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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드는 배우 이천희

My Handmade Life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달 출판사 제공

입력 2015.04.16 13:45:00

이천희가 최근 ‘가구 만드는 남자’라는 에세이집을 펴내며 ‘천가이버’로 거듭났다.
캠핑과 서핑이 취미인 이 남자의 다재다능한 매력과, 나무에 사랑과 열정을 불어넣으며 삶의 행복을 키워가는 카메라 밖 일상을 들여다봤다.
가구 만드는 배우 이천희
배우 이천희(36)가 최근 에세이집 ‘가구 만드는 남자’를 세상에 내놨다. SBS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의 어리바리한 ‘천데렐라’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가구를 만드는 이천희가 선뜻 그려지지 않겠지만 그는 20세 때부터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들어온 16년 차 ‘목수’다. 2008년에는 ‘천희공작소’라는 공방을 열어 지인들이 의뢰한 가구를 제작하다 2013년 건축가인 친동생 이세희 씨와 함께 가구 브랜드 하이브로우(HIBROW)를 론칭했다.

실제 삶에서 그의 모습은 작품 속에서 그동안 연기해온 캐릭터만큼 다양하다. 2011년 8세 연하의 후배 연기자 전혜진과 결혼해 딸 소유(4)를 둔 그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캠핑과 서핑, 사진 찍기를 즐기는 만능 재주꾼이다. ‘가구 만드는 남자’에는 배우 외에도 여러 직함을 갖고 살아가는 그의 삶과 가구를 직접 만드는 노하우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로 3월 4일 출판기념회에 모습을 드러낸 이천희는 “처음에는 3~4개월이면 책을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꾸 욕심이 생겨서 좀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사진까지 직접 찍어서 넣다 보니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면서 “내가 만드는 가구가 장인의 그것처럼 훌륭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 책을 통해 함께 가구를 만들어 쓰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날 못다 한 이야기를 그와 서면 인터뷰로 나눴다.

가구 만드는 손재주는 할아버지 유전자

가구 만드는 배우 이천희
▼ 이 책을 낸 동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구 만드는 것을 좋아하니까 주변에서 책을 쓰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그때마다 선뜻 수락할 수 없었어요. 제가 책을 써도 될지, 타이밍이 적절한지, 책을 내면 사람들이 제 얘기를 재미있어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거든요. 오랜 고민 끝에 ‘가구 만드는 남자’라는 제목처럼 가구도 만들고 친구도 만들고 삶도 만들어가는 제 삶을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용기를 냈어요.

▼ 가구를 만들게 된 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어요.

할아버지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는데, 직접 집을 짓고 외양간도 고치셨어요. 어릴 적 제 모든 장난감도 나무로 뚝딱뚝딱 만들어주셨어요. 커다란 궤짝으로 된 할아버지의 연장통엔 오만 가지 공구가 다 있었어요. 어릴 땐 어느 집에나 그런 연장통이 있는 줄 알았죠. 나중에 서울로 올라오셨을 땐 시멘트로 계단도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남다른 분이셨어요. 아버지는 공고 기계과 선생님으로 재직하다 계원예술대 법인사무국에서 오래 일하셨는데, 퇴임 후 전북 임실에 있는 한옥학교에 다니셨어요. 거기서 한옥 짓는 기술을 익혀 지금은 동네에 직접 정자를 세우고 계십니다. 그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 어릴 때부터 뭔가를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집 안을 고치고 물건을 만드는 일을 남자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로 여겼죠.

▼ 어릴 때 장난감도 직접 만들었다면서요.

처음 만든 장난감이 미니카 트랙이었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앞 문방구에 설치돼 있던 미니카 트랙을 본뜬 거였죠. 길거리에 있는 종이 박스들을 모아서 같은 크기로 자르고 테이프를 일일이 붙여 레일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직접 만든 미니카 트랙에서 동생과 둘이 레이스를 펼치곤 했어요. 종이로 만든 것치곤 성능도 괜찮았어요(웃음).

