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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경기도 꼼꼼여행

서평택으로 떠나는 이색 여행

군함 테마파크 구경하고 맛있는 조개구이 먹어요~

■ 기획·김정은‘여성동아 인턴기자’ ■ 글·조득진‘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2005. 04. 04

서평택 일대가 최근 이색 여행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군함을 개조한 함상공원의 독특한 재미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조개구이 맛이 일품인 서평택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나보자.

서평택으로 떠나는 이색 여행

서평택 일대는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 2001년 이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지역에서 바다를 체험하기 가장 좋은 곳이었다. 국도를 이용하면 서울, 인천 등 대도시에서 1시간대 거리인데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싱싱하고 풍부한 활어회, 넓은 갯벌, 붉은 낙조를 만날 수 있어 한나절 가족나들이 코스로 적당했기 때문.
그러나 서해대교가 세워지면서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서해대교를 이용해 곧장 충남 당진군의 왜목마을이나 만리포해수욕장, 안면도 등의 바닷가로 향한 것. 자연 서평택 일대는 충남 아산이나 예산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잠시 차를 세우고 바람을 쐬는 정도의 장소가 되어버렸고 평택호(아산호)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민관광지도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그런 서평택 일대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서해대교와 아산만방조제, 삽교호방조제를 잇는 삼각형 체험관광지가 형성되고 있는 것. 이 바람의 일등공신은 바로 서해대교 건너에 위치한 함상공원. 이곳은 그동안 활어회와 수산물 등 먹을거리 외에는 볼거리나 즐길거리나 부족했던 삽교호관광지에 색다른 체험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평택호관광지에 있던 조개구이촌도 새로운 모습으로 가세했다. 인근 서해안관광지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상차림으로 단골손님을 늘리고 있는 것. 삼각형의 한 축인 아산스파비스도 온천욕을 즐기려는 가족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해군과 해병대 병영체험 가능한 상륙함
서평택 삼각형 관광코스의 첫 번째는 군함 테마파크인 ‘삽교호함상공원(www. sgmarinepark.co.kr)’.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인 서해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삽교호관광지에 지난 2002년 문을 열었다. 동양 최초의 군함 테마공원인 이곳에는 세계 5대양을 호령하던 우리 해군의 군함 2척이 바닷가에 정박해 있어 마치 해군 기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함상공원에 전시된 2척의 군함은 인근 평택 2함대 사령부로부터 무상 임대받은 것으로, 미 해군과 우리 해군에 실전 배치되었다가 퇴역한 군함들이다. 이중 상륙함은 내부를 개조해 전시관으로 꾸며 해군의 변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구축함은 그대로 보존해 관광객들이 직접 해군의 병영 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해군 장병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태양 속으로’와 영화 ‘블루’ ‘동해물과 백두산이’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수륙양용 장갑차와 항공기, 함포 등 해군 장비와 함께 바다와 갯벌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150m의 선착장, 해군 군악대 연주 등 각종 이벤트 행사가 열리는 우드데크, 입체영화를 상영하는 입체영상관, 확 트인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자리한 함상카페가 있어 이색적인 체험과 함께 재미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함상공원의 특징은 함포 조종석에 올라 이리저리 조종을 해보고, 해병들이 타던 보트에도 올라 타보고, 40㎏이나 나가는 해군들의 군장도 메어보는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 미로처럼 얽혀 있는 군함 내부에 들어가 침실과 식당·의무실·화장실은 물론 작전회의실까지 구경할 수 있다. 전시물에 손을 대거나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여느 박물관과 달리 이곳의 전시관은 아이들에게 신나는 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관 초부터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한다.
함상공원 체험은 상륙함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원래 상륙함은 적의 해안에서 상륙 작전과 수송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데, 이곳에 전시된 것은 길이 약 100m, 폭 15m로 해군 약 1백20명, 수륙양용 전차 15대, 트럭 15대, 해병대 작전병력 5백여 명을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1945년 미국에서 건조돼 한국전쟁 당시 전투에 참가했으며,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함락 당시 난민철수작전을 수행했다고 한다.
서평택으로 떠나는 이색 여행


서평택으로 떠나는 이색 여행

삽교호함상공원에서는 군장을 메어보고, 함포 조종 체험도 할 수 있다.


