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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조희준, 친자 확인 소송 풀 스토리

“막장 드라마? 남들 모르는 속사정 있다”

글·김명희 기자 | 사진·현일수 기자, 뉴시스 REX 제공

입력 2013.09.13 16:51:00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7월 31일 조용기 목사의 아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다. 겉으로 보면 불륜·이혼·출산·자살 등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모두 갖췄다.
하지만 차 전 대변인 측은 ‘사랑과 전쟁’ 같은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그 속에 여러 가지 문제와 이해 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주장한다.
차영·조희준, 친자 확인 소송 풀 스토리


50대 여성 정치인이 유명 재력가를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다. 딸 둘을 둔 유부녀였던 그는 역시 유부남이던 재력가의 아들을 임신하자 결혼을 약속받고 남편과 이혼했다. 하지만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안 돼 재력가는 모든 지원과 연락을 끊었다. 그 여성은 혼자 아들을 키웠으나 그 과정에서 전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딸이 자살하는 아픔을 겪었다. 아이들을 위해 전남편과 재결합한 그 여성은 재력가를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냈다.

차영(51) 전 민주당 대변인이 조희준(48) 전 국민일보 회장을 상대로 친자 확인 및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까지의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이다. 차씨 측은 조씨 측에 “아들 서모(10) 군을 친아들로 인정하고 위자료 1억원, 2004년 초부터 지금까지의 양육비 중 1억원 등 2억원과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월 7백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차씨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위자료와 양육비는 조 전 회장이 전처들에게 지급한 액수를 기준으로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희준 전 회장은 널리 알려졌다시피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세 아들 중 장남. 공식적으로는 네 번 결혼해 세 번 이혼했으며, 그 외에도 여러 여성들과의 스캔들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차 전 대변인은 광주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고 김대중 대통령 문화담당비서관과 통합민주당 대변인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 19대 총선에 출마해 박빙의 승부를 벌이다 낙선했다. 한때 이미지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리며 ‘나는 대통령도 바꿀 수 있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왜 자신의 이미지와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담보로 친자 확인 소송이라는 위험한 법정 싸움에 나섰을까.

