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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권말부록|초보자를 위한 창업정보 A to Z

남편과 함께 바비큐 테마호프 연 김미효 주부의 창업일기

“꼼꼼한 사전조사 통해 아이템과 입지 결정한 후 부부가 역할 분담해 일한 것이 성공 비결”

■ 글·최은성 ■ 사진·정경택 기자, 정경진

2003. 11. 05

초보 창업자인 김미효(35)·오도영(33) 부부가 바비큐치킨과 호프를 접목시킨 업종인 ‘바베큐 비어락’을 시작한 것은 지난 7월초. 한의원 간호사였던 김씨와 식품 유통 분야에서 10여년을 일한 샐러리맨이었던 오씨가 창업을 택한 것은 최근의 불경기 때문. 오씨가 다니던 회사가 올 상반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문닫을 위기에 처하자 오씨는 취직 대신 자신의 경험을 살려 창업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김씨 역시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쉽게 동의했다. 꼼꼼한 창업준비로 첫 창업에 성공한 김씨가 그동안의 창업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창업일기.

남편과 함께 바비큐 테마호프 연 김미효 주부의 창업일기

창업 업종 선택부터 입지선정까지 꼼꼼히 계획을 세워 창업에 성공한 오도영·김미효 부부.


4월15일 : ‘무엇을 할까’ 길거리를 헤맨 끝에 터득한 지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역시 창업 아이템. 처음엔 깨끗한 아이스크림가게나 제과점을 해볼까 했지만 보통 2억원 이상이 드는 만만치 않은 자금규모에 눌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 끝에 창업컨설팅회사를 찾아서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을 받아보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담을 받았는데 아이템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문가는 상권 탐색을 권했다. 집에서 가까운 길동 부근의 아파트상권 상업지구를 둘러보기도 하고, 서울에서 장사가 잘된다는 강남과 신촌, 명동 등의 상권을 밤늦도록 헤매기도 했다. 보름 동안 그렇게 헤매다가 내린 결론은 첫째 음식점 창업이 가장 유리하다는 것, 둘째 초보자는 한식당이나 일식당처럼 밑반찬이 많고 복잡한 아이템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것, 셋째 전문 주방장의 손에 의존하기보다는 부부의 손으로 맛을 담보할 수 있는 아이템이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조건에 근접한 창업 아이템이 바비큐호프였다.

4월30일 : ‘아이템 찾아 삼만리’ 끝에 얻은 바비큐 테마호프
바비큐호프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는 과정들이 있었다. 처음엔 막연히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치킨호프’를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기름에 튀겨내는 프라이드치킨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반면 바비큐는 같은 닭요리지만 참숯불에 구워 기름을 쫙 빼내는 조리법이기에 건강 트렌드와 어울리겠다는 판단이 섰다.
바비큐요리도 참숯바비큐, 장작바비큐, 옥돌바비큐 등 다양했다. 체인점만 해도 10개 업체가 넘는 상황. 일일이 시식을 통해서 맛을 평가하고, 장사가 얼마나 되는지를 직접 눈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러 바비큐요리점들을 돌아다니면서 든 생각이 단순한 바비큐요리점으로는 창업에 성공하기 쉽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때 문득 바비큐치킨요리와 호프를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바비큐 테마호프로 창업 아이템이 정해졌다.

5월15일 : 점포 계약 마치면 창업의 절반은 끝난 셈
창업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단연 점포를 구하는 일이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척도가 점포 입지에서 결정된다는 전문가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마땅한 자리를 물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본사에서 추천받은 상권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했다. 하지만 저마다 자기가 확보하고 있는 물건이 좋다며 계약하라는 식이었다. 부지런히 발로 뛰면서 수많은 점포를 살펴봤지만 바비큐호프집에 적합한 매장인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송파구 아파트단지에 있는 15평형 신축 점포를 계약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라 고정 인구층이 두터웠고, 신축 매장이라 권리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계약금 5백만원을 주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니 흐뭇했다. 그런데 계약한 지 1주일쯤 지났을까? 건물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음식점보다 깨끗한 약국이 들어오는 게 낫다며 위약금을 줄테니 계약을 파기하자는 것이었다. 다시 원위치에서 출발해야 했다.
다시 1주일 동안 점포 찾아 삼만리에 나섰다. 결국 강동구 길동 신동아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32평 매장을 얻는데 성공했다. 주변에 경쟁업소가 10곳 정도 있었지만 매장 규모가 가장 커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한식당을 운영하던 전 주인은 권리금으로 1억원을 요구했지만 본사 컨설턴트와 함께 흥정을 한 결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점포를 얻는 데 든 비용은 권리금 5천만원과 임대보증금 2천만원 등 7천만원이다.