상륙 작전 차량이 출입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던 상륙함 입구는 고래의 늑골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갈매기 모양의 조명 기구와 파도 모양의 현수막 등으로 장식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군 전시실과 해병대 전시실로 구분되어 있는 7개의 전시관에는 해군과 해병대에 관한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1전시관에서 제4전시관은 해군전시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꾸며진 침실에 밀랍으로 만든 해군 병사 인형을 놓아 실감을 더한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전시관마다 해군의 활동상이 소개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해군의 발전 과정, 함정과 함포의 변천사가 알기 쉽게 전시되어 있고 비교할 수 있도록 남한과 북한의 해군 제복을 입은 마네킹을 함께 세워놓았다.
한국 해전 역사상 최대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99년 연평해전 작전 상황을 묘사한 모형들과 당시 촬영한 영상을 함께 볼 수 있어 눈길을 끄는 제4전시관을 지나면 해병대를 주제로 한 제5전시관~제7전시관이 펼쳐진다. 해병대 주요 부대의 군기, 한국전과 월남전 활약상 등으로 꾸며져 있는데 특히 베트남전 당시 베트콩의 지하 동굴을 축소해놓은 모형이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전시관 관람을 끝내면 해병대 생활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도록 해병대가 직접 사용하는 하선망, 고무보트, 40kg 군장과 낙하산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40kg이 넘는 군장을 메어보느라 낑낑대는 아이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구축함에서 함포사격 체험하고 입체영상 관람
상륙함 갑판에서 두 함선을 연결하는 계단에 오르면 길이 120m, 폭 12.5m 규모의 구축함으로 이동하게 된다. 상륙함이 설명 위주의 전시관이라면 구축함은 원형 그대로를 보존해놓은 체험 전시관이다. 1944년 미국에서 건조됐으며, 해군 3백 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이 전투함은 1967년 미 해군소속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해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한다.
구축함에 들어서면 ‘1분 1초가 승패를 좌우한다’ ‘졸면 죽는다’ 등 군인들의 긴장감 넘치는 생활을 짐작하게 하는 글귀들이 실내 벽 이곳저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또 ‘귀신 잡는 해병대’ ‘무적 해병’ 등의 글귀가 적힌 유니폼 30여벌과 해양소년단복, 총 50정 등이 있어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마치 해병대원이나 해군장병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는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다.
구축함의 관람은 최상층부인 함교로부터 시작해 전투정보실을 거쳐 아래층인 함장실 및 통신실 등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계속해서 한층 아래에 위치한 사관실, 취사실, 이발실 등의 여러 복잡한 통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구축함 내부를 체험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수병 침실을 관람한 후 위층의 실물 함포와 헬기 격납고를 돌아보게 된다.
구축함 내부를 구경하다 보면 마치 미로 같다는 느낌이 들면서 비상시에 이 좁고 복잡한 길을 3백여 명의 병사들이 어떻게 뛰어다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데 안내자의 말에 따르면 구축함 내 모든 길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야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고, 실전 배치도 빨라진다고.
구축함에서 가장 재미있는 전시물은 뱃머리에 있는 5인치 함포, 미사일, 어뢰, 폭뢰, 40mm 함포, 20mm 기관포 등의 각종 무기들. 이들은 모두 실제로 사용했던 것으로 관광객들이 조종석에 직접 올라가 2인1조로 사격연습을 해볼 수 있어 최고 인기 코스로 꼽힌다.

