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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health

암 투병으로 인생 2막 시작한 패션·뷰티 인플루언서 강수연

글 두경아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3.30 10:30:01

‘인플루언서’는 SNS를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말한다. 패션·뷰티 인플루언서 강수연 씨는 유방암 투병을 하면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환우 모임에서 나누며 같은 처지의 암 환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3년 차 패션·뷰티 인플루언서 강수연(43) 씨. ‘셔니비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강 씨는 블로그와 SNS 구독자가 11만 명이 넘는다. 이런 규모의 구독자가 저절로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인기가 많아질수록 취재·협찬·마케팅 등의 일이 몰려들어 밤새 원고 작성 및 사진·영상 촬영, 편집 등을 해내야 했다. 주부로 아이를 돌보고 살림도 해야 했으니,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

“인플루언서 일은 주로 아이를 재우고 새벽 2시부터 시작해 4~5시까지 했어요. 매번 5~6개 아이템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어쩔 때는 2~3일씩 밤을 새우기도 했고요. 그렇게 보낸 시간이 4~5년쯤 된 것 같아요.”

강 씨는 “그러다 몸에 무리가 가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듯하다”고 했다. 처음 이상 통보를 받은 건 2019년. 건강검진에서 ‘유방 재검진’ 판정이 나왔다.

“스무 살 때 섬유선종 수술을 하고 계속 추적 관찰 중이었어요. ‘아, 그거 때문에 재검이 나왔나 보다’ 하고 자체적으로 패스를 했죠. 자가 진단을 해도 손에 만져지는 게 없었거든요. 그로부터 반년쯤 지났을 때, 유두에서 갈색 유즙이 나오더군요. 브래지어 안쪽에 묻어날 정도였어요. 그제야 이상을 감지하고 병원을 찾았죠.”

유방암 투병, 외롭지 않게 동행해준 사람들

강 씨는 재검에서 유방상피내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0기였지만, 작은 암 조직이 점처럼 유방 전체에 퍼져 있어 전체 절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늘이 무너졌어요. 0기라고 해도 암이니 ‘나는 이제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암 진단 그 자체가 미친 듯한 절망을 줬죠. 게다가 가슴을 통째로 잃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수술 전까지 모든 사람과 연락을 끊고 지냈어요. 남편도 놀라서 병에 대해 검색해보고 공부를 하더군요.”

국내 유명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불행히도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유방암이 림프까지 전이됐다는 게 확인됐다.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를 보니 유방암 2기였어요. 당시 제 나이가 40세라 전이 속도가 빠르고 재발 위험도 있다고 하더군요. 병원에서는 공격적으로 치료하길 권했어요. 6개월 동안 항암 주사를 최대치인 8차까지 맞아야 했죠.”

수술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든 항암 치료였다. 강 씨는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말한다.

“유방암 카페 글을 보니 ‘항암 치료는 평생 겪을 고통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하더군요. 병원 상담 실장님도 ‘입덧의 10배 정도 느낌’이라고 했어요. 정말 피하고 싶었죠. 혹여나 항암 치료를 안 받을 수는 없을까 싶어 유전자 검사인 ‘맘마프린트’까지 해봤는데 저는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항암 치료를 시작한 뒤 강 씨는 그동안 들어온 말이 과장이 아닌 걸 알게 됐다. 오심, 구토, 손발 저림, 변비 등이 한 번에 몰려왔고, 온몸의 털이 다 빠졌다. “잠도 안 오고 힘도 없어 사람처럼 살지 못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숭늉 한 모금 입에 대지 못했는데, 부종은 또 어찌나 심한지 오히려 살이 쪘어요.”

강 씨는 그 어려운 시간 동안 동행해준 사람들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를 돌봐주고 뒷바라지해준 가족들, 온라인으로나마 고통을 나누며 의지한 유방암 카페 회원, 그리고 강 씨가 직접 개설한 ‘40대 유방암 환우들(핑크 아미)’ 단톡방 참여자들이 그를 버티게 해준 힘이었다. 수술 직후 항암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회복기까지 도움을 받은 암 전문 한방병원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수술한 후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이 하나같이 ‘요양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속으로 ‘저분들은 연세가 있어 요양병원에 가시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항암 치료를 받으면 팔다리에 힘이 없어지는데, 그 상황에서도 건강한 음식을 잘 먹어야 하거든요. 집에 가면 눈에 보이는 집안일을 하게 되니 쉴 수도 없고요. 요양병원은 단 며칠이라도 편안하게 다른 사람이 해준 밥을 먹으며 면역을 끌어올리는 치료를 받는 곳이었어요. 이를테면 산모가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과 같은 개념이죠.”

