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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정리 정돈의 달인 ‘까사마미’ 제안 마음 힐링법

글·김유림 기자|사진·홍중식 기자

2014. 06. 05

‘까사마미’로 유명한 파워블로거 심현주 씨는 집 안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큰 짐 하나를 덜어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정리 습관 하나만 제대로 들여도 인생이 상상 그 이상으로 유쾌해진다는 까사마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리 정돈의 달인 ‘까사마미’ 제안 마음 힐링법
주부라면 3백65일 ‘정리 정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양말과 속옷이 뒤엉켜 있는 서랍장부터 아침마다 문 열기가 두려운 옷장, 냄비와 프라이팬이 아슬아슬하게 쌓여 있는 그릇장 등 ‘정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공간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 않은가. 너저분한 집 때문에 가족 간의 관계가 틀어지고 더 나아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주부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치워야지’ 하는 생각만 갖고 있을 뿐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수납 전문 컨설턴트 심현주(42) 씨는 “정리 정돈은 수납 도구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비롯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집 안 전체를 정리하려 들지 말고 가장 작은 공간부터 조금씩 정리해나가다 보면 점점 깔끔해지는 집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 가장 쉽게 공략할 만한 공간이 바로 TV 거치대다. TV를 시청하면서 바닥에 신문지 한 장을 펼쳐 놓고 서랍에 있는 물건을 다 쏟아낸 뒤 필요 없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로만 서랍을 다시 채우면 된다. 그렇게 서랍 하나를 정리하고 나면 좀 더 부피가 나가는 공간도 정리할 용기가 생긴다.

블로그 ‘까사마미의 깔끔한 수납 레시피(blog.naver.com/casamami)’를 운영 중인 심현주 씨는 2006년 어느 날, 우연히 놀러 온 옆집 언니가 “너희 집 냉장고 정리 진짜 끝내준다”며 찍어 올린 사진이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뜨면서 평범한 주부에서 수납 전문가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에세이집 ‘여자에게 마음 정리가 필요할 때’(동아일보사)를 펴내, 지난 8년 동안 각종 인터뷰와 방송 출연, 기업체 강연, 집 정리 컨설팅을 통해 체득한 ‘집 정리가 곧 마음 정리’라는 생활의 지혜를 소개했다. 책에서 심씨는 주부의 시선으로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시에 ‘버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심플한 삶의 장점을 알려준다.

깔끔한 집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자 배려

정리 정돈의 달인 ‘까사마미’ 제안 마음 힐링법
“컨설팅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물건 정리가 아니에요. 의뢰인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죠. 소소한 살림의 고충부터 가족 이야기까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왜 그동안 집 정리가 힘들었는지, 의뢰인 역시 그 이유를 알게 돼요. 결국 집이 다 정돈되고 나면 하나같이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얘기를 하는데, 일종의 힐링 효과를 경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 발 더 나아가 정리정돈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자존감을 회복한 경우도 많이 봤어요.”



한번은 아이들 교육에 올인하느라 온 집 안을 책과 교구로 가득 채워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의뢰인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의뢰인의 남편은 “더 이상 이런 곳에서 살 수 없다”며 집을 나간 상태였고, 집 안 가득 쌓여 있는 짐보다 무기력한 자신을 책망하던 의뢰인은 “집 정리를 한다고 남편이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한번은 정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리를 하면서 의뢰인은 그간 자신이 얼마나 남편을 배려하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 와이셔츠가 몇 개나 됐는데도 정작 남편이 입고 다닌 옷은 목이 다 늘어나고 낡은 것들뿐이었고, 퇴근한 남편이 편히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만한 아주 작은 공간도 없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것. 결국 남편은 집 정리가 끝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비단 집이 깨끗해져서가 아니라 정리하는 동안 아내가 남편의 마음을 이해했듯이 남편 역시 정리된 집을 보면서 아내의 진심을, 늦게나마 아내가 자신을 배려한 흔적을 보고 다시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집 정리 의뢰는 아내 분이 했는데 만족도는 남편 분이 더 높을 때가 많아요. 한번은 집 정리 마지막 날 ‘수고했다’며 소주를 사들고 오신 분도 계세요. 22평 집이었는데 아내가 도저히 정리가 안 되니까 30평대로 이사 가자고 1년을 졸랐대요. 하지만 넓은 집으로 옮겨갈 형편은 못되고, 남편은 그럴 때마다 무능한 자신을 한탄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깨끗하게 정리된 집을 보고 아내가 더 이상 이사 갈 필요가 없게 됐다고 했다며 자신의 마음의 짐을 덜어줘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다 울컥하더군요. 새삼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어요. 정리하는 습관이 조금만 몸에 밴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가치가 한층 높아질 거예요.”

