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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 이야기…우아함 속에 숨겨진 신들의 소동극~보티첼리 ‘봄’

우먼동아일보

2013. 03. 15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 이야기…우아함 속에 숨겨진 신들의 소동극~보티첼리 ‘봄’

 ▲ 보티첼리 ‘봄’ (1478년 경, 목판에 템페라, 203×314cm, 우피치 미술관)



바람 따라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보니 좋은 기운이 느껴지죠? 바람의 숨결, 봄의 촉감이 손에 잡히는 듯한 이 그림은 보티첼리의 ‘봄’입니다.
겉으로는 우아하고 신비로운 콘셉트이지만, 속으로는 봄을 맞이하느라 한바탕 신들의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2013 S/S 패션 화보가 이보다 더 트렌디할까?’ 싶을 정도로 멋진 의상과 드라마틱한 구성이 눈에 띄네요. 종교화가 주류를 이루던 15세기에 이렇게 고대 신화를 주제로 잡았다는 것도 신선했을 테고요.

비너스, 큐피드, 헤르메스…. 우리가 잘 아는 신들이 대거 등장했으니 재미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화면 중앙에서 신들을 감독하듯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비너스, 그 위에는 한쪽 눈을 가린 채 화살을 쏘고 있는 큐피드가 보입니다. 왼편에는 날개 달린 넓은 차양의 모자,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소식을 전하는 헤르메스도 보이네요. 손끝으로 겨울의 먹구름을 걷어내며 봄을 부르는 것 같죠?
오른편에서는 더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서슬퍼런 모습의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요정 클로리스를 붙잡는 순간, 꽃의 여신 플로라로 변신해 동산에 꽃잎을 뿌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적인 동영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담한 화면 구성입니다.

‘봄은 겨울이 꾸는 꿈’ 이라는 말처럼, 봄은 유독 힘겹고 변덕스럽게 찾아오죠?
비너스 옆에서 기쁨에 넘쳐 춤을 추는 세 명의 여신처럼, 어수선한 가운데 자연의 법칙대로 봄을 맞이하는 신들처럼, 우리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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