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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나는 행복한 사람’ 이문세를 論하다

“데뷔 30주년, 공연 제일 잘 만드는 남자 이문세”

글·권이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무붕 제공

2013. 04. 16

자신의 콘서트에 ‘대한민국’이란 간판을 내걸 만큼 당당한 이 남자 누구일까. 언제라도 부르면 한걸음에 달려오는 후배들이 있는 인복 많은 이 남자는 누구일까. 인간 이문세, 이 행복한 남자를 소개한다.

‘나는 행복한 사람’ 이문세를 論하다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문세(54)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이문세’라는 이름의 콘서트를 연다. 공연의 슬로건은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드는 남자, 대한민국을 유쾌하게 만드는 남자, 대한민국에서 공연 제일 잘 만드는 남자 이문세, 2013년 6월 1일 또 한 번 대한민국이 행복해진다! 대.한.민.국. 이문세’다. 그간의 공연 노하우가 총망라된 이번 공연은 그에게도 모험이다. 5만 석 규모의 대형 공연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2009년 봄부터 고민을 시작해, ‘방망이 깎던 노인(윤오영의 수필 제목)’과 같은 심정으로 이리저리 살펴보고 꼼꼼히 확인하며 준비한 게 벌써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공연과 관련된 일이면 더 집요해지고, 티끌 하나 허투루 보지 않고 소심해지며, 무대를 하나하나 두들겨보는 이문세의 섬세함은 딱 수필 속 노인이 지닌 장인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3월 12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메리홀에서 ‘대한민국 이문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문세는 제작발표회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꼼꼼한 조명과 무대를 선보여, 늘 빈틈이 먼저 보이는 ‘삐딱한’ 기자들조차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게 했다.

후배들 결혼까지 살뜰하게 챙기는 가요계 맏형
이문세 주변에는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이 많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그 사람과 쭉 함께 간다. 스스로 ‘인복’이 많다고 할 만큼 도움도 많이 받았다. 제작발표회에서 유례 없는 오프닝 공연을 펼친 윤도현은 이문세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공연 후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문세를 뻔한 말이지만 “불꽃같다”라고 표현했다.
“불꽃처럼 살잖아요. 잠실 주경기장 무대에 서는 건 가수로선 큰 모험이에요. 그 큰 공간을 어떻게 다 채울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거든요. 선배가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 치열하게 타오르는 불꽃같아서 본받고 싶어요. 희망이죠. 중년 가수들의 희망 이문세!”
후배의 귀여운 아부에 이문세는 “네가 중년 가수가 됐다는 거구나?” 하고 맞받아쳤다. “건강 관리 잘하세요”라고 씩 웃는 윤도현과 그런 그를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이문세, 누가 봐도 애정이 넘치는 선후배고, 훈훈한 광경이다.
제작발표회 사회를 맡은 김제동도 이문세의 절친. 김제동은 이문세가 진행을 부탁하자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한다. 이문세는 “김제동이 다른 사람보다 부탁하기 편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신동엽, 유재석은 전화번호도 몰라요. 사실 알긴 아는데 안 하게 돼요. 역시 써먹던 애가 편해서(웃음)”라는 농담에 모두 기분 좋게 웃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 이문세를 論하다

1 2 이문세 콘서트 제작발표회에 달려온 윤도현과 김제동. 윤도현은 선배의 부름에 바쁜 일정 빼서 졸린 눈 비비며 무대에 섰다고 했고, 김제동은 출연료를 안 주겠다는 이문세를 투정 섞인 얼굴로 쳐다봤다. 하지만 두 사람 얼굴에 불만이 없는 건 이문세와의 끈끈한 우정 때문이다.



