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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가볼 만한 전시 ②

‘반갑다! 우리 민화’ 전

현해탄을 건너온 조선의 멋과 낭만~

글·김영남‘여성동아 인턴기자’ |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제공

2005. 10. 12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를 떠났던 조선시대 민화가 반세기 만에 한국에 돌아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일본의 5개 박물관에 흩어져 있던 우리 민화 1백4점과 소장 민화 16점을 한자리에 모아 특별전을 마련한 것. 보는 이를 절로 미소 짓게 하는 해학과 빼어난 색채 감각, 놀라운 추상성을 간직한 우리 민화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반갑다! 우리 민화’ 전

우리 조상의 멋과 낭만이 가득 담긴 민화 1백20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려 화제다. 지난 9월6일부터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계속되고 있는 ‘반갑다! 우리 민화’전이 바로 그것. 전시작 가운데 1백4점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를 떠났던 작품들이다.
조선시대 사대부들로부터 ‘속화’라 불리며 천대받았던 우리 민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수집·연구한 이들은 대부분 일본인. 이 가운데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는 ‘조선 민화의 매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을 만큼 우리 민화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나는 민화는 그가 일제 강점기 때 전국을 돌며 수집한 작품들이다.
‘반갑다! 우리 민화’ 전시장에 들어서면 민화의 아름다움을 미처 알지 못하고 이처럼 훌륭한 작품들을 일본에 넘겨버린 우리 자신이 부끄러워질 만큼 빼어난 그림들이 가득하다. 화려하고 대담한 색채와 개성 넘치는 화풍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여러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나무와 파초, 연꽃, 모란을 그린 화조도(花鳥圖·개인 소장). 이 작품은 평론가들 사이에 ‘조선 민화의 최고봉’이라는 극찬을 받는 그림으로 누런 황지에 홍색과 청색, 녹색을 강렬하게 대비시킨 색채 감각과 꽃·열매는 크게, 줄기·잎은 작게 표현한 대담한 화법 등이 현대 추상화를 연상시킬 만큼 매력적이다.
화려한 색채, 개성 넘치는 화풍으로 현대 추상화 연상시켜
‘반갑다! 우리 민화’ 전

화조도


4개의 눈동자를 가진 호랑이와 까치가 그려진 호작도(虎鵲圖·일본 구라시키 민예관 소장)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우리 민화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호작도는 어눌한 호랑이와 똑똑한 까치의 대비를 통해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인데, 이 작품은 네 개의 눈동자에서 강렬한 눈빛을 내뿜는 호랑이와 그를 바라보는 까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담아 색다른 개성을 느끼게 한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책장과 문방구를 그린 책가도(冊架圖)도 거대한 크기와 섬세한 화법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이만 3~4m에 이르는 책가도 작품 가운데 책가도가리개병풍(일본 구라시키 민예관 소장)은 야나기가 “처음 본 순간 전율을 느꼈다”고 말한 명작.
이 외에도 효(孝)·충(忠)·신(信)·예(禮)·의(義)·염(廉)·치(恥) 등 유교적 가치를 담은 글씨를 그와 관련된 고사성어와 문양으로 장식해 그린 문자도(文字圖), 원근법을 거꾸로 적용하는 등 파격적인 실험성을 담은 산수화 등이 볼 만하다.
잊혀져 있던 조선시대 평민 예술가들의 뛰어난 예술혼과 개성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그리고 전시작 대부분이 일본 박물관 소장품이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놓쳐서는 안될 전시. 10월30일까지. 관람료 어른 7백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 무료. 문의 02-724-0153
‘반갑다! 우리 민화’ 전

‘반갑다! 우리 민화’ 전에 전시 중인 민화 작품들. 문자도, 호작도, 책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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