남편과 함께 바비큐 테마호프 연 김미효 주부의 창업일기

김미효 주부는 창업준비를 꼼꼼하게 기록한 것이 창업비용을 줄이는 노하우가 되었다고 한다.


5월25일 : 창업자금 마련에 시름만 늘고
무엇보다도 돈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처음엔 10평 정도의 소형 평수 창업을 구상해 1억원 이내로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포를 보러 다니다 보니 작은 점포보다는 큰 점포가 눈에 들어오면서 창업자금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늘어나 1억5천만원으로 계산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퇴직금과 그동안 틈틈이 저축한 것을 합쳐 현금 6천만원에 지금 살고 있는 25평 아파트 한채가 전부였다.
저금리시대라고 하지만 은행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다. 담보대출 한도가 줄었다며 5천만원 이상의 대출은 힘들다는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지원센터의 문도 두드려보았지만 대출을 받기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결국 종잣돈 6천만원에 주택을 담보로 한 은행대출 5천만원, 그리고 본사의 주선으로 주류업체에서 무이자로 2천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부족한 2천만원은 시집에서 빌릴 수밖에 없었다.

5월28일 : 음식점 사장이 되기 위한 첫 절차인 위생교육을 받다
사업자등록증을 얻기 위한 첫 단계는 종로5가에 있는 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하루 8시간 위생교육을 받는 일이다. 여기엔 증명사진 2장과 교육비 1만7천원이 필요하다. 교육내용은 음식점 운영과 관련한 주인으로서의 자세에서부터 경영방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관심을 끌었던 강의는 세무회계. 어려운 세금 이야기지만 간이영수증 한장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시간이기도 했다. 8시간의 교육을 마친 후 위생교육 수료증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날 바로 위생교육 수료증을 들고 관할 구청을 찾아 환경위생과에서 영업신고증을 접수했다. 다행히 전 주인에게서 영업신고증을 그대로 승계받아 비교적 간단하게 영업신고를 마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세금신고와 관련된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아야 했는데, 임대차계약서 사본과 영업신고증을 가지고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자 바로 받을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 매장이 30평 이상이기 때문에 간이과세가 아닌 일반과세 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해야 했다. 공무원은 우리에게 분기별로 한번씩 부가세 신고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했다. 전화국을 방문해서 전화도 개설했다.



6월25일 : 한달에 걸친 가게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테이블과 의자 등 집기류 구입과 실내 인테리어에 총 5천1백만원이 들어갔다. 공사의 첫째 공정은 전에 한식당으로 사용했던 시설물에 대한 대대적인 철거작업. 매장면적이 커서 철거작업에만 3일이 걸렸고, 비용은 4백만원이 소요되었다. 철거가 끝난 후 본격적인 인테리어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목공작업이 시작되었다. 목수 4∼5명이 1주일 동안 공사를 진행했다. 이후 페인트 도장공사, 주방설비공사, 바닥 타일공사, 전면 프레임 및 유리교체 공사, 연기를 외부로 내보내는 닥트 공사, 금속물 공사, 마지막으로 전기 조명공사와 마무리까지 장장 1개월이 걸렸다.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몇번이나 공사현장에 나가봐도 초보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었다. 마지막 조명기구를 선택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조명갓의 색깔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간판 컬러를 따라서 연두색으로 하느냐, 겨울철 따사로운 분위기 연출을 위해 붉은색으로 하느냐의 문제였다. 결론은 맨 안쪽을 연두색으로 하고, 가운데 줄은 붉은색, 창쪽은 흰색으로 결정했다. 아기자기하면서 아늑한 분위기 그 자체였다. 우리 부부는 마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남편과 함께 바비큐 테마호프 연 김미효 주부의 창업일기

90%가 망한다는 첫 창업이지만 김씨 부부는 성공적인 창업을 이루었다.