김제동은 이문세와 함께 한강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말실수를 하는 바람에 용서를 빌고자 제작발표회 MC를 맡게 됐다고 고백했다.
“사실 속죄하려고 나온 거예요. 한강에서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다가 기분이 너무 좋아 흥분하는 바람에 그만 이문세 씨한테 ‘오랜만에 말 타니까 너무 좋네요’라고 했어요. 자전거라고 했어야 하는데 헛말이 튀어나왔죠. 그러곤 많이 혼났어요. 하하.”
김제동이 혼났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이문세는 워낙 후배들과 허물없이 지낸다. 그뿐만 아니라 후배들의 결혼 문제와 같이 중요한 인생사에 기꺼이 맏형 노릇을 하고자 한다. 몇몇 후배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장훈 씨가 앓고 있는 공황장애를 고쳐주려고 여자를 소개해준 적도 있어요. 연예계 맏형으로서 정말 이것만 해결하면 행복하겠다 싶은 후배들을 챙기는데 갈수록 힘들어요. 김제동 씨도 두어 번 여자를 소개해줬어요. 정말 괜찮은 친구인데, (여자가 보기엔) 안정감이 없어 보이나 봐요. 큰일이에요.”
이 대목에서 김제동이 발끈하며 “이거 자폭이야!”라고 외쳤다. 여자를 소개해준 건 맞지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 것.
“소개를 해주긴 했죠. 이 선배가 친분 있는 승무원에게 제 이야기를 했대요. 그랬더니 스튜어디스 1백50명 정도한테 ‘김제동한테 관심 있는 사람?’ 하고 단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거죠. 그중 딱 두 명한테 답이 왔는데 그 답이 ‘전 됐어요’라더군요. 그게 후배한테 여자를 소개해준 거예요? 허 참.”
도대체 제작발표회인지 개그 쇼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여기저기서 킥킥 웃음이 터진다. 그 덕분에 분위기가 확 풀렸다. 이문세는 4월 중순에 열리는 ‘절친’ 싸이의 콘서트에 가서 응원할 계획이란다. 후배들이 그를 따르는 비결도 이런 솔선수범에 있다. 그는 후배에게 잔소리를 하기보다 묵묵히 응원하며 힘을 실어주는 편이다.
“후배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조언하지 않아요. 추구하는 음악도 다르고, 각자의 삶이 있기 때문이죠. 윤도현이 대차고 씩씩하게 음악 하는 모습, 또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정답인 것 같아요. 저는 반대로 몸을 사리며 하고 싶은 것만 했거든요. 얄미울 정도로 계산하면서 음악을 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웃음). 오히려 후배들에게 많이 배웁니다. 활동하는 모습이나, 또 잘 사는 모습들을 보면서 다시 태어나면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자극도 받아요.”



