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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 패션 매거진 ‘보그’의 생존법

How To Surviv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입력 2019.02.18 17:00:01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쌍방향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 패션 매거진 ‘보그’의 생존법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쌍방향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 패션 매거진 ‘보그’의 생존법
누군가는 말했다. “인쇄 매체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고. 

디지털 미디어가 종이로 제작된 인쇄 매체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1인으로서 그 말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아직 종말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다. 

활자가 콘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적은 부피나 무게가 부담스러워서 아마존의 킨들 같은 디지털 기기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지만, 시각 데이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패션 매거진에 있어서는 여전히 인쇄 매체가 매력적이다. 그간 많은 패션계의 인재들이 디지털 매거진에 대한 연구와 도전을 거듭해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공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 의욕적으로 디지털 패션 매거진을 창간한 케이스도 있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디지털 패션 매거진의 수명이 길지 않은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디지털 매거진에 실린 콘텐츠가 인쇄 매체의 그것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패션계 힘의 중심은 종이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거대 매거진에 치우쳐 있다. 이들이 생산해내는 콘텐츠는 디지털 베이스의 매체들은 범접할 수 없는 엄청난 자본과 상상력, 그리고 노동의 산물이다. 물론 그렇게 생산된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2차 생산되어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는 곳이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콘텐츠의 기원이 어디인가를 놓고 보면 인쇄 매체의 존재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다. 



1892년 창간된 미국판 ‘보그(Vogue)’는 패션계의 바이블로 통한다. 유행의 최전선에서 다음 시즌의 스타일을 예측하고 새로운 패션 패러다임을 창조해내며 패션에 관한 모든 것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진중하게 다룬다. 그런 ‘보그’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처음부터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인쇄 매체가 사양길로 접어들고 모든 것이 디지털로 바뀌어가는 세상을 말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대비했음이 분명하다. ‘보그’와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배너티 페어’, 남성 패션지 ‘GQ’, 문예지 ‘뉴요커’, 뷰티 전문지 ‘얼루어’, IT 전문지 ‘와이어드’, 미식 전문지 ‘본 아페티’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지를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 그룹 ‘콘데 나스트(Conde Nast)’로서는 종이 매체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이 변화의 시기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패션의 바이블, 그리고 마케팅의 교과서

패션의 바이블 ‘보그’는 이제 ‘SNS 마케팅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판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패션의 바이블 ‘보그’는 이제 ‘SNS 마케팅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판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과거에는 광고를 노출할 곳이 지면에 한정돼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공간이 무한대로 늘어났다. IT 시스템만 잘 받쳐준다면 매거진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환경으로 변모한 것이다. 실제로 콘데 나스트는 최근 몇 년간 광고 콘셉트가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아날로그 매거진과 디지털에 동시에 실리는 패키지 광고가 당연시됐고 더 나아가 SNS에 브랜드의 영상이나 사진을 업로드하는 패키지까지 등장했다. 특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상에서의 광고 포맷은 인쇄 매거진의 그것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한다. 단순히 매체의 SNS 계정에 브랜드가 만든 광고 영상이나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은 팔로어들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기에 매체가 직접 자신들의 감각과 포맷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렇게 제작된 결과물들은 매체의 공식 SNS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SNS 계정에 업로드되기도 하기에, 이제 ‘보그’는 단순한 매거진이라기보다는 기획사이자 제작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이전에는 단순히 만들어진 곡을 부르기만 하는 가수였다면 지금은 기획자이자 제작자이며 가수로 스테이지에 오르기까지 하는, 그야말로 전천후가 된 것이다. 

‘보그’는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경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자국의 ‘보그’를 보던 사람들도 지금은 SNS의 확산에 힘입어 자신이 원하는 나라의 ‘보그’를 팔로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판 ‘보그’의 팔로어는 2천만 명을 넘어섰고 미국판 ‘보그’의 감각이 담긴 SNS 콘텐츠가 알게 모르게 그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뷰티 셀렙들이 등장하는 메이크업 동영상은 ‘보그’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그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결혼식 같은 중요한 날 자신의 메이크업을 소개하는 포맷의 이 비디오는 ‘보그’ SNS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콘텐츠다. 


모델 미란다 커가 결혼식 당일 ‘보그’ SNS에 올린 메이크업 동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마케팅 효과를 입증했다.

모델 미란다 커가 결혼식 당일 ‘보그’ SNS에 올린 메이크업 동영상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며 마케팅 효과를 입증했다.

2017년 5월 모델 미란다 커가 스냅챗의 CEO 에반 스피겔과의 결혼식 당일 올린 메이크업 동영상은 ‘보그’ SNS 계정 역사상 단시간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영상이 됐고, 그로 인해 그 영상에 소개된 브랜드들이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SNS 마케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다. 물론 여기에는 미란다 커 자신이 론칭한 뷰티 브랜드 ‘코라 오가닉스(KORA Organics)’도 포함돼 있었다. 

이렇게 인쇄 매거진들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방식을 찾아 적응하며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디지털의 시대도 인쇄 매체를 단순히 디지털화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넘어서-SNS라는 개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고 이전의 일방적으로 비주얼과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이 아닌-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역동적인 디지털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REX 보그 인스타그램 디자인 최정미




여성동아 2019년 2월 6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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