#1 불륜이라고 말하기엔…
두 사람의 첫 만남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에서 문화담당비서관으로 일하던 차 전 대변인은 청와대 만찬에서 조 전 회장을 처음 만났다. 당시 국민일보·스포츠투데이 등을 거느린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이던 조씨는 탤런트 나종미, 일본인 나카무라 유리코 씨와 차례로 이혼한 후 캐나다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장모 씨와 세 번째로 가정을 꾸린 상태였다.
차씨 측이 소장에 밝힌 내용에 의하면 두 사람은 조 전 회장의 적극적인 구애로 2002년 중반부터 교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2002년 7월에는 조 전 회장이 차 전 대변인을 넥스트미디어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임명했고, 그해 11월에는 명품 피아제 시계를 선물하면서 청혼했다고 한다. 또한 차씨에게 이혼을 종용하며 두 딸을 미국에 유학 보내면 학비는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한다. 이후 조 전 회장과 차 전 대변인은 각각 2002년 12월, 2003년 1월 서로의 배우자와 이혼하고 서울 강남의 고급 레지던스에서 함께 지냈으며, 차씨는 2003년 8월 하와이에서 서군을 낳았다.
차씨가 서군을 임신한 것은 남편과 이혼 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륜이다. 하지만 차씨의 한 지인은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부부 관계는 당사자들만 아는 것 아니냐. 당시 차 전 대변인과 남편의 관계를 보면 (조 전 회장과의 관계를) 불륜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했다. 당시 차씨와 전남편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린다.
차 전 대변인이 아들을 낳은 후 5개월 동안 조씨는 매달 양육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1만 달러(약 1천2백만원)씩 보내줬다고 한다. 호텔과 운전기사가 딸린 리무진도 제공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조씨는 결혼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2004년 1월부터는 모든 지원과 연락을 끊었다. 조씨 측과 연락이 닿지 않자 차 전 대변인은 갓난아이를 데리고 당시 조씨가 머물던 일본까지 찾아갔지만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 차씨 측 주장이다. 이 무렵 조 전 회장은 일본인 여성과 네 번째 결혼을 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대학생이던 차씨의 큰딸이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차씨의 딸은 조 전 회장이 유학을 보내주겠다고 해서 미국으로 떠났으나 조씨가 갑작스럽게 지원을 끊는 바람에 귀국한 후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았다는 것이 차동언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일을 계기로 차 전 대변인은 남편 서모 씨와 재결합했다.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여성 편력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의 여성 편력은 유명하다. 알려진 것만 네 번 결혼해 세 번 이혼. 자녀는 서모 군 외에 전 부인들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셋, 아들이 한 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회장의 첫 번째 부인은 당시 청순의 아이콘이던 탤런트 나종미 씨. 1986년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웨딩마치를 울린 두 사람은 딸 하나를 낳고 이혼했는데, 결별하는 과정에서 금전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었고 이 때문에 지금은 고인이 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이 조씨를 돕기 위해 개입했다고 한다.
조 전 회장은 나씨와의 이혼 소송으로 시끌벅적하던 시기 일본으로 건너가 나카무라 유리코 라는 여성과 두 번째 웨딩마치를 울렸다. 당시 이를 보도한 언론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이 여성에게 고가의 시계와 명품 등을 선물하고, 하와이·유럽 등으로 여행을 다니는 등 초호화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두 번째 결혼도 2년 7개월여 만에 파경을 맞았으며 그 후 3년 동안 지루한 이혼 소송을 벌였다. 두 사람 사이엔 딸 둘이 있다.
2000년 12월 장 모씨와의 세 번째 결혼은 국내 언론에도 꽤 크게 보도됐다. 당시 장씨는 조씨가 회장으로 있던 넥스트미디어그룹과 프랑스 출판사 아쉐뜨의 합작 법인인 ‘아쉐뜨 넥스트미디어’에서 신규 잡지 발행의 준비 과정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역시 2년여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조씨는 차영 전 대변인과 헤어진 후 또 다른 일본인 여성과 재혼했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의 집안 사장을 잘 아는 인물에 따르면 네 번째 부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은 조 전 회장이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조 전 회장은 미스코리아 출신의 배우 A씨와 탤런트 강문영 등과 결혼 소문이 있었다. 특히 강문영은 2002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그분과는 깊이 사귀었다. 양쪽 집안이 상견례도 했다. 미국 여행도 같이 갔었다. 한때 우리 집을 자주 오가기도 했다”고 시인했다. 복잡한 이혼 소송을 벌였던 전 부인들과는 달리 합의 하에 아름답게 헤어졌다는 것이 당시 강문영의 설명이다.




차영·조희준, 친자 확인 소송 풀 스토리


#2 조용기 목사, 사진 보고 핏줄 인정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당연히 차씨가 낳은 아들의 생부가 조희준 전 회장이냐, 아니냐다. 이와 관련 차씨 측은 조용기 목사가 지난 2월 가족 모임에서 서모 군을 장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조 전 회장은 배임 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 동석하지 못했다고 한다.
차동언 변호사에 따르면 조용기 목사는 서군이 태어날 때부터 아이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사진을 보고 자신의 핏줄임을 인정한 것 같다고 한다. 조희준 전 회장 역시 사석에서는 서군이 자신의 친자임을 인정한 적이 있다는 것이 차씨 측의 주장. 차동언 변호사는 “아직 DNA 검사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100%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정황이 확실하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는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용기 목사와 조희준 전 회장 측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부자가 관계하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영산조용기자선재단, 영산기독문화원 등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3 치정 문제인 ‘사랑과 전쟁’아니라 복잡한 이해 관계 얽힌 ‘황금의 제국’
차영 전 대변인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서울 양천갑에 출마했다. 비록 낙선했지만 1천4백여 표 차의 박빙 승부였다. 정치적 입지가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 그가 공인으로서의 치명상을 무릅쓰고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온갖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돈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지만 지난해 총선 당시 그가 공개한 재산은 23억원이고 남편도 탄탄한 벤처기업의 임원이다. 따라서 차씨가 정치적 생명을 담보로 모험을 할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차씨 측은 조 전 회장 측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 목사 측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서군을 장손으로 인정했으나 구속돼 있던 조 전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태도가 돌변했다는 것이다.
되짚어보면 조희준 전 회장은 지난 1월 넥스트미디어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조용기 목사 가족이 차영 씨, 서모 군과 함께 식사를 하며 장손으로 인정했다고 한 시기는 2월, 조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은 6월이다. 조 전 회장이 넥스트미디어그룹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차 전 대변인은 넥스트미디어홀딩스 대표로, 회사가 돌아가는 정황을 잘 알고 있었다. ‘신동아’ 9월호 기사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의 변호인은 3월 13일 차영 씨를 조희준 씨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여의도순복음교회의 한 장로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차씨와 조 목사 가족이 2월 모임을 가진 직후에 차씨를 증인 신청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식사 모임에서 조 목사와 차씨 사이에 얘기가 잘돼 차씨가 조 전 회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조용기 목사 측은 차씨가 재판에서 유리한 증언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그와 아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조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태도를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차씨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전 회장의 배임 관련 재판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남은 상태로, 8월 말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차씨와 조씨의 친자 확인 소송은 조씨의 답변서 제출 후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는데 통상 고소장이 접수되고 나서 한달 후 쯤이다. 차 전 대변인 측은 2개의 재판이 서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날로 커가는 아들의 정체성을 찾아줘야 한다는 엄마로서의 부담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동언 변호사는 “그동안 엄마로서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하지만 아들이 커 가기 때문에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소송을 제기한 후 어떤 면에서는 홀가분해하고 있다”고 차 전 대변인의 입장을 전했다.

