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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공방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 둘러싼 배인순 vs 최원석 팽팽한 공방

■ 글·최호열 기자, 김순희 ■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4. 01. 02

배인순씨의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진실을 담은 소설’이라는 배씨의 책에 대해 최회장측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그동안 침묵하던 최회장이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배씨는 본지와 단독으로 만나 “최회장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양쪽의 입장을 취재했다.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 둘러싼 배인순 vs 최원석 팽팽한 공방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을 펴낸 배인순씨.


자신의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전남편인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61)으로 추측되는 재벌 총수와 여자 연예인들의 부적절한 관계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화제가 되었던 배인순씨(56)의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의 출판기념회가 지난 11월26일 저녁 7시 배씨가 운영하는 카페 ‘데이트’에서 열렸다.
40여 명 취재진들의 열띤 취재경쟁 속에서 조영구씨의 사회로 열린 출판기념회는 성황을 이루었다. 파문 이후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배씨는 “11월15일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잊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천도재를 지낸 후 며칠 동안 안면도의 바닷가에서 머리를 식히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22년 간의 결혼생활을 묻는 질문에 “결혼 후 1년이 지나면서부터 앞으로 살길이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남편, 시어머니와 갈등이 있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반쪽부모를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참고 살았다”고 지난 세월을 털어놓았다. 그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감정이 북받치는 듯 간간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부부간, 부모간에도 지켜야할 규칙이 있잖아요. 그런데 최회장은 부인을 비서처럼, 자식을 회사직원처럼 대했어요. 그는 회장 이전에 나의 남편이고, 아이들에게는 아버지예요. 그는 가족을 이끄는 가장으로 가족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죠. 전 그게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부부싸움을 해도 우린 얼굴을 마주 보면서 한 적이 없어요. 시어머니나 시누이 같은 제3자가 끼어들어 야단치고…. 그런 생활이 거듭 되니까 결국 우리 부부는 주종관계로 살 수밖에 없더군요.”
출간 이후 최회장측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번 책과 관련해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고 했다. 이렇듯 최회장측의 침묵으로 사그라들 것 같던 ‘…커피 한잔’ 파문이 예상밖으로 시간이 지나며 가열되고 있다. 애초 ‘터무니없는 내용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던 최회장측이 입장을 바꿔 배씨 책에 대해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 또한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은혁씨(27)가 언론을 통해 어머니의 자제를 호소하며 “어머니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는가 하면, 최회장이 직접 시사월간지 ‘신동아’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하고 있다.

최회장의 인터뷰가 실린 ‘신동아’가 발간되던 날, 배씨가 운영하는 카페 ‘데이트’에서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배씨는 그동안 음반 취입을 위해 노래 연습을 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줄곧 데이트를 지키고 있었다고 했다. ‘…커피 한잔’은 그동안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한 화제를 모으며 발매 1달만에 15만부가 판매되었다.

기자의 방문에 처음엔 “최회장이 뭐라고 했는지 관심도 없고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던 배씨는 최회장의 반박 내용을 확인하고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처구니가 없다’ ‘하늘이 알고 있다’는 반응과 함께 최근 벌어진 장남 은혁씨와의 갈등, 책 출간 이후의 심경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남의 눈에 눈물이 흐르게 하면 자기 눈에 피눈물이 난다는 게 이 세상의 이치라고 생각해요. 그가 나 때문에 자신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하는데, 22년 동안 내 가슴은 숯덩이가 되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하지 못할 거예요.”
그는 이혼사유가 자신의 외도 때문이라는 최회장의 주장에 대해 ‘현기증’을 느낀다고 했다.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 둘러싼 배인순 vs 최원석 팽팽한 공방

