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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재벌 정서 누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인기’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제공

입력 2015.08.25 09:41:0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 경쟁에서 얻은 것은 면세점 그 이상이다.
과감, 신속, 겸손한 행보로 재벌가 딸을 넘어 능력 있고 신뢰감을 주는 리더 이미지를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 없는 우아한 스타일 역시 이부진 사장의 힘이다.
반(反)재벌 정서 누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인기’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지난 7월 10일 서울 지역 3곳(대기업 2곳, 중견기업 1곳)과 제주 지역 1곳 등 신규 면세점 사업자 4곳을 최종 선정해 발표했다. 매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각 기업들의 사활을 건 불꽃 튀는 경쟁 끝에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설립한 HDC신라면세점, 한화그룹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상 대기업), 하나투어 SM면세점(중견기업), 제주관광공사(제주)의 품에 안겼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얘깃거리를 낳았는데, 특히 베일에 가려졌던 대기업 오너들의 경영 스타일을 살필 수 있는 기회였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이는 단연 이부진(45) 호텔신라 사장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맏딸인 이부진 사장은 기대 이상의 파격적이고 발 빠른 행보로 면세점 입찰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승리는 이부진 사장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녀의 경영 스타일을 살펴봤다.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 #현장 중심 #승부사

업계에서는 호텔신라가 면세점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이부진 사장의 치밀한 계산과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행보를 꼽고 있다.

사실 호텔신라는 서울 시내 면세점 점유율이 26.5%(롯데쇼핑의 60.5%에 이어 2위)에 달해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의 합작을 ‘신의 한수’로 삼았다. 이를 통해 1월부터 일찌감치 면세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놓고도 경험이 없어 고심하던 현대산업개발은 풍부한 노하우를 지닌 파트너를 얻게 됐고, 호텔신라는 독과점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는 윈윈 효과를 거뒀다.

지난 4월 이부진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합작법인 설립에 전격 합의한 이래, HDC신라면세점의 설립부터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까지의 과정은 신속 · 치밀 그 자체였다. 양사가 면세점 부지로 내세운 용산아이파크몰은 KTX역이 있는 교통 요충지다. 이곳에 면세점이 입점해 유커의 방문이 늘어난다면, KTX를 이용해 지방으로 관광객들을 분산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강원도, 전라남 · 북도 , 충청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HDC신라면세점과 업무협약을 맺고 면세점 선정에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상권이 예전만 못한 용산전자상가를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처럼 명소로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소상공인들과 상생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점도 선정 과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



6월 17일 제주신라호텔 투숙객 가운데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사실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 사장은 신속한 대처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다음 날 아침 첫 비행기로 제주도에 내려가 9일 동안 머물며 사태 해결을 진두지휘했다. 하루 3억원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감수하며 호텔 영업을 중단한 것은 물론 투숙객들에겐 숙박료 전액과 항공료를 보상했다. 6월 22일엔 원희룡 제주 도지사와 만나 메르스 사태 후속 대처에 대해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원희룡 도지사는 “호텔 측이 밤새 CCTV를 확인해주는 등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고, 이 사장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험하고 놓쳤던 것을 모아 백서로 만들고 있는데 주변 관광지, 숙박업소와 이를 공유하도록 하겠다”며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줬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6월 말에는 직접 베이징으로 발길을 돌려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대형 여행사들을 찾아다니며 관광객 유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반(反)재벌 정서 누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인기’

1 6월 30일 베이징을 방문, 중국 최대 여행사인 CTS 경영진과 회동을 갖고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을 늘려달라고 부탁한 이부진 사장. 2 7월 3일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 비전 선포식. 3 6월 22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만나 메르스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4 7월 9일 면세점 선정을 하루 앞두고 열린 프레젠테이션 직후 홀가분한 표정의 이부진 사장.

#경청 #겸손 #부드러운 카리스마

“잘되면 여러분 덕분이고 안되면 제 탓입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하루 전날 열린 각 회사별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부진 사장이 실무진에게 한 말이다. 회사의 미래가 걸린 일인 만큼,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었던 실무진은 이부진 사장의 이 한마디 덕분에 다소나마 긴장을 풀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대기업 오너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의외로 많지 않다. 만약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 경영’을 하는 다른 오너들과 달리 이부진 사장은 2010년 호텔신라 사장에 취임한 이래 줄곧 현장에서 실무를 직접 챙겨왔다. 그 과정에서 2011년 신라호텔 뷔페 레스토랑의 한복 금지 논란이나, 제주신라호텔 메르스 사태처럼 불미스러운 일 또는 위기 때마다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해 신뢰를 얻었다.

이부진 사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들은 그의 경청하는 자세와 겸손을 높이 산다. 호암상 시상식 등 공식석상에선 학계, 예술계의 원로들과 대화하거나 의견을 구하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평소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편이며, 가끔 회식 자리를 마련해 고충을 듣기도 한다.

#연예인 압도하는 패션 감각 #샤넬 코르사주 #여성적인 우아함

이부진 사장은 경영 능력 못지않게 패션 감각도 뛰어나다. 재계와 연예계를 아울러 옷 잘 입는 사람을 꼽으면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인데, 단지 명품을 걸쳐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취향과 색깔이 분명해서다. 그녀의 패션은 우아한 페미닌 스타일로 정의할 수 있다. 실크, 새틴, 벨벳 등 고급 소재에 컬러는 화이트, 블랙, 베이지 등을 벗어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단정한 비즈니스 우먼 룩이지만, 시스루나 레이스 등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케이프 스타일 등으로 여성미가 돋보이도록 한다. 그녀의 이런 스타일은 일 잘하는 여성은 패션에 무심하다든가 남성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선 여성스러움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선 단정한 실루엣의 원피스와 정장을 즐겨 입어 신뢰감을 주는 전략을 택했다. 몇 차례 공식석상에서 샤넬의 화이트 카멜리아 코르사주를 달고 나온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특정 브랜드가 확연히 드러나는 의상이나 액세서리를 여러 번 반복해서 착용하는 건 셀레브러티들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라 각별한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샤넬의 창시자인 가브리엘 사넬은 카멜리아꽃이 액운을 쫓는다고 믿어 특히 이 꽃을 사랑했다고 한다.

디자인 · 김수미

여성동아 2015년 8월 6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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