7월2일 : 일주일 동안 본사에서 혹독한 영업교육을 받다
인테리어를 마친 후 우리 부부는 본사 교육매장에서 오후 2시에 가게문을 여는 순간부터 새벽 2시 문을 닫는 순간까지 매장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각종 메뉴 조리법을 익히는 일이었다. 전문 주방장 없이 주인이 주방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맛을 익히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 메뉴인 바비큐요리를 처음 배웠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닭을 16토막내는 일이었다. 바비큐 화로에서 60% 정도 초벌구이된 닭을 적당히 식힌 다음 뼈를 자르지 않고 관절을 따라 잘라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번갈아가며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새 닭을 토막내는 일이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다음으로 황토바비큐 요리를 위한 화로 다루는 방법과 양념바비큐, 소금바비큐, 양념스페셜 요리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졌다. 바비큐요리 외에도 샐러드요리, 소시지요리, 탕류, 마른안주류 등을 만드는 방법도 배웠다.
메뉴 조리법 교육이 어느 정도 끝나자 고객관리 및 홀 서비스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1주일 동안의 교육 마지막 날에는 우리 부부가 직접 본사 교육매장을 운영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7월6일 : 오픈 하루 전까지 직원 못 구해 발 구르기도
오픈 준비를 위한 마지막 단계는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 일이다. 당장 주방 일을 할 아주머니 1명, 배달 및 홀서빙을 할 아르바이트생 2명이 필요했다. 가게 유리창에 직원모집 광고를 붙였건만 소식이 없었다. 주방 아주머니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을 수 있었지만 문제는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오픈하기 이틀 전까지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걱정이 되었다.
구인문제를 해결해준 것은 의외로 인터넷이었다.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1만원을 내고 유료로 아르바이트 광고를 내자 바로 희망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해서 오픈 하루 전에 2명의 아르바이트 인원을 채용하는 데 성공했다. 급여는 시간당 3천5백원을 주기로 했다. 근무시간은, 1명은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다른 한명은 오후7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기로 했다.
오픈 하루 전이라 챙겨야 할 사항도 많았다. 본사에서 주고 간 오픈 관련 체크리스트만도 A4용지 3장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주방냉장고, 싱크대, 가스레인지 등을 설치하고, 새로 들여온 그릇을 씻어서 선반에 정리해야 했다. 가스불은 잘 점화되는지, 수돗물은 잘 나오는지, 주방 배수, 홀 환기는 잘되는지 등을 신경써야 했고, 본사에서 들여온 원재료인 염지육 및 각종 소스류, 식자재를 냉장고에 일일이 정리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7월7일 : 드디어 오픈, 항해가 시작되다
오픈 당일날 아침, 일찍 가게에 나갔다. 마지막으로 점포 내부를 정리하고, 테이블에 메뉴판을 놓고 주문벨을 테스트했다. 창업비용이 부담이 돼서 오픈 사은품은 준비하지 못했다. 대신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생맥주 한잔을 5백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오후 3시가 넘으면서부터 매장에 손님이 들기 시작해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실내 16개 테이블과 점포 밖 파라솔까지 가득 찼다.
5백원짜리 생맥주를 마시는 고객들은 얼굴에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늘 이렇게 생맥주 한잔에 5백원이면 좋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밤 12시를 넘기고 새벽 2시까지 손님들의 발길은 그칠 줄을 몰랐다. 생매주를 따르는 기계인 2대의 코브라에서 뿜어내는 생맥주가 동이 날 정도였다. 이날 판 생맥주만 12통, 1통에 40잔이 나오기 때문에 4백80잔의 생맥주를 판 셈이다. 바비큐치킨에 대해서도 맛있다는 평이 압도적이었다. 정말 기분 좋은 스타트였다.

남편과 함께 바비큐 테마호프 연 김미효 주부의 창업일기

10월7일 : 매출 2천5백만원 꾸준히 유지
‘바베큐 비어락’ 길동점이 태어난 지 3개월이 넘었다. 오픈 첫달엔 3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더니 2개월째부터 꾸준히 월 2천5백만원의 매출액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같은 불경기를 감안한다면 결코 적은 매출액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홀 매출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11월부터는 배달 서비스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월 매출 2천5백만원에서 식재료비(원가의 40%) 1천만원을 제외하면 총이익은 1천5백만원. 여기에서 임대료 2백70만원과 인건비, 각종 공과금, 대출이자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3백만∼4백만원 수준이다. 총 투자금액 1억5천만원 대비 월 순이익률 4.3%로 불경기를 감안하면 꽤 짭짤한 편이다.
부부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우리 부부도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역할이 분명하다. 남편은 바비큐 화로관리와 주방 및 배달 지원, 나는 전체적인 홀관리 및 고객관리와 계산대를 담당하는 일을 맡았다. 직원들 간의 팀워크도 중요하다. 가게 주인으로서 직원관리의 첫번째는 작은 관심이 큰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서빙은 노동 강도가 높은 일이기 때문에 먹는 것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1주일에 한번은 삼겹살 회식을 하면서 팀워크를 다지곤 한다. 사업이란 부부 둘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많이 부지런해졌다. 일을 마치고 새벽에 퇴근해서 잠자리에 들어도 낮 12시에는 어김없이 일어난다. 부부가 같이 일을 하기 때문에 집안 일도 함께 돌봐야 하고, 식재료 구입을 위해 도매시장에도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창업을 하면서 좋은 점이라면 부부간의 대화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남편은 무뚝뚝한 성격이라 직장 다닐 때는 대화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가게 운영과 관련된 일부터 모든 일들을 함께 상의해서 결정하다 보니 신혼시절보다 지금이 오히려 금실이 좋은 듯하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바베큐 비어락’ 길동점이 강동구 주민들에게 부담없는 모임터이자 바비큐와 생맥주가 생각날 때면 첫손가락에 꼽는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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