배인순씨의 전남편인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


“우리는 이미 이혼하기 3∼4년 전부터 부부관계도 하지 않았어요. 심지어 저에게 그러더군요. ‘내가 사우디로 돈 벌러 갔다고 생각하라’고. 자기는 다른 여자들을 집으로 끌어들여 놀고, 파티를 열면서…. 그게 말이 돼요? 전 그래도 가정을 지키려고 했어요. 그런데 저를 미행하고…. 제가 자존심이 상해 내 발로 걸어나가게끔 만든 거예요.”
최근 배씨와 최회장의 공방에서 세인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장남 은혁씨가 보인 입장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식들이 있는데 아버지가 여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머니 배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동생들이 구박을 받고 있다는 배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남편 사생활 폭로 목적 아닌 내 삶을 솔직히 털어놓고 싶었을 뿐”
그는 은혁씨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했지만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장남에 대한 섭섭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아들을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은혁이가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괴로운 일이 있을 땐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곤 했어요. 저도 아이들을 불러 밥이라도 해주곤 했고요. 며느리가 여자친구였을 때는 종종 데려오곤 했는데, 결혼 날짜를 잡으면서부터 갑자기 연락을 끊고, 찾아오지도 않았어요. 어른들이 눈치를 주었겠죠. 어른들이 그러면 안되죠. 엄마가 어떤 사람이든간에 생모가 살아 있으면 인사를 시키는 게 어른의 도리 아닌가요? 만나는 걸 막는 건 도리가 아니죠.”



그러면서 배씨는 최씨측을 향해 “아이를 앞세워 나를 공격하는 비겁한 행동을 그만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은혁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 편지는 정말 가족을 지키고 어머니를 사랑하기 때문에 보낸 것이다. 이것을 두고 마치 내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아버지 편에 서서 어머니의 가슴에 돌을 던졌다’는 식으로 해석하는데, 이는 정말 아니다” 하고 항변했다.
배씨는 또한 자신의 소설을 단지 전남편인 최회장과 여자 연예인의 부적절한 스캔들 쪽으로만 부각시키는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제가 살아온 삶을 가장 솔직하게 털어놓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 가슴속에 들어앉아 있던 앙금 등 모든 과거를 훌훌 털고 새출발을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러지 않으면 저를 속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앞으로 복지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카페 ‘데이트’를 운영하고, 앨범을 내고, 책을 출간한 것도 다 복지사업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것.

“복지사업을 하는 사람은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를 감추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으로, 그런 상태에서 복지사업을 하는 것은 가식일 뿐이죠. 그래서 부끄럽고 감추고 싶었지만 저의 살아온 삶, 치부까지도 다 드러낸 거예요. 그런데 그런 의미는 외면된 채 전남편의 스캔들 폭로로 부각이 되니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실제 그는 이혼 후 만난 남자와의 육체관계 등 여자로서, 아이 어머니로서 정말 숨기고 싶었을 법한 이야기까지 낱낱이 드러냈다.
“제가 전남편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책을 썼다는 주장은 억측이에요. 찬찬히 읽어본 사람들은 알 거예요, 최회장에 대해 오히려 좋게 썼다는 걸. 둘째한테 전화가 왔는데, 제 책을 안 보다가 얼마 전에 봤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책을 읽기 전까지는 아빠에 대해 무지하게 나쁜 소리만 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은 점을 너무 많이 썼다고 하더군요. 남편의 여자관계는 그로 인해 제가 정신적으로 너무 큰 고통을 받았기 때문에 빠뜨릴 수 없어 썼을 뿐이에요. 그걸 감추고서는 숯덩이가 된 내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가 없잖아요.”
인터뷰 내내 그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 둘러싼 배인순 vs 최원석 팽팽한 공방

‘신동아’를 통해 배인순씨의 자전 소설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힌 최원석·장은영 부부.