▼ 손재주가 많군요.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그것도 할아버지,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예전에 1989년식 ‘골프 2세대’를 타고 다녔는데 그 차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자동차 부품을 다 뜯어봤어요. 뜯는 데만 이틀이 걸렸는데 조립하는 데는 일주일이 걸리더군요. 그만큼 손으로 하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가구 만드는 배우 이천희

1 이천희(왼쪽)는 2013년 건축가인 동생 이세희 씨와 가구 브랜드 ‘하이브로우’를 론칭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2 이천희가 딸 소유에게 처음 선물한 가구인 아기 침대. 3 이천희가 직접 만든 장식장. 4 공방에서 작업 중인 이천희.

▼ 학창 시절에는 어떤 아이였나요.

중·고등학교 때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러다 서울예대 연극학과에 진학하면서 문화 예술 쪽에 많은 관심이 생겼죠. 무대미술이나 분장 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공연 연습을 할 때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무대나 조명 설치를 먼저 가서 도우며 작업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 20세부터 가구를 만들어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군대를 제대한 후 옥탑방을 제 방으로 쓰게 됐어요. 뾰족한 지붕이라 경사가 심했어요. 시중에서 파는 가구를 들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어요. 기존 제품을 구매할 수 없으니 만들어서 쓰는 수밖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어요. 그때 처음 톱과 망치만 가지고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온 겁니다. 남들보다 키가 크니까 소파 길이가 길었으면 했는데 그런 소파를 안 팔기에 직접 만들었고요. 사람들 대부분이 가구에 몸을 맞추지만 저는 제 몸에 맞는 가구를 만든 거죠.

▼ 그동안 만든 가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뭔가요.

딸 소유를 위해 만든 아기 침대요. 아이에게 진짜 친환경 가구를 쓰게 해주고 싶어서 제가 만져본 나무 중 가장 비싼 히노끼(편백)로 만들어줬어요. 일반적인 아기 침대와 달리 우리 부부의 침대와 같은 높이로 만들고, 침대 문을 열면 눈을 맞출 수 있는 구조로 디자인했죠. 하지만 소유가 그걸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그래도 아빠가 소유를 위해서 처음으로 만들어준 가구라는 사실을 알면 나중에라도 뿌듯해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용자의 성향과 습관까지 가구에 반영해

▼ 동생과 함께 만든 브랜드 ‘하이브로우’는 어떤 가구를 지향합니까.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가구입니다. 제가 쓰고 싶은 것을 만들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들을 만나는 거죠. 모든 제품 하나하나가 저희 손을 거쳐 완성돼야 한다는 신념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집하며 타협할 수 없는 가치로 삼고 있어요. 하이브로우의 손으로 만들어진 무심한 듯 적당한 제품들을 통해 보다 많은 이의 일상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은 바람이에요.

▼ 건축가인 동생과 함께 작업하면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요.

서로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취미로 가구를 만들 때는 디자인을 먼저 떠올린 후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제작에 들어가는 편이었어요. 생각대로 나무를 자르고 본드를 바르고 튀어나오면 깎아버리고, 사이즈가 작아져도 그러려니 했죠. 하지만 동생은 건축을 전공했기 때문에 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아요. 어떤 제품을 만들든 일일이 컴퓨터로 도면 작업까지 하는 스타일이에요. 동생의 이런 꼼꼼한 작업 스타일이 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줘서 가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죠.

▼ 지인들이 주문하는 가구는 어떤 것들인가요.

테이블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많았던 것 같아요. 카페 테이블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카페 인테리어보다 지인의 취향을 더 크게 고려해서 만들었어요. 인테리어 역시 그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가구를 만들 때는 그 밖에도 부탁한 사람의 습관, 좋아하는 성향 등을 주의 깊게 살펴 디자인에 반영해요.

▼ 좋은 가구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장인이 좋은 재료로 만든 가구도 훌륭하겠지만 사용자의 용도에 적합한 가구가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비싼 가구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니듯, 가구는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에 맞고 스토리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구를 만든 사람이 사용할 사람의 성향과 습관 등을 얼마나 고려해서 만들었는지도 중요하고요.

가구 만드는 배우 이천희

이천희(오른쪽)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취미 생활인 캠핑, 서핑 등을 아내 전혜진과 함께 즐긴다.

