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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질풍노도 공효진+강혜정

글·김유림 기자 | 사진·김도균, 수현재컴퍼니 제공

입력 2014.12.17 10:21:00

‘공블리’ 공효진과 ‘하루 엄마’ 강혜정이 같은 듯 다른 옷을 입고 관객들과 만난다. 연극 ‘리타 Educating Rita’에 더블 캐스팅된 것.
두 사람은 30대 연기파 여배우라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그동안 연극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더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아직도 질풍노도 공효진+강혜정
30대 연기파 여배우의 기근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이들이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흥행 퀸’ 공효진(34)과, 요즘은 ‘하루 엄마’로 더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영화 ‘올드보이’ ‘웰컴 투 동막골’ ‘연애의 목적’ 등으로 대체 불가능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강혜정(32)이 그 주인공. 연기 스타일도, 배우로서의 매력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똑같은 캐릭터를 두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치게 됐다. 12월 3일 첫 막이 오르는 연극 ‘리타 Educating Rita’(이하 ‘리타’)에서 주인공 리타 역을 맡아 번갈아가며 출연하는 것. 공효진의 연극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리타 길들이기’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연극 ‘리타’는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극작가로도 잘 알려진 윌리 러셀의 작품으로, 1980년 영국 런던의 웨어하우스 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공연되며 현대 명작으로서의 가치를 입증받고 있다. 국내에는 1991년 처음 선보인 이후 여러 배우와 연출을 거쳐 무대에 올려졌고 그때마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올해 수현재컴퍼니(대표 조재현)에 의해 다시 돌아온 ‘리타’는 원작 제목을 더해 ‘리타 Educating Rita’로 이름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연출가 황재헌은 “그동안 여성상에 대한 사회적 사고가 많이 성숙해진 만큼 ‘길들이기’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견을 타파하고자 원작의 ‘가르치기’란 말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리타’는 미용사 출신인 리타가 뒤늦게 공부를 하고자 평생교육원에 등록하고, 정년을 앞두고 권태로운 삶에 빠져 있는 문학 교수 프랭크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두 사람 모두 내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다. 프랭크 역은 올해로 연기 50주년을 맞은 관록의 배우 전무송이 맡았다. 다음은 지난 11월 14일 열린 ‘리타’ 제작 발표회 내용을 공효진과 강혜정의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

강혜정 언니와 같이 연극을 하다니 믿기지 않아. 우리 어제도 계속 문자 주고받으면서 너무 떨린다고 했잖아. 언니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뭐야?

공효진 어쩌다 얼렁뚱땅 코가 꿰었어. 하하. 사실 교통사고 후에(지난 6월 중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을 마치고 이동 중 3중 추돌 사고를 당했다) 재활에 몰두하는 시기였는데 조재현 선배님이 직접 리타 역을 제안하셨어. 십자 인대 끊어진 게 회복이 더뎌서 처음에는 도저히 못 할 거라고 생각하고 미팅 때 일부러 목발을 짚고 나갔는데, 선배님이 날 보자마자 “너 차에서 내리면서 멀쩡히 걷는 거 다 봤어”라고 하시는 거야. 더 이상 빠져나갈 수가 없었지(웃음). 그러고 나서 선배님과 함께 극장을 한번 둘러봤는데, 무대와 객석을 보니까 갑자기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객석의 집중과 무대 스포트라이트는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15년 정도 스크린 안에만 갇혀서 일을 했으니 이제는 관객들과 직접 만나 소통해도 되겠다 싶었거든. 그런데 사실 요즘 연습을 하면서는 ‘내가 내 무덤을 팠구나’ 싶어. 이제 그 무덤에 누울 일만 남았어(웃음). 넌 육아로 바쁜 와중에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



강혜정 나도 언니 꼬임에 넘어갔지(웃음). 솔직히 나는 4년 전에 ‘프루프’를 하고 난 뒤에 연극을 다시는 못 할 줄 알았어. 그런데 언니랑 같이한다고 하니까 다시 도전할 용기가 나더라. 내가 언제 언니와 같은 작품에서 연기를 해보겠어. 언니 연습하는 거 몰래 훔쳐보면서 연기 노하우 좀 많이 배우려고 했는데, 어떻게 단 한 번을 못 만나고 있네. 연출님이 일부러 우리를 떼어놓는 거라며? 너무 하셔. 정말.