“배인순 책 내용 사실이면 왜 그때 날 간통으로 집어넣지 않았나”

“배인순씨의 자전소설은 악의에찬 거짓말이다.” 침묵하던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입을 열었다. 배인순씨가 쓴 자전소설의 충격적인 내용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그는 ‘신동아’를 통해 배씨 소설 내용의 사실 여부, 알려지지 않았던 이혼과정,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나운서 장은영씨와의 결혼생활 등에 대해 낱낱이 털어놓았다.
배인순씨의 책이 출간될 당시 최원석 회장은 아내 장은영씨(34)와 외국에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은혁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했다가 아들로부터 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는 것. 그는 “책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도 없고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배씨와 사는 동안 그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충분히 시달렸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실 일찍부터 결혼생활을 후회했어요. 하지만 내게 소중한 아이들을 안겨줬다는 걸로 덮고 살았죠. 그런데 이혼하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런다는 게… 무슨 악연인가 싶어요. 제가 선택했던 사람이니 누굴 원망하겠어요. 다만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들이 안쓰럽죠. 나 한 사람만 생각한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대응도 하고 싶지 않아요. 처음엔 저러다 잠잠해지겠거니 했는데 급기야 영화까지 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은혁이가 분을 삭이지 못할 정도로 몹시 힘들어합디다. 결혼한 지 얼마 안됐는데….”

그는 지난 12월3일 법원에 배씨의 책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은 아들 은혁씨의 뜻이었다고 했다. 배씨가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해듣자마자 귀국한 은혁씨가 엄마를 수차례 찾아가자 “엄마가 없다고 생각해라. 나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니냐”고 대답하더라는 것.
“은혁이는 ‘엄마가 지능이 어린아이 수준인 막내 재혁이(24)를 앞세워 인터뷰를 하는 등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를 이용하는 것을 더는 두고볼 수 없다’고 합디다. 엄마의 필요에 의해 재혁이를 이용하고 장충동에 보내곤 했으면서 거기(장충동)서 구박받고 살아 불쌍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더니 울분을 참지 못하더라고요.”
배씨의 책에 묘사된 C회장과 연예인들과의 충격적인 애정행각에 대해 “책 내용이 사실이라면 간통으로 집어넣을 수도 있었을 텐데, 무엇 때문에 참고 살았느냐”고 반문하며 책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위자료 50억원은 처음 듣는 이야기”
“그런 사람(연예인)들이 어떻게 대낮에 저희 집에 올 수 있답니까. 아이들이 자라는 가정집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아니, 남편이 ‘다른 여자가 집에 오기로 했으니 당신은 쇼핑이나 하고 오라’고 하면 순순히 ‘그러마’ 하고 걸어나갈 아내가 몇이나 있겠어요? 말도 안되는 소리죠. 세상에 그런 일을 저지른 남편이 있다고 칩시다. 그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면 ‘아내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집으로 다른 여자를 불러들였을까, 그 여자는 남편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남편이 다른 여자를 집에 들여도 가만히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디다. 그거, 여자로서 참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

그는 그런 일은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제정신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어느 연예인이 대문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고 책에 묘사돼 있는데 그런 일이 인적이 드문 시골도 아닌 보는 눈이 한둘이 아닌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다면 순식간에 세상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지 않겠냐”고 반박했다.
“그게(책 내용이) 사실이라면 간통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들이 그렇게 많은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참고 살았답디까. 그땐 제가 돈도 많았어요. 간통으로 집어넣겠다고 하면 돈을 달라는 대로 줄 수 있었겠죠. 아이들 생각해서 참고 살았다는데, 아무리 자식 때문이라지만 책 속에 묘사된 일들이 참고 살 수 있는 정도의 일인가요.”
배씨가 책을 낸 의도에 대해 “상업적으로 나를 이용하기 위해 출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방송활동도 해야 하고 지난 여름 문을 열었다는 카페를 선전하기 위해서라도 뭔가가 필요했겠죠” 하고 설명했다.
최회장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두 사람’의 이혼과정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 둘러싼 배인순 vs 최원석 팽팽한 공방

