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김명희 기자
입력 2016.08.26 09:10:55
땀과 노력의 가치,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준 리우의 스타들.

올림픽 정신의 교과서_난민 팀

걸 크러시 금메달_김연경
‘ 혹시 금메달?’ 우리 국민들이 이번 리우 올림픽 여자 배구 대표 팀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배구계의 메시’라 불리는 해결사, 김연경(28)이 우리 편이기 때문이었다. 김연경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서브와 스파이크 등 공격뿐 아니라 후배 선수들의 수비 공백까지 메우며 종횡무진 코트를 누볐다. 공격수인 그녀가 어떻게 그렇게 리시브를 잘할 수 있었을까. 답은 의외로 작은 키에 있었다. 지금은 192cm의 장신이지만 배구를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4학년 당시 그녀의 키는 142cm로 또래보다 한참 작아 팀에서 세터를 맡았었다고. 국민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자 배구 팀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과 김연경이 통역까지 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 등의 벽에 부딪혀 전통적 강호 러시아와 브라질에 차례로 패하고, 8강에선 네덜란드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실력과 카리스마, 파이팅으로 보는 이들을 사로잡은 김연경의 매력엔 금메달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듯.
키리바시를 기억할게요_데이비드 카토아타우
남자 역도 105㎏급 결승전에 출전, 용상과 인상 합계 349㎏를 들어 전체 14위를 차지한 키리바시의 데이비드 카토아타우(32). 그는 역기를 내려놓을 때마다 육중한 몸과 팔다리를 좌우로 흔들며 춤을 춰 관중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흥이 넘치는 열대의 나라에서 왔으니까!’ 라고 생각했던 그의 코믹 댄스는 알고 보니 사라져가는 조국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 태평양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30여 개의 산호초 섬으로 이뤄진 키리바시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이미 지도에서 사라진 마을도 있다. 한 편의 CF보다 강력했던 카토아타우의 역동적인 몸짓은 역도 경기를 볼 때마다 기후와 환경 변화, 그리고 키리바시를 떠올리는 주문이 될 것 같다. 식민 설움 날린 첫 금메달_피지 럭비 대표 팀

중력을 이긴 체조 요정_시몬 바일스
145cm의 작은 키, 근육이 올록볼록한 몸에 스프링이라도 단 듯 통통 튀며 마루와 평균대 위를 날아다니는 시몬 바일스(19)의 연기는 경이로움 그 자체. 미국 팀 여자 체조 단체 금메달의 일등 공신이자 개인 종합 ? 도마 ? 마루 종목 금메달, 평균대 동메달 등 5개의 메달을 목에 건 시몬 바일스는 그간 가냘픈 백인 소녀들이 득세하던 체조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흑진주. 엄마가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세 살 때 여동생과 함께 위탁 가정에 맡겨졌다가 그 이후엔 외조부모의 손에서 자랐다. 미국 언론은 연일 그녀의 휴먼 스토리를 쏟아내고 있고, 과학자들은 놀라운 운동 신경을 분석 중이며, 스포츠 브랜드들은 그녀를 모델로 영입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에 돌입했다. 리우 올림픽은 시몬 바일스의 스포츠 여제 대관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전설_우사인 볼트
10초의 심장 쫄깃한 승부, 남자 육상 100m 경기가 우사인 볼트(30) 등장 이후 싱거워졌다. 부정 출발로 실격하거나 넘어지지 않는 이상 금메달은 그의 몫이니까.우사인 볼트는 이번에도 100m(9초81)와 200m(19초78), 400m계주(37초27)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100m · 200m · 400m계주 3종목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할 땐 주변을 돌아보며 웃음을 짓는 여유까지 보였다. 우사인 볼트의 강점은 중반 이후의 폭발적으로 치고 나오는 힘인데, 이는 튼튼하고 유연한 허벅지 덕분이라고.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자메이카 출신의 현존하는 최고의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의 취미는 춤. 연습이 없을 땐 무도회장을 즐겨 찾는다는 그는 올림픽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도 브라질의 댄서들과 화끈한 삼바 춤을 춰 화제가 됐다. 올림픽은 지구촌 축제니까 즐기는 게 정답이다. 볼트처럼!
사진 뉴시스AP REX
디자인 조윤제
여성동아 2016년 9월 63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