공효진 그러게 말이야. 사실 내가 먼저 하기로 결심하고, 연출님한테 ‘제가 혜정이를 잘 꼬여볼게요’ 그랬거든. 너랑 같이하면 의지도 많이 될 거 같아서. 그런데 우리의 예상과 달리 너무 각자 플레이를 하고 있어(웃음). 일부러 서로의 연기를 못 보게 하시려는 거더라고. 나중에 연극이 거의 종영할 무렵이 되겠지만, 무대가 아닌 객석에 앉아서 또 다른 리타를 보면 기분이 정말 묘할 것 같아. 같은 장면이더라도 분명 너와 나의 해석이 다를 테니까. 아니면 ‘어쩜 나랑 저렇게 똑같이 생각했지?’ 하고 놀랄지도 모르겠어. 이런 게 정말 연극의 묘미인 것 같아.

아직도 질풍노도 공효진+강혜정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하는 공효진. 관객과 직접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 무대공포증마저 극복하고 연극 출연을 결심했다.

강혜정 난 언니 첫 공연을 보고 따라 할 거야(웃음). 참고로 내 앞으로 나온 초대권은 전부 언니가 공연하는 날 티켓이야(웃음). ‘공블리’ 공효진이 연기하는 리타는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돼. 언니는 리타가 어떤 여자라고 생각해?

공효진 말괄량이에 푼수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한 여자.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문학과 배움으로 채우고 싶어하는. 하지만 그 열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는 순수하면서도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해. 입도 걸어서 욕도 잘하는데, 그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 하하. 리타가 프랭크와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이 관객들에게도 좋은 자극으로 다가가면 좋겠어. 네가 생각하는 리타는 어때?

강혜정 책으로 처음 리타를 접했는데, 매력적인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어. 시골 마을에서 미용사로 일하며 손님들의 한심한 수다에 답답해하다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로 결심하고 프랭크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것도 물론 흥미롭지만, 때 묻지 않은 리타가 지식의 때가 잔뜩 묻어 있는 프랭크를 개조해가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어. 결국 리타와 프랭크가 동반 성장하는 모습이, 무거운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위트와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게 재밌는 것 같아.

공효진 맞아. 나도 ‘리타’ 연습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재미와 감동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는 거야. 특히 리타가 프랭크의 초대를 받고, 자신은 그런 초대에 응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보잘것없는 자신과 엄마, 아빠 등 가족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이 많이 나더라. 관객들도 그 장면에서 리타의 아픔을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

도망치지 않는다

아직도 질풍노도 공효진+강혜정
일명 ‘공리타’ ‘강리타’로 불리는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서로 어떤 모습일지 무척이나 궁금한 눈치였다. 이에 대해 황재헌 연출가는 “공효진은 얄미운 리타, 강혜정은 귀여운 리타”라고 귀띔해줬다. 공효진의 연기가 얄밉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만큼 리타의 당돌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살려내기 때문. 또한 거기에 그치지 않고 리타가 숨겨놓은 내면의 고뇌와 슬픔도 극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공효진만의 본능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연기를 선보인다고 극찬했다. 또한 강혜정에 대해서는 ‘철저한 분석가’라고 평했다. 첫 미팅에서부터 연출가에게 던질 질문을 빼곡히 종이에 적어온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고 한다. 캐릭터 분석에서는 날카롭고 냉철하지만 평소 성격은 워낙 발랄하고 유쾌해 촬영장 분위기가 언제나 화기애애하다고.

공효진 연극을 먼저 해본 선배로서 연극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

강혜정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연습 기간도 길고 매번 같은 무대에서 같은 연기를 펼쳐 보여야 하는데, 사실 그 과정이 쉽진 않았어. 특히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는 한 신을 찍고 나면 더 이상 고민의 여지가 없는데, 연극은 연습하는 과정에서 연출자가 갑자기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해서 ‘멘붕’에 빠지기도 하고…(웃음). 그렇지만 그런 과정들이 연극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게 부담인 동시에 스릴로 다가오거든. 언니는 겁나지 않아?

