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충격 사연

친엄마에게 팔려 5년 동안 접대부 생활한 A양 사연

‘열두 살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10여군데 유흥주점에 팔려 다녀…지금은 검정고시 공부하며 새로운 인생 준비 중’

글·강지남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5. 12. 07

지난 10월 선불금을 받고 친딸을 유흥주점에 팔아넘긴 인면수심의 40대 여성에게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그의 딸은 현재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며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A양의 기막힌 사연.

친엄마에게 팔려 5년 동안 접대부 생활한 A양 사연

“처벌을원해요.”
세상에는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와의 관계가 건널 수 없는 다리처럼 영영 멀어져버리는 일도 있는가보다. 올해 18세인 A양은 구속 기소된 자신의 친엄마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처벌을 원한다”고 또박또박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A양과 그의 친엄마 김씨(45)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10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는 친딸 A양을 선불금을 받고 12차례나 유흥주점에 팔아넘겨 접객 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청소년보호법 위반 등)로 김씨에 대해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서 다방을 운영하는 김씨는 이혼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A양을 두었으며 재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는 세 아이를 둔 엄마다.
부모가 이혼한 뒤 A양은 친할머니 집에서 자랐다. 잠깐 이모에게 보내졌지만 다시 친할머니에게 돌려보내졌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신을 찾으러온 엄마 김씨의 손을 잡고 재혼한 엄마의 새 보금자리로 들어갔다.
A양이 처음 유흥주점으로 팔려간 때는 99년 여름. 김씨는 초등학교도 마치지 않은 열두 살짜리 딸을 강원도 춘천으로 데리고 가 선불금 4백50만원을 받고 P유흥주점에 팔아넘겼다. A양은 이때부터 유흥주점에 놀러온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또래의 여자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해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A양은 속칭 ‘2차 영업’도 나가야 했다. 손님 접대와 2차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은 모두 김씨가 챙겨갔다.
춘천의 유흥주점에서 1년 4개월을 보낸 A양은 2000년 겨울 또다시 엄마 손에 이끌려 강원도 홍천의 S유흥주점으로 팔려갔다. 이때도 엄마는 선불금 4백만원을 챙겨갔다. 남자손님들의 유흥을 돋우고 2차 영업을 나가는 생활은 또다시 반복됐다. A양은 홍천의 S유흥주점을 시작으로 2003년 가을까지 홍천에서만 10군데의 유흥주점을 전전해야 했다. 엄마 김씨가 유흥주점에서 A양의 돈벌이가 성에 차지 않으면 다른 유흥주점으로 옮기기를 강요한 까닭이다. 이 유흥주점에서 저 유흥주점으로 철새처럼 옮겨다닐 때마다 김씨는 적게는 2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선불금을 챙겼다. 2003년 가을 A양은 마찬가지로 엄마 손에 이끌려 강원도 정선에 있는 M유흥주점으로 팔려나갔다.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동안 A양은 다른 접대부들과 함께 합숙생활을 했다. 열다섯 살 때는 2차 영업으로 임신까지 해 중절수술을 받는 고통도 겪었다.
재판부 관계자는 “김씨는 자기 딸이 자기가 번 돈을 화장품이나 옷을 사는 데 다 써버렸다고 주장하지만 김씨 주장보다는 A양 월급을 김씨가 통장으로 송금받거나 직접 받아갔다는 A양과 업주들의 일관된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흥주점 사장들은 김씨가 A양의 엄마인 사실을 알면서 A양을 고용하고 김씨에게 A양의 월급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올해 초 도망쳐 큰아버지 도움으로 엄마를 경찰에 신고
참다못한 A양은 접대부 생활에서 도망치기도 했다. 엄마가 찾을 수 없는 곳이라 생각하고 한 식당에 취직해 일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수소문 끝에 찾아온 엄마 김씨 손에 이끌려 다시 접대부 생활로 돌아가야 했다. 다방을 개업한 김씨는 지난해 봄 아예 A양을 자신이 운영하는 다방으로 데리고 가 커피 배달을 시켰다.
A양이 엄마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올해 초. 엄마의 집을 나온 A양은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고 오랫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내던 큰아버지와 연락이 닿아 그의 도움으로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지원센터인 ‘다시함께센터’를 찾았다. 이후 경찰에 엄마 김씨의 범죄 사실을 알려 김씨를 법정에 세운 것.

친엄마에게 팔려 5년 동안 접대부 생활한 A양 사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김씨)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아 정상적인 판단과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친딸로 하여금 술 시중을 강요했고, 딸이 2차 영업까지 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자신의 생활비와 재혼 남편과의 사이에 둔 세 자녀의 양육비 등으로 사용했으며 낙태 후 곧 다시 일을 하게 하는 등 범행의 죄질이 친모의 범행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극히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씨는 ‘딸이 학교에 가기 싫어했고 춤과 노래를 즐겨 스스로 유흥주점에 가서 일하기를 원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말들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으므로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올초 다시함께센터를 찾았을 때 정신적으로 상당한 불안감, 우울감, 알코올 의존성 등의 증세를 보이던 A양은 현재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고 한다. 그는 현재 청소년 쉼터에 머물면서 내년 초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를 치르기 위해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다시함께센터 김희재 간사는 “A양은 김씨에 대해 친모로서의 연민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며 “자신을 유흥주점으로 끌고 다닌 엄마가 구속됐다는 사실에 많이 안도하고 마음의 평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