#4 차영 그리고 그의 가족들
차영 전 대변인이 소송을 제기한 며칠 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그의 집을 찾았다. 꽤 오랫동안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총선 출마까지 한 덕분에 단지 안에서 그의 가족을 아는 이들이 많았다. 여느 가족처럼 평범하며, 아들은 거의 차씨의 친정어머니가 키우다시피 했다는 것이 동네 주민들의 전언. 다만 언론에 친자 확인 소송이 보도된 이후 차씨와 아들, 친정어머니는 거처를 다른 곳으로 옮겼으며 집에는 남편 서모 씨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서씨는 이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결정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전화 통화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 이 일로 다시 연락하지 말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차영 전 대변인 측은 “이번 사건은 불륜·친자 확인 등 선정적인 단어들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사건이다. 소송이 진행 중인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입장을 밝히기에는 시기상조다. 사안이 마무리된 후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속 시원히 털어놓겠다”고 말했다.

유명인의 친자 확인 소송

차영·조희준, 친자 확인 소송 풀 스토리

재벌을 상대로 친자 확인 소송을 낸 다티 전 프랑스 법무장관(왼쪽).

작가 이외수는 혼외자로 태어난 아들을 두고 지난 2월 오모 씨로부터 친자 확인 소송을 당했다. 오씨는 “1987년 이외수 씨와의 사이에서 아들(26)을 낳았으나 이후 이씨가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아들을 이씨의 호적에 올리고 밀린 양육비 2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합의로 소송이 마무리됐으며 이씨는 아들을 자신의 호적에 올렸다. ‘비운의 황태자’로 알려진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장남 이맹희 씨는 2004년 박모 씨로부터 친자 확인 소송을 당했다. 당시 박씨는 “이맹희 씨와 1961년부터 3년간 동거했으며 1964년 아들을 낳았다. 이후 이맹희 씨가 40여 년간 우리 모자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박씨와 그의 아들은 소송에서 승소, 4억여 원의 양육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라시다 다티 전 장관이 뤼시앵 바리에르 호텔·카지노 그룹의 도미니크 데세뉴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친자 확인 소송은 여성 정치인이 재력가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차영 전 대변인의 사례와 유사하다. 당시 다티 전 장관은 2009년 재임 때 낳은 딸의 친부가 데세뉴 회장이라고 밝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으나, 남자 측은 “나는 다티가 관계한 여러 명의 남자 중 하나일 뿐”이라며 DNA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사랑관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프랑스에선 유명인들이 혼외 자식 문제로 종종 스캔들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샹송 가수 이브 몽탕은 말년에 친자 확인 소송이 제기됐음에도 혈액 분석 검사를 거부하다가 사후 8년 만인 1999년 무덤에서 유골을 꺼내 DNA 검사를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과는 불일치. 하지만 이브 몽탕의 딸을 낳았다고 주장한 여성은 “시신이 방부 처리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은 58세 때 혼외 여성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이 있었는데 임종을 앞두고는 공식 석상에 여러 차례 함께 등장해 그녀의 존재를 인정했다.


여성동아 2013년 9월 5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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