공효진 난 원래 무대 공포증이 있어. 시상식에 가도 불안한 마음에 큐 시트를 절대 내려놓지 못해. 그런데 막상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만난다고 생각하니까 나도 여태 몰랐던 새로운 에너지와 쇼맨십이 발산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해서 많이 놀랐어. 내가 연극을 한다고 하면 그저 ‘기분전환 삼아 하나 보다’ 하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연극 도전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좋은 눈으로 봐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지. 그동안 내가 대사를 잘 못 외운다고 놀렸던 상대 배우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더 신나(웃음). 어쩌면 무대 위에서도 대사를 까먹을 수 있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도망치고 싶을 만큼 두렵진 않을 것 같아. 그 순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아직도 질풍노도 공효진+강혜정

요즘 들어 ‘하루 엄마’라는 타이틀이 더 익숙한 강혜정. 이번 무대를 계기 삼아 배우 열정을 다시 한 번 불태우겠다는 다짐이다.

강혜정 언니가 최근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다 여자 주인공의 내적 성장을 그리고 있어. 그런 부류의 이야기에 끌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공효진 ‘어떤 남녀가 한눈에 반해서 로맨스를 위해 열심히 달려가고 그 둘은 끝내 사랑을 이뤘다’는 지극히 공식적인 러브 스토리는 전혀 끌리지 않아. 그러다 보니 내가 선택한 작품은 대부분 남자 주인공보다 여자 주인공의 분량이 많고 그만큼 고생도 사서 하게 되더라(웃음). 리타란 인물도 20대 후반의 여자들이 겪는 ‘성인용 사춘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행복을 위한 모험을 펼친다고 생각해. 그 과정이 비록 험난하고 외로울지라도 결국엔 한 단계 발전해 있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잖아. 앞으로도 시청자 혹은 관객들에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한 여성상을 보여주고 싶어.

강혜정 나도 그런 점에서 언니와 비슷한 것 같아. 특히 난 현명한 캐릭터에 대한 동경이 있어. 리타도 마찬가지지만 사람이 지식이 많지 않다고 해서 현명하거나 지혜롭지 못한 건 아니잖아. 그래서인지 연습하면서도 방대한 양의 대사와 몸짓으로 체력이 많이 달리긴 하지만, 마음은 정말 즐거운 것 같아.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캐릭터를 만난 덕분이겠지?(웃음)

알고 보면 연예계 절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선후배 관계를 떠나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연예계 숨은 절친으로, 배우 조은지가 두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세 사람이 따로따로 친했는데 강혜정이 아이를 낳은 뒤 그의 집에서 다 같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강혜정은 “조은지 씨 말로 효진 언니가 아이 딸린 유부녀와도 잘 놀아준다고 해서 친해졌다”며 웃었다.

공효진 그런데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친해졌지?(웃음)

강혜정 사실 결혼하기 전에는 그렇게 자주 보지 못했는데, 하루 낳고 얼마 안 됐을 때 우리 집에서 닭볶음탕 먹으면서 급속도로 친해졌잖아. 언니가 워낙 성격이 털털하고 아기도 예뻐해서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

공효진 요즘 특히 자주 보고 있지? 서로 친한 사람들이랑 우루루 몰려다니면서 노는 게 재밌는 거 같아. 하하. 사실 그 전에도 강혜정이란 배우를 무척 좋아했어. 아니 무서웠지(웃음). 네가 왕성히 활동할 때 내가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연기파 여배우 중 가장 무서운 배우라고 생각했으니까. 사실 남자 배우들 중에는 어느 날 갑자기 괴물같이 등장하는 신예들이 있는데, 여배우 중에는 그런 경우가 흔치 않잖아. 그런데 너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웃음).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

강혜정 언니 따라가려면 난 아직 멀었지.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부분을 언니는 많이 갖고 있는 것 같아. 특히 배우로서 속박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를 펼치는 모습이 마치 천재 같아. 휴대전화 업그레이드되는 것처럼 연기를 업그레이드하기 쉽지 않은데, 언니는 어느 순간 자신을 뛰어넘은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 그걸 보고 정말 충격 받았었어. 나는 ‘이게 내 한계인가’ 싶을 정도로 슬럼프를 겪기도 하는데, 언니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거든. 정말 부러워.

아직도 질풍노도 공효진+강혜정
강혜정의 표현대로 공효진의 트레이드마크는 마치 연기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한 그는 최근 5년 동안 드라마 ‘파스타’ ‘최고의 사랑’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를 연달아 흥행시키며 어느 순간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강혜정 역시 2009년 가수 타블로와 결혼 후 한층 성숙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KBS 육아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딸 하루와의 일상을 공개하며 친근한 매력을 발산 중이다. 두 여배우의 ‘리타 변신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여성동아 2014년 12월 6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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