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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위대한 유산

From Mother to Daughter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에스팀 제공

2015. 05. 19

요즘 연예계를 보면 최고의 재능은 DNA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월한 유전자를 바탕으로 대를 이어 업계 평정에 나선 스타 모녀들의 이야기.

위대한 유산
프렌치 시크의 정수, 제인 버킨&샤를로트 갱스부르

딸은 나이가 들면서 엄마와 닮아간다. 4월 개봉한 프랑스 영화 ‘나쁜 사랑’의 주인공 샤를로트 갱스부르(43)는 외모뿐 아니라 분위기까지도 엄마 제인 버킨(69)의 젊은 시절을 빼다 박은 듯하다.

제인 버킨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쉽지 않다. 영국 출신으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아이콘이 됐고, 그녀의 이름을 딴 에르메스 버킨 백은 수십 년 동안 여성들의 위시 리스트에서 맨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벌어진 앞니가 두드러져 보이는 그녀의 외모는 아름답다고 하긴 힘들다. 하지만 예뻐 보이기 위해 치아를 교정했다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영국 출신 모델이던 버킨은 싱어송라이터 세르주 갱스부르를 만나 자유롭고 관능적인 여인으로 거듭났다. ‘Yesterday Yes a Day’ ‘Di Doo Dah’ 같은 프렌치 팝의 대명사가 된 곡들을 불렀으며, 1984년 영화 ‘더스트’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버킨과 그녀의 두 번째 남편 세르주 갱스부르 사이에서 태어났다. 버킨은 첫 번째 남편 존 베리와의 사이에서 케이트 베리, 세 번째 남편 자크 드와이옹과의 사이에서 루 드와이옹 등 세 딸을 두었는데,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케이트는 몇 년 전 파리의 아파트에서 추락사했고, 루 드와이옹은 가수로 활동 중이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열한 살 때 영화 ‘사랑할 때와 이별할 때’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고, 성인이 된 후에는 ‘멜랑콜리아’ ‘안티 크라이스트’ ‘님포매니악 볼륨 1, 2’ 등에 출연하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렸다. ‘안티 크라이스트’로 2009년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나쁜 사랑’에선 데뷔작에 함께 출연했던 카트린 드뇌부와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제인 버킨과 마찬가지로 디자이너들의 뮤즈로 꼽히는데, 어릴 때 엄마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옷을 입었는지 정확히 기억하며 그런 것들이 스타일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고 말한다. 감독이자 배우인 이반 아탈과의 사이에서 세 자녀를 두고 있는 그녀는 언론에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 자신이 어릴 때 제인 버킨의 딸로 너무 많은 관심을 받은 탓이다. 현재는 주목받는 삶을 피해 가족과 함께 프랑스를 떠나 미국에서 살고 있다.



당대 섹시 아이콘, 멜라니 그리피스&다코타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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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를 풍미한 금발의 여배우 멜라니 그리피스(58)는 최근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아나스타샤 역을 맡아 할리우드 신데렐라로 떠오른 다코다 존슨(26)의 엄마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다코타 존슨의 외할머니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은막 스타 티피 헤드런으로 3대에 걸쳐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아버지 역시 여전히 배우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돈 존슨. 1999년 ‘크레이지 인 알라바마’에 다코타 존슨을 캐스팅해 배우의 길로 이끈 이는 멜라니 그리피스의 네 번째 남편이었던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 하지만 멜라니 그리피스와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지난해 6월 “우리는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냈던 우리의 아름다운 시간을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으로 근 20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우아하게 갈라섰다. 이후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스무 살 연하의 모델과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젊은 시절, 다코타 존슨 이상의 관능적인 매력으로 ‘섹시 아이콘’으로 불렸으나 성형 중독으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멜라니 그리피스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개봉 이후 딸과 함께 종종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데, 얼굴에선 성형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몸매는 전성기 못지않은 모습. 파파라치들이 그녀의 사진을 찍기 위해 주로 진을 치는 곳이 피트니스 센터 앞이라는 사실이 그녀의 몸매 비결에 대한 답을 대신한다.

