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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의 신화, 한샘 최양하 회장이 사는 법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 2015.11.13 11:45:00

45년 전 부엌 가구 전문 회사로 출발한 한샘을 오늘날의 국내 최대 홈 인테리어 기업으로 키운 일등 공신, 최양하 회장.
최근 3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넘기며 한샘의 역사를 매일 다시 쓰고 있는 최 회장에게 평사원으로 입사해 가구업계 최장수 CEO가 된 비결, 직원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만의 리더십에 대해 들었다.
샐러리맨의 신화, 한샘 최양하 회장이 사는 법
1970년 설립된 이후 45년 동안 한샘은 부엌 가구 분야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이뤄냈다. 단순히 싱크대를 만들어 파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부엌 가구 전문 대리점 외에도 대형 플래그샵과 키친·바스 전시장, 인터넷 쇼핑몰까지 갖춘 국내 최대 홈 인테리어 유통회사로 거듭났다. 국내 최대 규모의 토털 홈 인테리어 전문 매장인 한샘 플래그샵 6곳이 수도권과 부산 등지에 자리하고 있으며, 한샘 제품만 독점 공급하는 인테리어 전문 대리점과 부엌 가구 전문 대리점은 전국 곳곳에서 운영 중이다. 한샘 제품과 서비스는 제휴 매장을 통해서도 제공된다.

한샘은 지난해 12월 ‘가구 공룡’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한 이후에도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지속 중이다. 2013년 국내 가구 회사로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매출 1조원에 도달하는 시점을 계속 앞당겨 3분기까지 집계된 올 누적 매출액이 이미 1조원이 넘었다. 한샘의 이 같은 눈부신 성장은 전문 경영인 최양하(66) 회장의 남다른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가 최근 5년 동안 30% 내외의 매출 신장을 해마다 기록하고 주가가 20배 넘게 오른 것도 최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최 회장은 1979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창업주인 조창걸(76) 명예회장과 함께 한샘의 오늘을 일궈낸 주인공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1994년 조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대표이사 전무로 전격 승진해 바통을 이어받았고, 이후 20년 넘게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며 1천억원 규모이던 연매출을 10배 넘게 끌어올렸다. ‘가구업계의 미다스 손’이니, ‘샐러리맨의 전설’이니 하는 찬사가 과장은 아닌 셈이다.

한샘의 진짜 경쟁력은 ‘사람’

▼ 대학 졸업 후 대우중공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부엌 가구 회사인 한샘으로 자리를 옮긴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당시 한샘은 싱크대를 만드는 자그마한 부엌 가구 회사여서 매출이 수억원에 불과했는데, 지인의 권유를 받고 선뜻 이직을 결심했어요. 포부가 참 컸었죠. 당시는 제세산업, 율산그룹 등 신흥 재벌들이 욱일승천하던 시절이었어요. 신흥 재벌 한번 일궈보는 게 샐러리맨들의 꿈이었죠. 요즘으로 치면 벤처 열풍 같은 거였어요. 부모님과 아내가 반대했지만 아직 젊으니 더 늦기 전에 꿈 한번 펼쳐보자는 생각에 회사를 옮겼죠.

▼ 한샘에 들어가서 옛 직장 동료들과 연락을 끊었다고 들었어요.

한샘에서 생산과장이라는 명함을 받아들고 경기도 안산 수암공장부터 찾았어요. 제법 그럴싸한 공장인 줄 알았는데 목공소나 다름없더라고요.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더군요. 주변에 자랑할 만한 회사로 키워낼 때까지는 아무도 만나지 않겠다는 오기가 발동해 그날로 지인들과의 연락을 끊었죠. 그때부터 죽어라고 일에 매달렸죠.

▼ 자랑할 만한 회사로 키워낼 자신이 있었습니까.

자신 있었어요. 대학 전공이 철(鐵)학이잖아요(웃음). 먼저 생산 라인의 기계화 · 자동화 작업부터 착수했어요. 당시 수작업에 의존하던 국내 가구 생산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갔어요. 대우중공업 근무 시절 엔진과 주물 생산 업무를 맡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됐죠. 이때의 공장 자동화 작업은 우리 회사가 국내 대표 부엌 가구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데 밑거름이 됐습니다.

