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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영화처럼 극적인 묘사’다비드의 ‘사비니의 여인들’

2005. 11. 08

‘영화처럼 극적인 묘사’다비드의 ‘사비니의 여인들’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 사비니의 여인들, 1799, 캔버스에 유채, 385×522cm,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옛날 로물루스라는 사람이 작은 나라를 건설했습니다. 나중에 대제국 로마가 되는 나라였지요. 국가를 새로 세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당시 이 나라에는 여성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나라가 계속 번창하려면 후손이 많아야 하고 그러려면 여성도 많아야 했지요. 그래서 로마 사람들은 꾀를 내어 이웃의 사비니 사람들을 잔치에 초대했습니다. 사비니의 남녀가 맛있는 음식과 술을 잔뜩 먹고 취하자 로마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젊은 여인들을 빼앗아버렸습니다.
잔치에 갔다가 졸지에 여인들을 빼앗기고 쫓겨난 사비니 남자들은 몇 년 동안 이를 갈며 군사력을 길렀습니다. 마침내 군대를 이끌고 로마인들의 근거지인 카피톨리노 언덕을 포위한 사비니 남자들. 이제 로마와 사비니 사이에는 대격전이 벌어질 일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헤르실리아라는 여인이 두 군대 사이에 뛰어들었습니다. 다른 사비니 여인들도 헤르실리아의 뒤를 따랐습니다.
원래는 사비니 사람이었으나 로마 사람들에게 강제로 납치됐던 여인들은 이미 그들의 부인이 되어 자식을 낳고 오순도순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 오빠와 남편이 서로 죽이겠다고 전쟁을 하는 꼴이었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제발 전쟁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게 된 것입니다.
다비드는 이 장면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드라마틱하게 묘사했습니다. 싸우려는 남자들의 분노와 복수심, 그리고 이들을 말리려는 여인들의 애절한 호소가 무척이나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전설에 따르면 여인들의 이런 간절함이 효력을 보여 두 군대는 싸우지 않고 평화협정을 맺었다고 합니다. 로마는 나라의 기틀을 더욱 굳건히 하여 훗날 역사상 손꼽히는 대제국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한 가지 더∼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에게는 레무스라는 쌍둥이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아버지는 군신 마르스, 어머니는 여사제 레아 실비아였다고 합니다. 원래 여사제는 아이를 가지면 안 되기에 버림받은 아이들은 암늑대의 젖을 먹고 자랍니다. 훗날 둘은 나라를 세우는 문제로 다투다가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맙니다. 로마는 그렇게 비극 위에 세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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