‘나는 행복한 사람’ 이문세를 論하다

언제나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이문세. 그는 이번 ‘대한민국 이문세’ 공연에서 어느 한 사람도 불만족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영훈, 매일 노래하며 그리는 사람
1983년 1집 ‘나는 행복한 사람’ 이후 30주년. 가수의 운명은 첫 곡 제목을 따라간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그는 참 행복해 보였다. 이번 콘서트가 의도치는 않았다지만 30주년을 맞은 해와 맞아떨어졌다. 데뷔곡만 내고 사라지는 가수가 수없이 많은 대중음악계에서 이문세는 30년간 꾸준히 갈고닦아 스스로 빛을 냈다.
“몇 주년이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내세울 게 세월밖에 없는 것 같아서죠.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지금까지 행복하게, 별다른 기복 없이 살아온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나이 드는 일은 자연스럽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 이렇게 멋있는 가수가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잘나간다 싶으면 부침이 시작되는 게 가요계 아닙니까. 만일 제가 그때 한 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30년 뒤 지금의 모습이 되진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세월에 정말 감사합니다.”
이문세의 삶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작곡가 이영훈이다. 이문세의 주옥같은 노래를 만든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2006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다 2008년 2월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그가 만든 ‘광화문 연가’ ‘난 아직 모르잖아요’ ‘붉은 노을’ 등의 노래는 1980~90년대 한국 발라드를 대표하는 곡이다. 사망 5주기에 맞춰 추모 행사를 했느냐고 묻자 이문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인들만 모여 소박하게 5주기를 추모했어요. 매스컴에 알리지 않았고요. 많은 분들은 이영훈 씨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나 됐는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요. 하지만 저는 매일 이영훈 씨를 추모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팬들은 ‘음악회를 해야 한다’ ‘트리뷰트 음반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하는데 다 겉치레라고 봐요. 이영훈 씨가 만든 멜로디를 가수 이문세가 부르는 것, 그리고 동료들이 이영훈 씨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몇 배는 더 의미 있고 감사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 내내 이영훈 씨가 함께할 거고요.”
이문세는 공연의 왕이다. 그는 1998년 4월에 이문세 ‘독창회’를 시작해 10년 동안 3백 회의 무대를 통해 유료 관객만 40만 명을 동원했다. 그 후 2009년 ‘독창회’를 보완해 ‘이문세 붉은 노을’ 공연을 시작했다. 2012년 연말까지 20개월간 40개 도시, 15만 관객을 동원했고, 1백 회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데뷔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대한민국 이문세’ 공연에서 과연 그가 무엇을 들고 나올까 궁금한 것은 당연했다.
‘대한민국 이문세’의 무대는 연출가 이종일이 맡았다. 사실 이문세는 음반이나 무대 작업 모두 누구에게 맡겨놓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아 직접 챙긴다. 투어 공연을 하면서도 매주 두 차례 이상 스태프 회의를 열며, 한 번 회의가 시작되면 몇 시간이고 이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과정에서 스태프와의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이종일 씨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서 척하면 딱일 것 같지만 이문세 씨가 잔소리를 많이 한다”고 폭로하더니 “예전만큼 피곤하지 않다. 많이 좋아졌다”라고 슬쩍 추어올린다. 이에 이문세는 “내가 마라톤 회의를 열기로 유명했다”고 인정했다. “이젠 3시간을 넘기면 나도 힘들더라. 스태프들은 내가 혼자 떠들다 진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가 나간 다음 딱 30분간 회의한 뒤 해산한다고 들었다”며 웃었다.

‘나는 행복한 사람’ 이문세를 論하다


‘관객 5만 명’ 가수로서 꿈의 무대에 서다
이번 공연은 지금까지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5만 석 규모의 대형 공연을 꾸리는 데 부담은 없을까.
“음악 인생에서 한 번쯤 이뤄보고 싶은 꿈이었죠.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큰 공연장이니까요.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현실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잖아요. 하지만 한 번쯤은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충동적으로 결정한 일도 아니었고요. 천천히 작은 공연장에서 시작해 체조경기장까지 왔고, 주경기장까지 온 것 같아요. 이문세의 노하우와 배짱이 들어 있는 공연이라고 보면 됩니다.”
김제동은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이 이문세 공연을 보고 각자의 사연을 떠올리는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5만 명이 무대를 아우르는 느낌도 있겠지만 각자 오롯이 집중하는 모습이 상상된다”고 거들었다. 이문세는 한 명 한 명이 5만 명이 되는 것으로 연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문세는 평소 큰 공연장을 선호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모였다고 해서 그것이 곧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 흥행에 성공할 순 있어도 다시는 이문세 공연을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처럼 실패한 공연도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큰 공연장을 빌려 관객만 채우고 정작 공연이 재미없다면 저의 30년 음악 인생이 끝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큰 공연장에서 관객 한 명 한 명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집중력 있게 연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관객과의 싸움이죠. 긴장을 놓지 않으려면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야 하고, 풀기도 해야죠. 소위 말하는 ‘밀당’이 필요한 곳이 바로 공연장입니다. 후회하지 않을 공연을 만들기 위해 매일 고민하고 있어요.”
이문세는 새 정규 앨범도 준비하고 있다. 2002년 14번째 정규 앨범을 끝으로 그 이후에는 미니앨범이나 OST만 발매해 팬들에게 적잖이 미안했다고 고백한다.
“올해는 의무감으로라도 앨범을 내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제 소명이라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 어떤 음악일지는 아직 작업 중이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기다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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