▼ 직접 만드는 DIY 가구 공구를 고를 때 유의할 점이 있나요.

처음부터 고가의 공구를 살 필요는 없어요. 초보자일수록 저렴한 여러 가지 공구를 사용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 가장 필요한 공구를 찾아나가는 것이 좋아요. 주위 사람에게 공구를 빌려 써보는 것도 방법이죠. 기본적인 공구를 사용하다가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마다 필요한 공구를 하나씩 장만해 쓰다 보면 편의성과 내구성의 차이를 느낄 수 있어요.

▼ 가구 만드는 일에 빠져 있으면 아내와 아이가 싫어하지 않나요.

밖에 나가서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친구들 만나서 노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좋아해요. 대신 작업 중 행여 다칠까 싶어 걱정과 당부를 많이 하죠. ‘작업하다 귀에 톱밥이 들어가면 바로 잘 씻어내라’ ‘마스크와 장갑을 꼭 착용해라’ 하고요. 한창 집에 들일 가구를 많이 만들 때는 또 만드느냐고 타박하기도 했지만, 막상 완성해서 집에다 두면 아내와 아이가 무척 좋아해서 만든 사람 입장에서도 무척 뿌듯하죠.

▼ 이천희 씨에게 가구란 무엇입니까.

좀 거창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삶을 만드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제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서 노력을 기울일수록 완성도가 올라간다는 점이 닮았어요. 가구가 고치고 바꾸고 수선하는 과정에서 그 제품만의 특징과 이야기가 생겨나는 것처럼 삶도 그러하고요. 이런 공통점들이 제가 아마추어 목수로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구를 만들면서 조금씩 삶에 대해 배우는 중이에요.

가족과 틈틈이 캠핑 즐기는 가정적인 ‘천가이버’

▼ 가구 만들기 외에도 사진 찍기, 캠핑, 서핑 등 취미가 다양하더군요. 연예 활동만으로도 바쁠 텐데 상당한 훈련을 요하는 이런 취미들을 즐기는 게 가능한가요.

그냥 좋으니까, 재미있으니까 없는 시간을 쪼개서 그런 취미를 즐기고, 잘하지 못해도 계속 도전하는 것뿐이에요. 여러 제약을 뛰어넘어 시도하니까 취미 생활이 더욱 값지고 소중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제게 취미란 하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즐겁고 행복한, 온전히 저를 위한 활동이거든요.

▼ 가족과 자신의 취미 생활을 함께 즐기나요.

물론이에요. 따로 날을 잡아 캠핑을 가기보다 잠깐의 시간이 있다면 아내, 아이와 함께 가까운 곳을 찾아 가볍게 세팅해놓고 캠핑을 즐겨요. 서핑도 아내와 함께하는 편이고요. 아내가 보기와는 달리 도전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에요. 가족이 생기니 사소한 거라도 함께할 기회가 많아져서 취미도 자연스럽게 같이 즐기게 됐어요.

▼ 앞으로 아내나 아이에게 꼭 만들어주고 싶은 가구가 있습니까.

소유를 위한 나무집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가구는 아니지만, 어릴 때 영화에서 나무 위에 마련된 아지트 같은 공간을 보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어요. 언젠가 그런 나무집을 만들어 딸에게 선물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에요. 실로 연결된 전화기를 만들어 딸과 하나씩 나눠 갖고 한 명은 집에서, 한 명은 나무집에서 그것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상상을 하곤 해요.

▼ 평소 모습은 ‘천데렐라’입니까, ‘천가이버’입니까.

제가 생각하는 저는 ‘둘 다’의 모습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인 모습처럼 부족하고 어수룩할 때도 있고, 종일 작업에 몰입하며 가구를 만들어낼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천가이버 이천희가 아닐까 싶네요.

▼ 올해 소망과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가족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제가 가구를 만들고 연기활동을 더욱 힘내서 할 수 있는 것도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주는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또 올해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열심히 촬영한 영화 ‘돌연변이’가 개봉될 예정이라 배우로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가구 만드는 배우 이천희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여성동아 2015년 4월 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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