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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ART

욕쟁이 할머니 로봇 선보인 노소영 나비 관장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 | 사진 · 홍중식 기자, 뉴스1

입력 2015.11.06 17:07:00

인간이 로봇과 친구가 되는 건 영화 속 혹은 아주 먼 훗날에나 가능한 일인 것으로 생각됐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그 먼 미래를 사람들 앞에 직접 펼쳐보였다. 그는 최근 열린 한 행사에서 ‘감성 로봇’을 시연하며, 그것이 소통의 단절을 해결할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욕쟁이 할머니 로봇 선보인 노소영 나비 관장
요즘 사람들에게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는 잠시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다. 유비쿼터스의 실현으로 먼 곳에서도 집 안 곳곳을 통제할 수 있게 됐으며, 언제 어디서나 지구 반대편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얻게 됐지만 정작 살아가는 데 기본인 ‘감정’의 교류는 왜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일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내 노소영(54) 관장은 2000년 아트센터 나비를 설립한 이래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적 감성에 지속적으로 천착해왔다. 당시만 해도 디지털 아트는 ‘컴퓨터로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을 하는 변두리 예술’ 정도로 여겨지던 때였다. 그의 15년간의 예술적 실험은 어렵게만 느껴지던 디지털 아트를 사람들의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과학기술과 예술이 어떻게 상호 소통하며 인간의 미래를 밝혀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20일 열린 세계여성경제포럼에서 공감 섹션 패널로 나와 ‘감성 로봇’을 시연하며 자신이 얻은 해답의 일부를 제시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 이성과 사고를 훈련하는 것처럼 감정도 배우고 연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일상을 살펴볼까요? 예부터 우리는 감정이 풍부한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감정을 억제하고 소통을 차단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술로 자기 감정을 풀게 되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병이 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정말 단순하지만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 장난감들을 고안했습니다. 이른바 감성 로봇이라 불리는 이 장난감들은 누구나 다룰 수 있을 만큼 원리가 간단한 것들이에요.”

인간과 로봇이 친구가 되다!

욕쟁이 할머니 로봇 선보인 노소영 나비 관장

노소영 관장이 시연한 감성 로봇 중 하나인 욕쟁이 할머니.

노 관장이 시연해 보인 감성 로봇은 세 가지로, 모두 지난 8월 아트센터 나비에서 열린 ‘나비 해카톤 : 하트봇(Nabi Hackathon : H.E.ART BOT)’ 전시회에 출품됐던 것들이다. 하트봇은, ‘따뜻한 마음(Heart)’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인간과 공감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첫 번째는 하이파이브 로봇이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일만 하는 이들을 위한 것으로, 모니터 옆에 세워두고 ‘잘했다’고 칭찬을 하면 로봇이 손을 들어 사용자와 하이파이브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면 로봇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일만 하는 사람처럼 허리가 앞으로 굽고 고개가 앞으로 빠져 고꾸라지게 된다.

두 번째는 욕쟁이 할머니 로봇. 너무 착해서 욕을 할 줄 모르는 작가가 만들었다는 이 로봇은 “할머니 욕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면 사용자를 대신해 욕을 쏟아낸다. 누군가가 미워지거나 화가 날 때 그때그때 그 감정을 터트리고 해소할 수 없는 이들을 대신해 감정을 폭발시키는 로봇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하얀 알 모양의 로봇은 산후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을 위한 것이다. 실제로 매일 집에 혼자 있어 우울해하는 아내를 둔 작가가 만들었다는 이 작품은, 사용자가 아내를 생각하며 알을 쓰다듬을 때마다 집에 있는 아내 로봇이 여기에 반응해 몸을 흔들고 빛을 뿜는다.

노소영 관장은 인간의 상상력이 기계의 회로에 따스한 숨결을 불어넣고 있으며, 세상을 삭막하게 만드는 존재로만 여겨졌던 로봇이 세상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바꾸는 매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시연을 마무리했다.

디자인 · 유내경

여성동아 2015년 11월 6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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