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궁금한 이 남자

뮤직 비디오 <보고 싶다>의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

■ 글·이영래 기자(laely@donga.com ■ 사진·팀(Team) 엔터테인먼트 제공

2003. 02. 07

발라드 ‘약속’ ‘하루’ 등의 노래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가 3집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1, 2집 때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얼굴을 감추고 활동할 예정인 그는 또 한번 자신의 얼굴을 대신할 애절한 스토리의 뮤직 비디오를 가지고 왔다. 궁금했던 가수 김범수의 25년 인생, 그리고 음악 이야기.

뮤직 비디오 의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

2001년 12월12월 발라드 ‘하루’를 영어로 리메이크한 싱글 ‘헬로 굿바이 헬로(Hello Goodbye Hello)’로 빌보드 100 세일즈 차트 51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김범수(25)가 세번째 앨범 <보고 싶다>를 냈다. ‘얼굴 없는 가수’를 표방해온 그는 이번 3집 활동에서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본인이 방송을 통해 직접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그의 방송활동 무기는 뮤직 비디오가 됐다.
그의 뮤직 비디오는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화제가 됐다. 1집 <약속>때는 김석훈과 명세빈이 호흡을 맞춰 세련된 영상을 보여줬고, 2집 <하루> 때는 송승헌과 송혜교가 출연, 사랑을 잃고 흐느끼는 애절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번 3집 뮤직 비디오는 지난해 최고의 주가를 올린 장서희와 유오성이 출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은 조선족 청년과 동네 다방 종업원 사이의 얽히고 설킨 사랑을 그렸다.
이 뮤직 비디오의 스토리 라인은 대략 이렇다. 조선족 불법 체류자 유오성은 한국에 와서 고난을 겪다 다방 종업원인 장서희를 만난다.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방에서 일하는 장서희는 집적거리거나 홀대하는 남자 손님들 속에서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유오성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고, 두 사람의 감정은 사랑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건달 김수로가 끼어들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고통을 겪게 된다. 김세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뮤직 비디오의 총 제작비는 무려 7억원대. 장서희와 유오성, 김수로 등 출연 배우들의 개런티도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얼굴을 영원히 드러내지 않을 생각은 아니에요. 사람들이 제가 무슨 카메라 기피증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시는데 실제 성격은 굉장히 활달해요. 그냥 사람들이 제 목소리에 익숙해지고 제가 음악적으로 좀더 성숙해지면 그때부터 얼굴을 드러내고 활동할 생각이에요.”
실제 마주한 김범수는 아담한 체구에 얌전해 보이는 느낌의 인물로 나이에 비해 상당히 차분하고 진지한 스타일이었다.
“음악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어요. 음악 듣는 건 좋아했는데, 남 앞에서 노래를 해본 적도 없고, 잘한다는 말도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그러다 고 3 무렵 교회에 다니게 됐는데, 그때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가수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오토바이, 담배, 술에 찌들어 방황하다 신앙 가진 후 가수로서의 인생 찾아
그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왔다. 청소년기 그는 ‘비행 청소년’에 가까웠다고 한다. “사는 데 아무 목적이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몰았고, 술과 담배에 찌들어 지냈다. 지나가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하고나 시비를 붙는 그런 생활을 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런 그의 생활이 갑자기 바뀐 것은 고 3때였다. “정말 나 스스로 이해할 수 없지만 갑자기 슬퍼졌고 그때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두 사건이 있었다. 절친한 친구가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죽었고, 그는 심하게 결핵을 앓았다. 몸이 쇠약해지면서 생긴 우울증 때문이었는지 그는 까닭 모를 슬픔에 사로잡혀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찾은 것이 교회였다. 그는 교회에 처음 들어가 앉자마자 아무 이유도 없이 울음이 터져나와 펑펑 울었다고 한다.
“왜 그랬는지 저도 몰라요. 왜 자꾸 내 인생은 힘들어지나, 왜 나는 자꾸 넘어지나 하는 서글픔이었던 것 같아요. 친구 따라 간 거였는데 그때부터 제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마음에 안정이 왔죠. 지난 제 행동을 반성하고 회개했어요. 제가 살아온 인생이 모두 죄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뮤직 비디오 의 ‘얼굴 없는 가수’ 김범수

장서희와 유오성은 ‘보고 싶다’ 뮤직 비디오를 통해 조선족 청년과 다방 종업원 사이의 애절한 사랑을 그렸다.


그때부터 그는 교회 활동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가했다. 그가 자신에게 내재돼 있던 가수로서의 재능을 발견한 것도 교회에서였다. 졸업을 앞둔 고교 시절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다. 그날밤 교회 행사에서 그는 영화 <시스터 액트>의 삽입곡이었던 ‘오! 해피데이’를 열창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는 ‘가수가 되겠다’는 결심을 그 순간 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낸 터라 대학 진학은 생각해보지도 않았건만, 그는 그때부터 삼수, 안되면 사수를 해서라도 대학에 갈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삼수까지 할 필요도 없었다. 보컬 전공으로 실용음악과 시험을 친 그는 고교를 졸업하던 해, 숭실대 실용음악과에 합격, 대학생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지 않은 갈등이 빚어졌다. ‘이제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으나 부모님의 반응은 달랐다. ‘교회 다니면서 마음 잡았다고 생각한 아들이 새로운 방황을 시작하려 한다’는 게 부모님의 생각이었다.
“인생에 대한 아무 계획 없이 망가져가던 시절보다 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과의 갈등이 더 컸어요(웃음). 하지만 그때부터 제 인생은 탄탄해졌어요. 남들이 보기엔 어땠을지 모르지만, 정말 열심히 뭔가 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진할 수 있었거든요.”
그는 숭실대 실용음악과에서 ‘귀로’를 부른 가수 박선주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박선주를 ‘최고의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누구보다 가수 김범수의 가능성을 먼저 발견하고 높이 사준 사람도, 가수로 데뷔할 용기와 기회를 준 것도 박선주였기 때문이다.
“숭실대를 1년 반 다니다 그만두고 99년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로 옮겼어요. 그때 선생님이 이제 음반 하나 내보자, 하시더라고요. 배울 게 더 많다고 고사했는데, 하면서 배우라고 하셔서 감히 음반을 내게 됐던 겁니다. 지금 소속사도 선생님이 소개시켜주신 거고요.”
스승 박선주의 도움으로 2000년 겨울, 1집 <약속>이 나왔다. 사실 연말 분위기에 밀려 1집은 발표 당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반응이 오기 시작하더니 1년 간 롱런하면서 앨범이 나갔다. 그리고 2집 <하루>를 통해 가수 김범수는 이른바 유명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의 제 꿈이었어요. 그래서 ‘하루’를 영어버전으로 만든 ‘헬로우 굿바이 헬로우(Hello Goodbye Hello)’로 빌보드에 도전했던 거죠. 이번에도 ‘보고 싶다’와 ‘사랑해요’를 영어 가사로 리메이크해서 싱글 앨범을 발매할 거예요.”
김범수는 올 여름쯤 세계적인 프로듀서팀 ‘풀 포스(Full Force)’와 함께 리메이크 싱글 앨범을 완성, 다시 세계 시장 진출에 도전한다. 풀 포스 팀은 총 6명으로 구성된 작곡가와 세션 그룹으로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테이크 파이브 등 해외 인기 팝스타들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