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김명희 기자
입력 2016.09.07 14:18:48

해외에도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회장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델핀 아르노 LVMH그룹 이사,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있으면서 펜디의 액세서리 디자인에 깊이 관여하는 펜디 가문의 4세 델피나 델레트레 펜디,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미소니 창업자 로시타 미소니의 손녀 마르게리타 미소니처럼 이미 후계 구도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속녀들이 있다.
드라마 마니아들은 ‘패션가 오너의 딸’ 하면 요란한 스타일에 욕심 많은 갈등 유발자의 이미지를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들에 이어 패션가 2세 전쟁의 서막을 연 박이라 부사장, 최혜원 대표이사 전무는 각각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의 성공적 론칭, 여성복 캐리스노트의 약진을 이끌며 능력을 검증받았다. 성래은 대표이사 역시 적극적인 성격으로 그룹 안팎을 꼼꼼하게 챙긴다는 평이다. 박순호 회장과 최병오 회장, 성기학 회장 모두 1970~80년대 맨손에서 시작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으로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기업의 가족 경영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이 일반적이지만, 전통이 곧 경쟁력인 명품 패션 브랜드와 시계업, 요식업 등에선 정반대의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즉 대를 이어 가며 장인 정신과 뚜렷한 개성을 지켜온 브랜드에 금융자본이 투입되면서 브랜드에 애정이 없는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지켜온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르메스 등 상당수 명품 브랜드들이 가족 경영을 통해 대자본의 횡포를 막고 끊임없이 혁신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발굴함으로써 성공 신화를 이어왔다.
최근 정부가 ‘패션 프리미엄화 대책’을 내놓고 LVMH그룹을 예로 들었다. 사례의 적절함에 대해서 논란은 분분하나, 한국의 패션가 상속녀들 중 ‘K-패션’의 힘을 보여주는 현명한 경영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6년 9월 10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