다른 듯 닮은, 황신혜&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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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혜(52)의 딸 이진이(18 · 본명 박지영)는 172㎝의 키와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로, 에스팀 소속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황신혜가 ‘컴퓨터 미인’이라 불릴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라면 딸 이진이는 이목구비가 큼직하고 개성적인 스타일. 2013년 ‘구호’ 패션쇼로 데뷔했으며 3월에는 미국 톱 모델 타이라 뱅크스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넥스트 톱 모델’ 촬영에 참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최근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고교 10대 천왕’에 패널로 캐스팅돼 방송 데뷔도 앞두고 있다. 데뷔 전부터 종종 엄마와 함께 화보 촬영을 하고, 쇼핑을 다니면서 스타일에 대한 감각을 배우고 연예계의 분위기를 익힌 그녀가 모델로 진로를 정한 건 일면 자연스러운 듯 보이지만, ‘황신혜의 딸’이기 때문에 커리어에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 것도 사실. 이에 대해 황신혜는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딸 이진이. 네가 얼마나 노력하고 열심인지 알 사람은 다 알지 않니? 혹시라도 엄마 ‘빽’이니 뭐니 하는 소리들은 그냥 웃어넘기기로 했지? 네 말대로 태어나 보니 엄마가 황신혜인 걸 어쩌겠니. 지금처럼 그렇게 천천히 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 너무 멋지고 엄마도 자극받는 거 넌 아니? 이진이 파이팅”이라며 딸을 응원했다. 이진이는 같은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 감동받았어. 황신혜 딸로 태어나서 사람들이 빽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거고. 솔직히 이득도 있고 또 그만큼 더 열심히 하는 게 있지. 더 성장해 나가면 황신혜 딸보다는 이진이로 서는 날이 오겠지. 그리고 난 다시 태어난다 해도 엄마 딸로 태어날 거야”라는 글로 엄마의 응원에 답했다.

배우의 아우라, 견미리&이유비 · 이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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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MBN ‘뱀파이어 아이돌’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한 이유비(25 · 본명 이유진)는 ‘구가의 서’ ‘피노키오’ 등 4편의 드라마를 거치는 동안 연기자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시켜주었다. 그녀의 엄마는 주로 재벌가 안주인으로 안방극장에 단골로 등장하는 중견 탤런트 견미리(51), 아버지는 과거 활동했던 임영규다. 견미리는 임영규와 파경 후 현재의 남편과 재혼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삶이 싫었던 견미리는 딸이 배우의 길에 들어서는 걸 원치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유비는 꿈을 포기하고 이화여대 성악과에 진학했으나 결국은 엄마 몰래 오디션을 봐서 배우가 됐다. 최근에는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가 주연한 영화 ‘스물’에서 감초 연기로 호평을 받았으며 곧 촬영에 돌입하는 드라마 여주인공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엄마를 닮은 아담한 체구에 하얀 피부, 귀여운 외모가 강점이다. 어릴 때부터 딸을 촬영장에 데리고 다닌 견미리는 아직 딸의 활동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 공개적인 자리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드물고, (혹시 딸에게 피해가 될까 봐) 당분간은 같은 작품에 출연할 생각도 없다고 한다. 이유비는 작품을 할 때마다 엄마 견미리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내가 엄마의 딸인 건 사실이지 않나.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내가 더 열심히, 더 꾸준히 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 테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나보다 주변 분들이 그런 수식어에 더 신경을 쓰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키이스트 소속으로 영화 ‘역린’을 통해 얼굴을 알린 이유비의 동생 이다인(23 · 본명 이주희)은 최근 MBC 주말 드라마 ‘여자를 울려’에 캐스팅 돼 견미리의 두 딸을 모두 TV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디자인 ·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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