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수정의 대충 빠르게 있어 보이게}

요즘 많이 거론되는 소확행이나 워라밸, 휘게(hygge), 라곰(lagom) 등의 단어들이 공통점으로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돈이나 명성 등에 치우치지 않는 삶의 밸런스와 소박하지만 진실된 행복을 우리 모두가 원한다는 뜻이겠지요. 이런 흐름은 패션이나 뷰티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지난달 세계 최고의 원단 생산지로 유명한 이태리 비엘라 지역에 화제를 모으는 소재가 있다고 해서 직접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가문 대대로 염색을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는 20년 전부터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화학 염료의 장점, 즉 변색을 최소화하고 일정한 컬러로 대량 염색을 하면서도 자연의 색을 그대로 표현하는 자연 염료 염색법을 연구한 이 회사는 국제적인 울 협회에서 세계 유일 내추럴 염색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후 유명 명품 브랜드의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하고요. 

아프리카의 나무 열매, 알바니아의 꽃잎, 아르헨티나의 나뭇잎과 양파 껍질 등 전 세계의 모든 천연 염색 재료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겠지요. 그렇게 터득한 1백여 가지의 아름다운 자연색 재현 기술은 아마 다음 시즌 명품 브랜드의 고가 라인에 적용될 것 같아요. 



새로운 염색 방식 개발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는 회사 대표 파울로에게 무슨 이유로 이런 연구를 했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을 위한 염료가 반드시 필요한 시대가 올 것입니다. 그런 소재가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낼 거고요.”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대답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의식주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인간 생활에 필요한 이 세 가지 기본 요소 중에서도 옷은 우리와 함께 숨 쉬고, 피부와 맞닿아 있습니다. 건강한 옷이 건강한 삶의 기본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네요. 

결국 진정한 럭셔리, 진짜 사치란 우리 손에 닿을 수 있는 행복이고 곧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요. 긴 여행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며 깨닫습니다.

<sub>홈쇼핑 쇼호스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여성 의류 부문 연간 매출 1위’를 놓친 적 없는 쇼핑 전문가. 여성들에게 가치와 사치를 구분하는 쇼핑법을 알려주고, 패션보다는 패션 라이프를 제안하려고 한다.

designer 최정미
사진제공 이수정</s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