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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외길인생

미켈란젤로 대표 황규인의 20년 외길 남성복 사랑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이주영 ■ 사진·김형우 기자

2003. 05. 14

가격과 품질, 고객 서비스 면에서 대기업과 해외 명품 브랜드 못지 않은 호평을 받고 있는 미켈란젤로가 최근 남성 캐주얼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 20년간 남성복만 고집해온 미켈란젤로 황규인 사장의 외길 남성복 사랑과 그 성공 비결.

미켈란젤로 대표 황규인의 20년 외길 남성복 사랑

“미켈란젤로라는 브랜드명 때문인지 이탈리아 라이센스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미켈란젤로는 순수 국내 브랜드입니다. 초기에는 이름이 너무 길어서 어렵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자리를 잡고 나니 ‘미켈란’이란 애칭까지 생겼습니다.”
단일 브랜드로 연간 4백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미켈란젤로 신화의 선봉대장인 황규인 사장은 다른 회사에서 브랜드 확장에 힘쓸 때도 오직 미켈란젤로 단일 브랜드에만 진력해왔다.
“의류회사의 경우 여성복과 남성복을 함께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신사복은 여성복과 달리 의류 산업 중에서도 고급 기술과 기자재가 가장 필요한 분야입니다. 바느질 자국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신사복은 제작 과정이 매우 까다롭거든요. 단순히 디자인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제작 기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대기업 이외에는 제대로 된 신사복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20년 동안 꾸준히 신사복을 만들어왔습니다.”
남들이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할 때도 남성복이라는 한 우물을 파온 미켈란젤로는 대부분의 기업이 쓰러져 나가던 IMF 시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으면서 더 알찬 기업으로 성장했다.
“IMF 때 얻은 교훈이 바로 ‘내실 경영’입니다. 어떤 경우라도 한길로 가는 고집과 차입 경영을 하지 않는 정도(正道)가 생존 비결이지요. 요즘 불황이라 남성복의 매출이 많이 떨어졌는데 미켈란젤로만은 예외인 것도 그래서죠.”
황규인 사장의 인생과도 같은 미켈란젤로의 전신은 대기업 유명 브랜드에 골프웨어를 OEM으로 납품하던 (주)세우라는 회사다. 당시 한 종금사에서 엘리트 금융인으로 활약하던 황규인 사장은 직장생활에 안주하기보다 자신의 꿈을 펼쳐보고 싶어 사업을 선택했다고 한다.
“82년 자본금 5천만원으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5천만원이라고 하면 지금은 사업을 시작할 정도의 큰돈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당시 강남의 아파트가 평당 1백만원 정도였으니 월급쟁이 생활을 한 저에게는 큰돈이었지요. 한마디로 전재산을 투자했습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면서 생산 노하우를 축적한 황규인 사장은 본격적인 브랜드 사업에 진출했다. 기업명을 미켈란젤로로 전환하면서 탤런트 김상중을 모델로 기용,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폭넓은 인지도를 얻었다. 전국적으로 70여개의 매장이 있는데 특히 매장 규모가 3백평이 넘는 부평 직영점을 비롯해 1백평 이상의 직영점 다섯 곳은 미켈란젤로의 서비스 정신이 실현되는 장소다.
“96년 부평 직영점을 열 당시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공단거리에 대규모 패션 매장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 신조는 물건이 좋고 가격이 적당하면 고객은 어디든지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제 생각이 옳았죠. 신사복에서 캐주얼 의류와 소품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부평 직영점은 도심에서 한참 벗어나 있지만 연간 매출액이 40억원 이상일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백화점보다 편리하고 안락한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찾는 다양한 제품을 전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마음껏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를 수 있게 배려한 것이 부평점이 급성장하게 된 이유라고. 서울 고객이 전체 고객의 50%이상을 차지하는 부평 직영점은 지역 명소로도 이름이 나있을 정도다.

미켈란젤로 대표 황규인의 20년 외길 남성복 사랑

황사장은 판매 사원들에게 고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주시하기는 하되, 귀찮게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황규인 사장이 설명하는 미켈란젤로의 성공 요인은 세 가지다.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 그리고 만족스러운 고객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직영점과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옷을 공급하다 보니 옷값에서 차지하는 유통마진을 대폭 줄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최고의 원단만 사용해 여느 명품 브랜드 못지않은 품질의 신사복을 만들고 있지요. 모 100%라고 해도 어떤 양모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모 150수라면 양털 1g으로 150m의 실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결국 좋은 양모를 선택해야만 가능한 거죠. 미켈란젤로는 이렇게 만들어진 최고급 원단만 사용하니 당연히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품질의 신사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미켈란젤로만의 매력입니다.”
황규인 사장이 말하는 만족스러운 고객 서비스의 핵심은 ‘편안함’이다. 시장조사를 위해 오전 시간에 백화점 신사복 매장에 가보면 호객 행위가 많아 편안한 마음으로 매장을 돌아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황규인 사장은 그때의 불편한 기억 때문에 고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편안한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판매사원에게 고객을 주시하기는 하되,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둘러보고 고객의 시선이 머무는 순간 적당한 물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하도록 하고 있지요.”
황규인 사장은 고객 서비스를 위해 주변의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꼼꼼함을 보인다. 지난해 한일월드컵 기간 중 114에 전화번호 문의를 했다가 “이제 4강입니다. 고객님”이라는 독특한 인사말을 듣고 감동한 황규인 사장은 미켈란젤로 사원들에게도 평범한 전화 인사말보다는 계절이나 시류에 어울리는 전화 응대 인사말을 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신규고객을 창출을 위한 광고 전략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을 잘 관리하는 것도 매출 증가에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현재 MG카드를 통해 구매액의 5%를 적립해주어 재구매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존의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후 고객 관리를 위해 3년 동안 원단을 보유해 100% 수선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100% 환불 보장을 통해 고객 신뢰도를 높이는 등 미켈란젤로는 ‘성실과 정직’이라는 비즈니스의 정도를 걸어오고 있다.
해외출장을 가거나 음식점에서 미켈란젤로 옷을 입은 고객을 만나면 반가워 먼저 술 한잔이라도 권하게 된다는 황규인 사장의 애정과 열정에서 바로 미켈란젤로의 성공 비결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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