심현주 씨는 집 정리를 스테이크 먹기에 비유했다. 고깃덩어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조금씩 먹듯이, 집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말고 조각내 조금씩 나눠서 하다 보면 정리가 한결 수월해진다는 것. 욕심내지 않아서 더욱 좋은 건 큰 결심 없이도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얼마든지 정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자투리 시간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는 경향이 있어요. ‘적어도 20~30분은 돼야지’하고 생각한다면 자투리 시간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바꿀 필요가 있어요. 1분이 될 수도 있고 10분이 될 수도 있거든요. 매일 집 안의 모든 서랍을 열어서 정리를 할 수는 없어요. 그럴 땐 세탁한 옷을 접어 서랍에 넣을 때 다른 옷들도 살짝 손을 대주는 거예요. 옷 꺼내면서 흐트러진 부분을 다듬어주듯 한번 만져주면 한결 가지런해져요. 꺼내서 사용했던 물건을 제자리에 넣을 때도 주변을 잠깐 매만져주세요. 샤워하면서 샤워 부스 유리 한 면을 닦고, 양치질하면서 수세미로 세면대를 살짝 닦아주는 식이에요(웃음). 이렇게 1주일만 해도 정리된 상태가 며칠간 유지돼요. 처음부터 다 하려고 들면 부담스러워서 미루게 되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집안일에서 오히려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이제부터라도 깔끔하고 훤한 집을 원한다면 자투리 시간 활용에 앞서 가장 먼저 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물건 버리기’. 짐을 산처럼 쌓아둔 상태에서는 아무리 정리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건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생각 때문인데, 실제로 심씨가 집 정리 컨설팅 때 가장 애를 먹는 것이 묵은 짐을 두고 벌이는 의뢰인과의 기싸움이라고 한다. 심씨는 “처음에는 버려도 되는지 묻고 설득도 하다가 나중에는 협박까지 하게 된다”며 웃었다. 특히 아이들 물건에 애착이 큰 경우가 많은데, 어렸을 때 만든 공작물이나 메모, 때 지난 자료들은 종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과감히 버리는 게 좋다. 옷장을 정리할 때도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은 버리거나 주변에 나눠줘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심씨는 “옷장에서 버릴 옷 몇 개, 빈 옷걸이 몇 개만 골라내도 자주 입는 옷을 넣고 꺼내기 훨씬 쉬워진다”고 말했다.

30평대 아파트를 정리할 때 보통 2톤 정도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100L 쓰레기봉투 20개 분량인데, 완전히 버릴 것과 분리수거할 것까지 포함하면 그 정도 차는 건 한 순간이라고. 이불이며 필요 없는 소형 가전제품도 그 양이 만만치 않다.

심씨가 수납에 대해 강의를 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호텔이나 콘도에 가면 어떤 기분이 드냐”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물건이 없거나 필요한 것만 있으니까 편하다” “공간이 넓어서 상쾌하고 시원하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집에서도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하고, 버리기만 잘해도 얼마든지 호텔과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삶을 스스로 관리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친한 사람들끼리 돌아가며 ‘품앗이’ 수납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함께 모여 양말을 접고 티셔츠도 접으면 하루 걸릴 일이 한두 시간 만에 후다닥 끝나버리고, 여러 명이 함께한 약속이기에 집 치우기를 미룰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심씨는 “마음 맞는 사람끼리 이야기도 하고 살림하며 겪는 고충도 나누다 보면 정리 정돈이 힘들기는커녕 오히려 즐겁다”고 귀띔해줬다.

심씨는 지난해 건강에 적신호가 오는 바람에 한동안 일을 중단했다. 덕분에 그는 그동안의 자신의 일을 되짚어보며 정작 나 자신은 ‘심플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반성을 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심플한 삶이란 무조건 적게 갖자는 것이 아니라 삶을 스스로 관리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많이 가진 것은 버리거나 나누고, 비워진 자리를 다시 새로운 물건으로 채우지 않는, 자기 절제가 원활하게 순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것.

“쌓아두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부터 줄어들지 않는 집안일, 과중한 업무, 불필요한 약속,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그리고 여기서 기인하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피로, 무기력 등 우리 일상에는 넘쳐나서 문제인 것들투성이죠. 불필요한 물질적·정신적 잉여를 최소화하면 삶의 과정이 단순해지고, 몸도 마음도 가볍고 자유로워져요. 지금부터라도 심플한 삶에 도전해보세요.”

까사마미의 정리 정돈 노하우 3


서랍 정리 4원칙

1 옷을 완전히 세우지 않고 약간 비스듬하게 넣는다. 2 북엔드를 옷 받침대로 활용해도 좋다. 3 빈 공간에 바구니를 넣어 지지대로 활용한다. 바지 옆 바구니에 레깅스를 넣거나 반소매 옆 바구니에 민소매를 넣는다. 4 옷을 지그재그로 엇갈려 넣어 서로 받침대 구실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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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공작물 정리 4원칙

1 처음 작품을 가져오면 잘 보이는 곳에 전시한다. 거실 또는 방 한 쪽 선반 하나 정도로 전시 공간의 한계를 정한다. 2 새로운 걸 전시할 공간이 부족할 때는 이미 전시한 것 중 아이가 골라낸 것을 박스에 담아 보관한다. 보관하는 양은 박스 한 개 이내로 정한다. 3 박스가 꽉 차면 아이와 함께 버릴 것을 골라내고, 버릴 것은 사진을 찍어 컴퓨터 파일 형태로 저장한다. 사진을 프린트해 앨범을 만들어도 좋다. 4 사진 중에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벽에 붙여 갤러리를 만들어도 좋다. 아이에게 자신감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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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위한 스피드 제자리 정리

청소와 정리를 보다 빠르게, 표 나게 하는 ‘바구니 활용’을 추천한다. 청소할 때나 세탁한 옷을 정리할 때 바구니 하나만 있으면 시간을 확실히 줄일 수 있다. 큼직한 바구니를 준비해 청소하기 전 흐트러진 물건을 모두 담아 각 방을 돌며 제자리에 넣어준 다음 청소하면 정리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마찬가지로 세탁한 옷도 접어서 한꺼번에 바구니에 담은 다음 각 방을 돌며 서랍에 넣으면 훨씬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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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여자에게 마음 정리가 필요할 때(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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