 태교 & 육아

전춘희씨 부부와 두 아들. 그의 두 아들은 2001년 뉴욕주 주최 수학·과학 경시대회 금·은 메달을 석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에 땀이 난다고 한다. 그 사건 이후 매튜는 전문가들로부터 지능검사를 받았는데 “네 살짜리 아이의 최고치를 넘어서서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판정을 받고 난 이후 그의 부부는 불행한 삶을 살았던 천재들이 떠올라 기쁨보다 두려운 마음이 앞섰다고 한다.
아들을 영재로 키운 것이 알려지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어떻게 태교를 하고 키웠느냐”는 것. 그러나 그는 매튜를 임신했을 때 남편 대신 생계를 꾸리고 살림하느라 느긋하게 태교에 신경을 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매튜가 영재 판정받았을 때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섰어요”
“당시 저희는 학생 부부였어요. 그런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남편이 먼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제가 휴학을 했어요. 오전에는 도서관 사서 보조로, 오후에는 피아노 레슨으로, 저녁에는 회계사 사무실에서 세금 보고를 하는 일을 가져와서 아르바이트를 했죠.”
하지만 그는 힘든 생활 속에서도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부르며 태아에게 안정감을 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그는 “남다른 태교법이 있었다면 올리비에 메시앙의 음악을 들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아비뇽 출신인 메시앙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최고의 작곡가로 드뷔시와 라벨 이후 20세기 서양 음악계에 가장 큰 업적을 남긴 인물.
“저는 남편과 결혼하고 나서야 메시앙 음악을 접하게 됐어요. 남편은 1970년대 말 뉴욕 맨해튼 음대 재학시절 메시앙의 ‘새의 카탈로그’를 듣고 피아노로 수백 종류의 새소리를 표현하는 것에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해요. 자신의 음악세계가 혁명적으로 변했다는 말까지 할 정도였죠.”
메시앙의 음악은 어렵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면 예술적인 감흥을 줄 뿐 아니라 과학, 수학, 철학, 논리학의 영역에까지 감동이 미친다고 한다. 남편의 학위 주제가 메시앙이고 메시앙이 남긴 피아노 음악 전곡을 녹음하는 것이 프로젝트여서 매일 메시앙 음악을 듣게 되었지만 그도 처음에는 그 진가를 몰랐다고 한다.
“태교음악 하면 대표적으로 모차르트를 꼽는데 밝고 경쾌하고 엄마의 심박동 소리와 비슷한 4분의 3박자의 왈츠 리듬이기 때문에 안정감을 준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죠. 반면 메시앙의 음악은 단순하지 않아요. 악보도 읽기 어렵죠. 그런데 바로 이 점이 태아의 지능개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임신 기간 내내 남편은 메시앙의 피아노곡을 연주하고 그는 태아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며 교감을 했다. 그런데 남편에게 말은 안 했지만 내심 ‘태아에게 이렇게 힘든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옳은가’라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고.
그런데 매튜의 태동이 본격화되면서 우려가 사라졌다. 아빠가 아이를 향해 “잘 있었니?” 하고 피아노 건반을 치듯 엄마 배를 두 박자로 두드리면 태아도 두 박자로 ‘톡톡’ 발길질을 한 것. 세 박자로 두드리면 세 박자로 응답을 했다고. 둘째인 제임스도 매튜보다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식으로 응답을 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난해한 메시앙 음악을 들으며 뱃속에서부터 리듬과 숫자 개념을 익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악기 연주가 창의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매튜와 제임스가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 데는 상당부분 자신의 가족이 음악을 먹고 마시고 숨 쉬며 살아가는 음악가족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는 이야기다.
“매튜가 태어났을 때 저희 집은 매우 좁았어요. 12평 아파트였는데 거실 대부분이 남편의 그랜드 피아노로 채워져 아이가 놀 공간이 없었어요. 어린 매튜는 아빠가 피아노 연주를 할 동안 항상 피아노 밑에서 놀았어요. 아빠가 피아노 연습을 하면 발밑을 기어 다니다가 피아노 다리를 껴안고 잠을 자곤 했죠.”
어느 날은 아빠가 연습을 하고 있는데 매튜가 피아노 페달을 밟는 아빠의 발가락을 깨물었다. 피아노를 직접 치고 싶다는 의사를 그런 식으로 표현한 매튜는 제대로 서지도 못할 때부터 아빠가 피아노 연습을 하려고 하면 먼저 기어 올라가 피아노 건반을 눌렀다고.

“매튜가 피아노를 좋아해서 세 살 무렵부터는 제가 직접 가르쳤어요.”
그는 어린이의 창조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예능만큼 좋은 게 없다고 한다. 악기 연주와 감상만으로도 아이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충분히 키워줄 수 있기 때문.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 감상을 할 때 중요한 건 끝까지 진중하게 마무리를 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특히 산만하고 집중을 못하는 아이에게는 피아노를 가르치면 매우 효과적인데 피아노는 두뇌로 악보를 읽으며 박자를 계산하고 두 손으로 건반을 누르고 양발로 페달을 밟아야 하는, 온몸의 신경 시스템을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악기이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걷기 시작할 때부터 도서관에 가서 읽기 습관 길러줘
두 아들 영재로 키운 재미성악가 전춘희의 남다른 태교 & 육아

그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으나 독서와 일기만큼은 빠뜨리지 않게 했다고 한다. 그의 집은 3층 주택인데 한층은 생활공간으로, 또 한층은 음악연습실로, 남은 한층은 서재 겸 도서실로 사용하고 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 그는 아이들이 걷기 시작할 때부터 도서관에 가서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었다고 한다. 여러 장르의 책을 읽은 후에는 짧게라도 독후감을 쓰게 하고 책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특히 아이들이 세 살이 되면서는 한쪽 페이지에는 영어, 다른 쪽 페이지에는 한글로 일기를 쓰게 했다. 한국말이 어려워 쓰기 싫다고 하면 일기를 쓸 때까지 밥을 주지 않았다고.
“미국에 살면서 왜 한글로 글을 써야 하는지 아이들이 이해를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는 일찍이 한국을 떠나 살면서 외로울 때마다 글을 쓰며 위안을 받았다’고 했어요. 그러자 아이들은 ‘우리는 절대 외롭지도 고독하지도 않으니까 어려운 한글은 쓸 필요가 없다’고 항의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97년 아이들이 한국을 다녀와서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고마워하더라고요.”
그는 둘째인 제임스는 평범한 아이기를 바랐다고. 하지만 제임스 역시 지능검사에서 영재 판정을 받았고 이후 그는 두 아이를 유별나게 키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영재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올바른 인성교육을 하지 않으면 교만하고 이기적인 아이로 자라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이들의 교우관계를 원만히 해주기 위해 친구들을 자주 집으로 불러들여 놀도록 하며 신경을 써주었죠. 또 몇 차례 월반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거절 했어요. 제 또래 아이들과 건강하게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였죠.”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어느 시기가 되면 놓아주어야 한다”며 “이제는 두 아이가 자기 인생의 아름다운 둥지를 만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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