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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늘 도전하는 그녀

‘난자기증 지원재단’ 만든 벤처사업가 이수영

“불임시술과 난자기증, 두 가지 목적으로 난자 채취할 계획이에요”

글·강지남 기자 / 사진ㆍ홍중식 기자

2006. 01. 04

온 사회가 ‘황우석 논란’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벤처사업가 이수영씨가 최근 연구·치료 목적의 난자기증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해 화제다. 2004년 전신마비 장애인 정범진씨와 결혼한 그는 “불임시술과 난자기증 두 가지 목적으로 2월 중 난자를 채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자기증 지원재단’ 만든 벤처사업가 이수영

지난해 11월 이수영 ㈜이젠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41)의 주도 하에 ‘연구·치료 목적 난자기증 지원재단’(이하 난자재단, www.ovadonation.or.kr)이 결성되자 2~3주 만에 1천 명이 넘는 여성들이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나서는 등 반응이 뜨겁다. 지난 12월15일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의 충격 발언 이후 ‘황우석 쇼크’가 일어난 다음 날 이수영씨는 오히려 “난자 기증 일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3명의 여성들이 난자 채취를 위해 필요한 건강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황우석 교수가 2004년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 1개를 얻는 데 성공한 사실은 변함없어요. 또 앞으로 황 교수가 논문 재검증, 혹은 재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난자가 더욱 필요해요.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줄기세포 연구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자재단의 사업은 계속될 겁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많은 여성이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나서는 현상에 대해 ‘성급한 국익주의’라고 비판하고 과배란을 통한 난자 채취가 잠재적으로 불임, 암, 사망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수영씨는 이러한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 또박또박 반박했다. “불임시술용이나 기증용이나 난자를 채취하는 방법은 똑같은데, 그 동안 불임시술용 난자 채취에 대해서는 위험성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다가 난자재단이 만들어져 많은 여성이 기증에 나서겠다고 하자 위험성을 강조하는 건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난자 채취를 한 여성들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 수집된 데이터가 전혀 없어요. 앞으로 난자재단이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의 건강문제에 대한 데이터를 내놓을 계획이에요.”
이수영씨는 난자재단을 가장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불의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더 이상 여성들이 난자를 기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난자재단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 가입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난자 채취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재단이 떠맡을 예정이라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난자 기증자의 요건도 까다롭게 정했다. 현재 고등학생부터 중년 여성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난자 기증에 나서는 여성들의 연령은 20대 후반~30대 중반으로 제한된다. 또한 이미 결혼한 여성이어야 하고 향후 출산계획이 없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켜 실제 난자 기증에 나서게 되면 먼저 난자 채취에 대해 설명 듣고, 건강검진 받고, 난자 기증 동의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호르몬 주사를 맞은 후 난자를 채취하게 된다.
이수영씨는 자신 또한 난자를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임시술을 위해 난자를 채취할 계획인데, 이와 동시에 자신의 난자를 연구용으로도 기증하겠다는 것. 2004년 9월 전신마비 장애를 딛고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 부장검사에 오른 정범진씨(39)와 결혼한 그는 “결혼 초부터 남편과 자연적으로 임신되기를 기다려보다 안되면 불임시술을 받고, 그것도 안되면 입양을 하기로 했었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1년 넘도록 임신되지 않아 불임시술을 받아보자고 맘먹은 차에 난자매매 문제가 불거져 난자재단을 만들게 됐다는 것. 남편이 오는 2월 휴가를 얻어 한국에 들어올 예정인데, 그때 맞춰서 난자를 채취해 기증도 하고 불임시술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난자 채취한 뒤 난자 기증 원하는 여성들에게 경험담 들려줄 계획
“직접 난자 채취를 해본 경험을 난자기증 의사를 밝힌 여성들에게 들려주려고 해요. 채취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감내하기 힘들었는지, 채취할 때 아팠는지, 채취하고 난 후 건강 상태는 어떤지 등에 대해서요. 난자 채취의 정확한 과정을 알고 기증하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난자기증 지원재단’ 만든 벤처사업가 이수영

세간에는 그가 5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한 것을 두고 ‘남편이 전신마비 장애인이기 때문에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는 게 사실. 그러나 그는 “황 교수의 연구성과 덕분에 남편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연구를 하는 이들에게 난자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재단 설립에 대해 남편 정범진씨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남편은 내가 하는 일을 믿고 지지해주는 편”이라면서 “안 그래도 사업 때문에 바쁜데 일을 더 벌여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까봐 걱정하는 눈치”라며 웃었다. 정범진씨 또한 지난 11월 뉴욕 브루클린 법원의 판사로 임용돼 더욱 바빠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검사나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이 되어야 판사에 임용되고, 판사 임용에 몇 년씩 지원을 해도 계속 탈락하는 법조인들이 부지기수인데 정씨는 단 한 번에 합격됐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2~3개월에 한 번씩 이수영씨가 뉴욕으로 건너가 만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첫 번째 결혼기념일을 뉴욕에서 보냈는데, 그날 그만 다투고 말았다며 웃었다.
“결혼기념일 저녁에 뉴욕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가장 비싼 밥을 먹었어요. 남편이 몇 주 동안 점심을 샌드위치로 때우면서 모은 돈으로 한턱낸 거였어요.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잖아요. 전 무척이나 감동했는데, 그런 제 기분을 남편이 기대한 만큼 표현하질 않았나봐요. 그거 때문에 남편이 삐쳐서 서로 투닥거렸어요(웃음).”
2004년 결혼을 앞두고 그는 한 시사주간지가 자신의 이혼 전력과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는 이 시사주간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지난해 여름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포기했다.
“그 언론보도가 제게는 너무나 큰 상처였어요. 제보자가 밝힌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저와 그 제보자가 서로 다투어 밝혀야 할 문제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 인생을 가지고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무슨 짓인가 싶어 더 재판하기를 그만뒀어요.”
그는 2월 불임시술을 앞두고 있다.
“불임시술 성공확률이 그다지 높지 않잖아요. 그래서 기대를 키우진 않고 있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요. 불임시술에도 실패하면 그때는 입양을 생각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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