▼ 한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사람입니다.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어요. 잘하는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로 보상합니다. 그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다들 스스로 성장, 발전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죠. 저희 회사 직원들은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 이케아나 사제(비브랜드) 가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이케아나 사제에 비해 비싸다고들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계속 노력 중입니다. 저는 사제와 한샘의 가격 차가 15%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가 제품 시장에서 브랜드 프리미엄은 15%면 돼요. 그러한 판단이 주효해서 저가 제품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어요. 이케아가 들어왔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사실 처음에는 이케아가 들어오면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이케아는 가구보다 부담없이 살 수 있는 생활용품을 많이 팔기 때문에, 생활용품 30%에 가구 70%를 생산하는 저희 회사가 더 불리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게다라 빌트인 가구를 선호하는 추세여서 가구보다 생활용품의 소비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거죠. 또 원가 경쟁력에서도 이케아에 밀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저희의 강점이 사람이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더라고요. 한샘은 영업사원도, 시공사원도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데 이케아는 고객이 직접 사다 조립하는 가구를 파니까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무기가 없거든요. 그래서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고객들에게 한라봉 등 별의별 선물을 다 받는데, 이케아 회장은 죽었다 깨나도 그런 거 못 받을 거라고요. 저희 회사에서는 매주 일선 근무자와 시공사원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선물을 입구에 갖다 놓죠(웃음).

샐러리맨의 신화, 한샘 최양하 회장이 사는 법

평소 직원들에게 “현장에 답이 있다”고 강조하는 최 회장은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함께 한샘의 오늘을 일궈낸 주인공으로 꼽힌다.

‘직접 가고, 직접 듣고, 직접 실행하는’ 리더십

최 회장은 평소 ‘직접 가고, 직접 듣고, 직접 실행하는’ 리더십을 발휘한다. 한샘의 모든 행사에는 등산이 빠지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반기마다 진행되는 전사 팀장회의도, 격주로 진행되는 임원회의도 늘 등산이나 트레킹으로 마무리되는데, 여기에는 직급과 부서를 넘어 상호 간의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기를 바라는 최 회장의 뜻이 담겨 있다.

“등산을 함께하다 보면 신임 팀장부터 CEO까지 회의에서 미처 나누지 못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을 수 있어요. 다른 사업부 임직원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죠.”

최 회장은 매주 금요일을 ‘현장경영의 날’로 정해 임원들이 현장에 나가 일선 근무자와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게 한다. 최 회장 역시 이날은 현장을 사전 예고 없이 방문해, 시공 기사의 차를 타고 상차 작업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지켜본 뒤 현장의 문제점과 근무자들의 애로사항을 개선할 것을 지시한다.

“현장경영을 통해 수도권과 지방의 시공 시간 차이를 없애는 등 여러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담당 임원이 직접 참석하는 ‘시공·AS 기사 체육대회’, ‘영업사원의 밤’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 고객과 친밀도가 높은 사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있어요. 작년 상반기에는 월 평균 2회씩 일선 근무자와 간담회를 갖고 시공사원, 물류센터 사원, AS사원, 컨텍센터 상담사, 영업사원들의 고충을 들었어요. 이 자리에 참석한 담당 임원들이 여기서 나온 건의사항을 직접 해결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죠. 한샘에서는 이 간담회를 바탕으로 현장제안제도를 새로 마련해, 현장 개선을 위한 일선 근무자의 건의가 채택되면 적절한 포상을 합니다.”

▼ 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까.

현장에 답이 있으니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대하는 영업사원, 시공사원, AS사원들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여겨 수시로 현장경영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청취합니다. 현장 근무자들에게는 항상 품질과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반영되나요.

CEO를 비롯한 모든 임원들은 의무적으로 현장경영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매주 한 곳 이상의 현장, 즉 판매·시공·제조·물류 현장을 방문해 일선 근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한 후 문제점을 개선해나가도록 하고 있어요. 소비자 조사 등을 통해서 수시로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양한 현장 상황을 파악합니다.

▼ 전문 경영인이지만 오너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은 없을까요.

저는 소신 경영을 합니다. 눈치 볼 게 뭐 있나요. 결과로 말하는 건데. 저희 회사처럼 눈치 보는 걸 질색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겁니다. 저뿐 아니라 직원들도 소신대로 일합니다. 성과 내는 게 중요하지, 비위 맞추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어제까지 역적이었던 사람도 좋은 성과 내서 영웅이 되고, 어제의 영웅이 오늘은 역적이 되기도 하죠. 하하하. 모든 평가는 성과로 합니다. 사실 그게 가장 공평한 것이죠. 정리가 앞서고 친분이 앞서고 그러면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워요.