강 씨는 ‘밥이 잘 나올 것’을 1순위 조건으로 삼아 요양병원 서너 곳을 돌아봤다고 한다. 그가 고심 끝에 고른 병원은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소람한방병원. 암 환자들이 수술 전후, 항암 치료 전후, 방사선 치료 전후 찾는 의료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일단 강 씨 집에서 가까웠고, 유방암 카페에서 “밥이 맛있다”고 입소문이 난 병원이기도 했다. 상담 과정에서 들은 “양한방 협진을 통해 환자를 적극적으로 케어한다”는 설명도 마음에 와닿았다고 한다.

“저는 암수술 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어요. 병원 응급실에 가니 10시간 동안 수액만 놓아주더군요. ‘항생제 부작용은 아니다’라면서요. 그 상황에서 소람한방병원에 가니 연고를 발라주고 의학적으로도 잘 설명해주셔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어요. 환자들은 작은 일에도 큰 불안을 느끼는데, 그런 마음을 이해해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게 정말 큰 위로가 됐습니다. 이 병원에서 고용량 비타민 주사와 이뮤알파 주사 등 면역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치료를 받았어요.”

강 씨는 “특정 치료나 병원이 모든 사람에게 최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기 상태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상담을 받아본 뒤 좋은 병원을 선택해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암으로 인생 2막을 열다

현재 강 씨는 매달 호르몬 주사를 맞고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소람한방병원에 내원해 면역 치료와 도수 치료, 운동 처방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암 치료하는 동안 쉬었던 인플루언서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삶의 방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전에는 성공만을 목표로 달렸다면, 지금은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한다.

“매일 1만 보씩 걷고 필라테스, 골프 등 다른 운동도 해요. 유방암 환자에게는 운동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의 경우 10년 동안 몸을 갱년기로 만드는 호르몬 치료를 받아요. 그러면 골다공증이 오는 등 갑자기 20년은 늙게 되죠. 그래서 병원에 갈 때마다 골다공증 검사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을 지킬 방법은 운동밖에 없어요.”

강 씨는 예전에는 과자나 빵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지만 이제는 하루 한 끼는 샐러드를 먹는다고 했다. 매일 해독 주스나 야채수 등도 챙겨 마신다. 가장 크게 변한 건 취침 시간이다. 예전에는 새벽 4~5시에 잠들었다면, 이제는 늦어도 밤 12~1시에 잠자리에 든다.

“그동안 내가 몸에 미안한 일을 많이 했구나 하면서 후회해요. ‘이제부터라도 몸에게 잘해줘야지’ 하는 생각도 하고요. 암 투병은 힘든 일이었지만, 삶의 전환점이 됐어요. 인생 2막을 완전 다시 시작하게 됐죠. 그동안 제가 인플루언서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암이 진짜 제 인생의 2막이 됐네요.”

강 씨는 현재 유방암 단톡방에서 아픔을 나눈 사람들과 함께 유방암 경험자 단체 ‘핑크 아미’도 설립했다. 패션·뷰티 분야에서 다져온 소통 능력을 또 한 번 발휘하고 있는 것. 그는 이제 막 유방암 선고를 받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유방암에 걸렸다고 해서 너무 절망하거나 겁낼 필요 없어요. 요즘은 유방암 3기라 해도 죽지 않아요. 정말 힘든 항암 치료를 겪을 수 있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가지는 않죠. 유방암 치료에 최적화된 항암제가 나와 있거든요. 또 인터넷이나 환우 카페에 정보가 많이 올라와 있어요. 다만 그것에만 의지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 암과 치료법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자신에게 맞는 요양병원을 골라서 본 병원 치료와 병행하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아플 때는 남이 해주는 밥이 정말 더 간절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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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여성동아 2022년 4월 7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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