최원석씨는 동아건설을 회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아내의 외도 때문이었죠. 아내의 외도 사실에 대해 알게 된 건…, 직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부부 사이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아내의 외도를 눈치채고 심증을 굳힌 것은 92년인가 93년부터였지만 한동안 상대가 누군지 몰랐죠. 교통사고 당시에 K씨가 동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 이 남자구나’하고 알게 됐으니까요. 나중에 93년 초부터 교통사고가 나기 직전까지 두 사람의 해외여행 행선지를 살펴보니 입이 딱 벌어집디다. 조종사와 스튜어디스 관계라도 그렇게 같은 비행기를 타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92년부터 교통사고 직전인 97년 초까지 배씨와 K씨의 해외여행 기간과 장소가 중복된 것은 14차례. 이중 다섯 차례는 출국과 귀국 때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당시 “남편이 이혼을 위해 단순한 동승을 불륜관계로 몰아세운다”고 주장했다.
97년 10월23일 최회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8월29일 “배씨 명의의 서울 장충동 일대 땅 등 50억원대 부동산을 되돌려달라”며 부동산 소유권이전소송을 내기도 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재산을 되찾기 위한 소송이 아니라 그 사람 명의로 된 장충동 땅(3백평)을 K씨 앞으로 넘겨버릴지도 몰라서 마련한 제동장치였다”고 했다.

“그 땅은 교통사고가 나던 해 6월 제 명의로 이전키로 약속하고 93년 그 사람 명의로 가등기해둔 것이었어요. 그 사람 명의로 돼 있는 땅과 당시 살고 있던 장충동 집터, 그리고 옆에 있는 땅을 매입한 후 동아건설에서 고급빌라를 지을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K씨에게 명의를 넘겨버리면 빌라를 짓기로 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아 그것을 막으려고 소송을 제기했던 겁니다.”
이에 맞서 배씨는 위자료 30억원과 재산분할 명목으로 3백20억원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듬해 두 사람은 각종 송사를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하고 완전히 남남이 됐다. 당시 합의한 위자료는 50억원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전남편이 지급하기로 한 위자료 50억원 중 25억원은 현금으로 받았지만 나머지 25억원은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위자료라뇨? 아니, 25억원의 위자료를 못 받다뇨. 아닙니다. 이혼에 이르는 직접적인 계기가 오랫동안 이어진 그 사람의 부적절한 행실 때문이었는데. 당시 제가 가지고 있던 증거와 자료들을 살펴본 사람들은 오히려 저더러 ‘위자료를 받아내고 싶은 심정이었겠구나’ 할 겁니다.”
그는 “위자료 50억원에 이혼 합의를 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혼하면서 배씨 명의로 된 부동산 등 재산(50억 정도)을 그대로 넘겨줬다는 것. 그는 “그동안 살아온 정과 아이들 엄마라는 사실 때문에 배려해서 준 것이지 이혼에 대한 위자료는 결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배씨에게 현금으로 건넸다는 25억원은 배씨의 명의로 된 장충동 땅에 동아건설이 빌라를 짓기 위해 시세대로 사면서 지급한 대금이었을 뿐, 배씨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위자료 25억원은 근거 없는 얘기라는 것이다.
“(배씨는) 내가 구두로 위자료 지급을 약속했다는 건데, 그렇게 중요한 일에 대해 ‘구두’로 약속하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겠습니까. 공증을 하든 각서를 받든 했겠지요. 사실 이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돈(위자료)인데 내 말만 믿고 도장 찍을 사안이 아니지요. 돈(위자료)을 못 받은 게 사실이라면 이혼 이후에라도 그 돈을 찾기 위해 고소를 하든지 법에 호소를 하든지 어떻게든 그 돈을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했겠죠.”
그는 배씨가 “이런 식으로까지 내 이름을 팔고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면서 재기를 한다는 것이 딱할 뿐”이라면서 “더는 그 일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자전소설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 둘러싼 배인순 vs 최원석 팽팽한 공방

최원석·장은영 부부는 인터뷰에서 남다른 부부사랑을 과시했다. 사진은 지난 5월 있었던 장남 은혁씨 결혼식 때 모습.