서평택으로 떠나는 이색 여행

두 척의 군함을 다 돌아보고 나면 출입구 건물 2층에 있는 입체영상관에 들를 차례. 이곳에서는 특수 제작된 안경을 끼고 대형 고화질 스크린에서 입체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매시 정각과 20분, 40분에 약 15분간 상영되는데, 요즘엔 구석기 공룡시대를 다룬 ‘백공룡 티론’이 상영되고 있으며 올 여름부터는 ‘은하철도 999’와 ‘마법소녀의 환상여행’이 상영될 예정이다.
함상공원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 주말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7시, 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입장료는 어른 5천원, 어린이 4천원으로 입장료 안에 입체영상관 관람료가 포함되어 있다. 함상공원 입장권을 지참하면 아산스파비스 이용 시 입장료가 20% 할인된다.
함상공원 바로 옆에 자리한 삽교호관광지에는 눈여겨볼 만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고 박정희 대통령이 쓴 ‘삽교호’ 글씨가 새겨진 비석이다. 삽교호방조제 건설에 큰 관심을 가졌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0월26일 준공식에 참석해 한글로 ‘삽교호’라고 휘호를 남긴 다음 방조제 위를 걸어가며 국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는데 이 행사가 박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던 것. 박 대통령은 최근 개봉된 영화 ‘그때 그사람들’에서처럼 그날 저녁 궁정동 만찬장에서 총에 맞아 삶을 마감했다.
아산스파비스에서 즐기는 건강 맞춤 온천욕
서평택 삼각형 관광코스의 다음 꼭지점은 아산에서의 온천욕. 그중 온천 레포츠를 표방하는 온천 시설인 ‘아산 스파비스’는 가족들이 함께 찾기에 적당하다. 기존 남탕, 여탕은 물론 레포츠 개념을 도입한 대형 실내 온천풀에 건강촉진 시스템을 도입해 어른부터 아이까지 가족 모두 함께 온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인공 암반과 사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야외 온천풀, 3백여 평 규모의 사우나 시설과 수(水)치료 효과가 있는 바데풀까지 갖추어져 있어 두루두루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정도.
독일의 수(水) 치료 시설을 본떠서 지은 이곳은 무료로 개인 입욕 프로그램을 짜주는 한방 클리닉까지 마련되어 있는 점이 특징. 자신의 체질에 맞는 적절한 입욕 프로그램을 처방받을 수 있다. 가족 스파풀에서는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이용시간은 대욕장(사우나) 평일 오전 8시~오후 8시, 주말 오전 8시~오후 9시, 바데풀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 주말 오전 8시~오후 8시. 대욕장+바데풀+실외온천풀을 이용할 수 있는 정상입장요금은 어른 1만5천원, 어린이 1만원. 정상입장요금과 이용사항은 같으나 온천풀 바깥에 마련된 식당가로 출입이 자유로운 자유출입요금은 어른 2만5천원, 어린이 1만6천원, 대욕장 이용요금은 어른 7천원, 어린이 6천원이다. 오는 5월 말까지 SK텔레콤 멤버십 카드를 소지한 방문객에게는 정상입장요금이 50% 할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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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공원 체험과 온천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러야 할 삼각형 관광코스의 마지막 지점은 서평택 국민관광지 인근의 조개구이촌. 이때 아산만방조제를 타고 아산에서 평택으로 향하는 길은 서해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장소이기도 하다.
양이 푸짐하고 쫄깃한 맛이 살아 있는 조개구이
조개구이촌의 정확한 명칭은 ‘아산만 평택호 조개구이 풍물 번영회’. 이 주변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른다는 이곳에는 4차선 길가에 1백여 개 식당이 줄지어 있다. 식당마다 호객꾼들이 도로변으로 나와 손님을 부르는데, 이 또한 아이들에겐 신기한 볼거리. 서해안의 남당항이나 안면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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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만 갯벌에서는 요즘도 직접 조개를 캔다. 해안에서 제법 떨어진 곳까지 배를 타고 나가 바닷물이 빠지고 배가 갯벌에 묻히면 그때부터 조개 캐는 아낙네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아산만 갯벌에서 캐는 조개의 종류는 수십 가지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 가족끼리 번개탄 불에 둘러앉아 직접 조개를 굽고 껍데기에서 조갯살을 발라가며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부분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들러도 조개구이 맛을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저녁노을이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해질 무렵이 가장 운치 있다.
이곳 조개구이촌 중에서도 단골손님이 많기로 유명한 ‘은영이네집’은 우선 식당 창밖으로 들어오는 경치가 일품이다. 아산만 갯벌을 끼고, 우측으로 아득히 서해대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식당 벽에는 우연히 찾았다가 단골손님이 되었다는 한 지방대 교수가 써준 ‘불현듯 추억 생각나 기분으로 들어와 보니 주인의 마음을 알 수 없이 고와라. 오늘 내 여기 안 왔다면 다시 못 볼 석양과 훈훈한 인정 언제 또 맛보리’라는 글귀가 눈에 띄는데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닌 듯 쟁반 가득 살아 숨쉬는 조개를 내오는 주인의 인심이 후하다.
주인이 일러주는 조개구이 맛있게 먹는 노하우는 너무 바싹 굽지 말고 조갯살의 수분이 적당할 때 먹어야 한다는 것. 조개마다 먹는 방법도 다른데, 키조개는 양념을 끼얹어 구워먹고 가리비는 김치로 쌈을 싸먹으면 최고라고 한다. 때문에 이 집에서는 조개가 구워질 때쯤 묵은 김치를 내온다. 해물칼국수도 이 집의 별미로 조미료 대신 바지락으로 깊은 바다 맛을 내는데, 청양고추가 들어가 국물이 칼칼하면서도 끝맛이 시원하다.
서평택 삼각형 관광코스의 마지막인 조개구이촌에서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IC까지는 약 10분 거리. 저녁 무렵엔 평일과 주말 모두 차가 막히므로 아예 서해대교 야경까지 감상한 후 천천히 올라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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