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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review

사자가 말을 하면 몇 마디는 알아듣겠지

글 오홍석 기자

입력 2022.04.06 10:30:01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
라르스 스벤젠 지음, 김강희 옮김, 21세기북스, 1만7000원

기자는 아프간하운드 두 마리와 산다. 이름은 ‘노아’와 ‘푸코’다. 2015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가 공개한 ‘견종(犬種)에 따른 지능 순위’ 자료를 보면 아프간하운드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개다. 그러나 노아와 푸코를 본 사람은 이 연구가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알게 될 것이다. 노아는 산책 중 길고양이를 한 번이라도 마주친 자리는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 푸코는 배가 고프면 스스로 냉장고 문을 열어 음식을 꺼내 먹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앞 연구는 ‘개가 인간에게 순종하는 정도’를 지능으로 치환한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맞다. 푸코는 아무리 불러도 들은 체를 안 하니까.

순종하는 정도를 개의 지능 척도로 삼은 것은 철저하게 인간 중심적인 태도다. ‘비트겐슈타인의 사자와 카프카의 원숭이’는 이처럼 인간의 관점으로 동물을 바라보지 말자고 주장하는 책이다. 노르웨이 베르겐대 철학 교수인 저자는 “인간은 동물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 기존 철학자들 주장을 반박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예를 들어 제목에 등장하는 ‘비트겐슈타인의 사자’는 후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등장하는 문구 “사자가 말을 해도 우리는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에서 온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를 ‘규칙과 맥락을 공유하는 집단 내 게임’으로 규정했다. 그래서 사자 무리에서 사자들의 규칙과 맥락에 따라 살아온 사자가 말을 해도 인간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동물을 감정이 없는 기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오직 인간만이 언어와 도구를 사용한다며 그것을 근거로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지으려 시도한 철학자들도 있다.

저자는 이들 주장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반박한다. 저자에 따르면 동물은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또 도구를 사용하며, 언어를 통해 기초적인 의사소통도 한다. 심지어 윤리적 감각이 존재한다고 추정 가능한 실험 결과도 있다.



물론 인간과 동물 사이에 절대 좁힐 수 없는 인지의 간극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도 그 점을 인정한다. 가령 문어는 피부에 광수용체가 있어 피부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저자는 “인간은 피부로 본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인간이 동물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에는 분명한 반대 의견을 밝힌다. 기르는 강아지가 공을 입에 물고 주인의 팔을 코로 칠 때 인간은 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어차피 잡아먹을 소를 좁은 헛간이 아닌 너른 풀밭에서 키워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그들이 소에게 조금의 자유조차 용납하지 못하는 건, 소가 오직 고기가 되려는 목적으로 세상에 태어났다는 인간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는 유사 이래 공감의 영역을 줄곧 확장해왔다. 노예는 사람이 되고, 여성은 시민이 됐다. 이제는 동물권이라는 말이 대두되고 있다. 이 책은 공감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철학적 토대를 만들기에 좋은 입문서가 될 만하다.

#비트겐슈타인의사자와카프카의원숭이 #동물권 #철학에세이 #여성동아

사진제공 21세기북스



여성동아 2022년 4월 7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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