61세의 최원석, 34세의 장은영 부부. 두 사람은 27년이라는 물리적 세월을 뛰어넘어 99년 7월31일 조용히 ‘혼인신고’만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후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갖은 억측과 구구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번 일로 아내가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제가 죄인이죠. 아내한테 가장 큰 죄를 진 겁니다. 잡지 말았어야 했는데…. 저라고 죽고 싶을 때가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이 여자에게 미안한 걸 다 갚기 전에는 죽을 수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내이기 이전에 생명의 은인이에요. 아마 지금까지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쑥스럽지만 ‘아내’라는 존재가 어떤 것인지, 얼마나 편안하고 포근한 것인지 평생 처음 느끼면서 살고 있어요. 아버님께서 생전에 ‘여자가 똑똑하면 남자를 살린다’고 말씀하셨는데, 나이도 어린데 참 의젓한 사람입니다.”
최회장은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통 부부처럼 싸우기도 하면서 산다고.
“싸우고 나면 저는 그냥 자요. 제가 자는 모습을 보면 아내의 마음이 약해진다고 합니다. 자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금방 풀어진다고 해요.”
또한 “아내가 살림을 잘하냐”는 질문에 그는 “살림을 잘한다는 게 김치를 잘 담그고 청소를 잘하고 그런 게 아니라 남편을 사랑하고 편안하게 요리 잘하는 여자가 진짜 살림 잘하는 여자”라며 “아내는 내 마음을 잘 요리한다”고 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장은영씨는 “남편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냐”고 묻자 “그냥 남자로 좋아요. 남자로서뿐만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가 좋다”고 했다.
“남편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 우리 엄마 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마음밭이 예쁜 사람이에요. 남편은 저한테 미안하다고 그러는데, 나이를 먹을수록 더 고맙게 느껴져요. 착한 남자랑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가끔 연인이나 부부 사이의 사랑이 아니라 엄마가 아들한테 느껴야 될 것 같은 그런 감정이 들 때가 있어요.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참 애틋하다고 할까요.”

‘두 사람’이 결혼할 당시 온갖 소문이 난무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처가에 캐나다 골프장을 건네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회장은 “그거(골프장) 누가 찾아서 가졌으면 좋겠어요. 골프장을 찾아서 나와 관련이 있다면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내 목을 내놓을게요” 하고 항변했다. 골프장과 함께 현금 1백억원을 건넸다는 또 다른 소문에 대해서도 “돈으로 여자를 산다면 그건 망하는 일이다. 아니 천벌을 받을 일이다. 장인, 장모님은 훌륭한 분들인데 그런 소문에 시달리게 한 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5년여의 결혼생활 동안 장은영씨의 마음을 짓누르는 아픔은 정상적인 가정에 자신이 ‘끼어들어’ 가정파탄을 낸 것으로 비쳐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그는 “아내에겐 온통 미안한 일들 뿐이죠. 아내나 저나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건대 제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면 우리 둘 사이에 연애감정이 생기지도 않았고 연인으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겁니다” 하고 고백했다.
“저희 어머님이 며느리보고 ‘다 먹은 김칫독에 들어와서 사서 고생한다’며 늘 불쌍하게 생각하세요. 이 사람은 제가 승승장구할 때 무임승차한 게 아닌데. 그런 여자가 아닙니다. 언젠가 아내가 ‘여자가 결혼할 때 남자가 능력이 있고 배경 좋은 것을 고려한다고 해서 나쁜 여자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 ‘그러나 결혼을 위해 순위를 매긴다면 그런 조건들은 가장 하위 순위에 속할 것’이라는 얘기는 합디다.”
“한권의 책이 사람을 이렇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는 그는 “그처럼 막돼먹은 사람이라면 이런 자리에 얼굴 들고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동아건설을 꼭 되살려서 국가경제에 원동력이 되고 싶다. 그게 마지막 소원이자 남은 힘을 다해 이룰 꿈이기도 하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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