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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노시인의 삶에 대한 통찰과 다정한 시선을 만나다!

정광덕 첫 시조집 ‘일따라 정따라’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입력 2022.09.23 10:35:24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시원한 결실의 시간, 가을은 책과 함께하기 좋은 계절이다. 삶에 대한 성찰과 다정한 시선이 담긴 시조집은 어떨까.

40년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 후 시조시인으로 등단한 정광덕의 첫 시조집 ‘일따라 정따라’(도서출판 조은)가 출간됐다. 서문에서 “온몸으로 일하고 인연 따라 만나고 헤어졌다”고 한 작가의 말처럼, 성실하게 걸어온 삶의 궤적 위에서 맺고 스쳐간 인연들, 그리고 내면의 사유를 시조로 옮긴 기록이다.
충남 금산군에서 출생한 시인은 교직생활 정년 퇴임 후 2019년 한국작가 시조 부분에 등단하고 2020년 한국작가 수필부분 신인상을 수상했다. 경기 광주시 광주문학회, 글수레 등 문학 단체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책은 대한민국 전후(戰後) 격동기를 거쳐 현대사회까지 한 세기를 건너온 작가의 깊이 있는 시선이 돋보인다. 카메라로 촬영한 한 장의 사진처럼, 그가 응시한 삶의 풍경을 명징하게 빚어낸 시조를 음미하다 보면 시대의 자화상까지 어림잡힌다. 노인의 계절, 은행잎과 할머니, 시작과 끝, 자목련, 게으를 자유, 그 이름, 황태덕장, 엄마보다 애인 등 총 8부에 걸쳐 87편의 시조가 수록됐다.

손주 사랑을 담은 ‘노인의 짝사랑’을 첫 시로 제1부를 열면, 노년 일상의 사색과 성찰이 낭만적인 시어로 압축돼 흐른다. “부채질하고 나니 가을은 다가오고 / 단풍잎 집었다 놓니 함박눈이 내려요 // 세월의 톱날에 잘려 나간 일기장 / 가만히 접고 펴니 노인이 되었어요(‘노인의 계절’ 중)”.

파란 많던 시대를 돌아보는 그의 시선에서는 동시대를 함께 헤치고 온 삶들에 대한 연민과 정감이 묻어난다. 중학교 모자 대신 안전모 눌러쓰고 무작정 상경한 10대 소년이 고향길 기차소리에 울고(‘무조건 상경시대’), 찬바람 이는 새벽, 억센 열정으로 앞치마를 두른 시장통 이웃들이 인정을 함께 보듬는다(‘시장통 친구’). ‘굳은 살 여기저기에 미로 속의 또 하루’를 보내고 온 아버지의 붕어빵 봉지에서는 부정이 모락모락 피어난다(‘일용직 막노동’).



시조시인이자 문학박사인 원용우 해설가는 책 말미 작품 해설에서 “시조는 인생학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장르가 시조”라면서 인생의 향기와 긍정적 인생관을 담은 시인의 작품은 “꾸미지 않고 과장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박하고 부드러워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시조는 모두 3장 6구의 율격 안에서 한 수마다 45자 안팎으로 지어진 정격시조다. 탄력 있는 운율에 실린 농익은 삶의 미학이 가을날 낭송하기에도 좋다. 

도서출판 조은, 134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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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22년 10월 7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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