▼ 최근 인조 대리석을 제조·판매하는 자회사(한샘이펙스)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문제가 된 자회사에 한샘 지분이 가장 크게 들어가 있고, 전체 매출에서 한샘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여서 그런 의혹을 샀던 겁니다. 그래서 한샘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을 40% 이하로 계속 줄이며 문제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년 취업,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샐러리맨의 신화, 한샘 최양하 회장이 사는 법
최 회장과의 인터뷰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샘 플래그샵 방배점에서 진행됐다. 한샘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고급스럽게 꾸민 주방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국내 최대 부엌 가구회사 대표’를 보노라니 이런 질문이 튀어나왔다. “요즘 ‘요섹남(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이 인기인데, 집에서 요리 좀 하시나요?” 사람 좋은 미소를 만면에 머금고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던 그의 온화한 눈빛이 잠깐 흔들린 순간이다.

“집에서는 주방에 들어갈 시간이 거의 없어요. 안 그래도 요리를 배우고 있는데 아직 남에게 자랑할 만큼 잘하는 요리가 없어요. 한번은 너비아니구이 만드는 법을 배워 요리해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매일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주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하하하.”

▼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인데도 권위적이지 않아 놀랐습니다.

저희 회사는 권위의식을 싫어해요. 명예회장도, 저도 마찬가지죠. 오히려 의전 이런 게 너무 없어서 문제예요. 저희 회사처럼 의전 없는 기업도 없을걸요. 다들 실적 올리기 바쁩니다. 하하하.

▼ 한샘은 전문 경영인 체제가 성공한 모범 사례라고들 평가합니다.

실은 오너 경영과 전문 경영을 같이한다고 봐야죠. 저희 회사는 그 두 가지 장점을 다 뽑아내고 있어요. 오너가 업무 보고는 받지만 경영에 직접 관여하진 않습니다. 대신 전문 경영인이 하기 힘든 미래에 대한 투자를 오너가 하고 계시지요. 혼자 다 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서로 역할을 분담하는 겁니다. 오너의 결단이 중요하죠.

▼ 평사원 출신 CEO라 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회사원 누구나 전문 경영인이 될 수 있는데 그런 오너십을 가진 경영자를 만나긴 쉽지 않아요. 그런 오너십을 바탕으로 경영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죠.

▼ 좌절하는 청년 백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까.

누구나 자기 나름의 재능이 있어요. 다 가능성이 있고 할 일이 있는데 그걸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 것이 문제예요. 부지런한 친구들은 자신을 방치하지 않아요.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스스로 발견하려 하지 않으면서 청년 실업난을 호소하는 건 못난 짓입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해도 취직할 사람은 다 하거든요.

물론 구조적으로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없는 환경에 이른 건 그들 탓이 아니에요. 정부와 기업이 다 함께 고민해서 풀어야 할 문제죠. 정부도 고용과 성장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기업도 성장하는 만큼 고용에 힘써야 합니다. 저희 회사가 바로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 덕분에 일자리 창출 모범 기업으로 상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여건이 아무리 좋아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어요.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거예요. 우리 회사 영업사원들 중에도 대학 졸업한 지 2년밖에 안 됐는데 억대 연봉을 받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그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요. 이렇게 좋은 영업력은 사실 돈 받고 가르쳐줘야 하는데 우리 회사가 워낙 좋아서 돈 주며 가르쳐주는 거라고요. 하하하.

▼ 앞으로 한샘은 어떤 회사가 될까요.

세계 1위 토털 홈 인테리어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중국 시장에 반드시 안착해야 합니다. 중국 시장 연착륙에 사활이 걸려 있어요. 중국 시장은 1백조원 규모니까요.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것은 내년이나 후년쯤이 될 거예요. 중국에 진출한 지는 15년 됐는데 저희 제품에 대한 반응이 괜찮습니다. 지금은 B2B(기업 대 기업)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쌓은 B2C(기업 대 개인) 영업 노하우를 발휘해 매출 규모를 늘릴 계획이에요. 그동안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희라고 성공하리란 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겐 감동이라는 히든카드가 있기에 저희 직원들의 잠재력과 진정성이 중국에서도 통할 거라고 믿습니다.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여성동아 2015년 11월 6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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