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배보영
입력 2017.04.13 10:58:45
요즘 잘나가는 여성들이 애정하는 슈트에 관한 보고서.

섹시한 보디라인으로 유명한 설현은 지난해 연예대상에서 새하얀 턱시도 슈트를 입었다. 노출이라고는 거의 없었지만 설현은 여전히 섹시했고 우아함까지 얻었다. 김태리는 시상식에서 종종 슈트를 입는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쉬운 노출 많은 드레스보다 무심해 보이는 무채색 슈트가 배우로서의 진중함을 더한다.
시상식에서 더 절제미를 발휘하는 슈트는 처음엔 페미니즘을 드러내는 표현이었다. ‘남자들에게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1960년대 후반부터 레드 카펫에서 드레스 대신 슈트를 선택한 여배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로수길만 가도 오로지 멋을 표현하기 위한 슈트를 쉽게 볼 수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밝게 빛나는 경쾌한 컬러와, 하이힐부터 운동화까지 다양한 슈즈의 매치가 지루해 보이는 각 잡힌 슈트를 ‘멋’의 세계로 인도한다. 2017년의 S/S 트렌드 아이템으로는 1990년대를 반영한 어깨가 넓고 헐렁한 슈트가 꼽힌다.
줄리아 로버츠가 1990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입었던 진짜 남자 슈트와 닮았는데,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급격히 보수화한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강하기 일고 있다. 결국 여자가 슈트를 입는다는 것은 절제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더 많은 것을 표현하는 잔잔한 반향과도 같다. 그것이 페미니즘이든, 멋이든, 혹은 사랑이든.
기획 여성동아 사진 REX 뉴스1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7년 4월 64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