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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세계로 가는 한류

K팝 유럽을 홀리다

SM타운 파리 공연 동행 취재기

글·강수진 사진·디스패치, SM타운 제공

입력 2011.07.15 10:52:00

소녀시대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SM타운 멤버들이 유럽을 점령했다.
6월 초 이들의 파리 공연이 끝났지만 유럽은 지금도 SM 열병을 앓고 있다.
SM타운의 파리 공연에 동행해 유럽 한류 열풍의 현장을 살펴봤다.
K팝 유럽을 홀리다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공연을 취재하러 프랑스 파리로 가는 길은 ‘호기심 반 궁금증 반’이었다. 그곳에 과연 한류 팬이 있을까, 있다면 그들은 어떤 이유로 한류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6월10~11일(이하 현지 시간) 열린 SM타운의 파리 공연 티켓은 15분 만에 매진됐다.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8일부터 유럽 내 한류의 실체가 차츰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8일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 현장에 있던 한국 취재진은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프랑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8일 오후 5시, 한국 가수들을 보기 위해 공항에 모여든 1천5백 명의 팬들은 저마다 정성스럽게 쓴 각종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기다렸다’ ‘만나고 싶었다’ ‘환영한다’ 등 다양한 한국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60대의 나이 지긋한 남성은 태극기가 그려진 머리띠를 둘렀고, 또 다른 팬은 티셔츠 뒷면에 한글로 ‘소녀시대’라고 새겨 넣었으며, 직접 그린 태극기 한가운데 샤이니의 멤버 ‘키’의 이름을 써놓은 사람도 있었다. 오후 6시20분께 공항 내 안내판에 가수들을 실은 대한항공 KE901 편이 도착했다는 표시등이 켜지자 팬들은 곧바로 술렁였다. 공항 측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우려해 공항 경찰 20여 명이 배치됐고, 구급대원도 보였다. 7시경 게이트에 한국 가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엔 한바탕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팬들 대다수가 몸을 크게 흔들며 열광했다. 동방신기 샤이니 f(x)의 멤버들은 경찰의 호위 속에 인파를 뚫고 버스에 탑승했다. 가수들도 예상치 못한 풍경에 한껏 상기된 모습이었다.

스페인 벨기에 네덜란드, 유럽 전역에서 모여든 한류 팬들
팬들은 이후에도 버스를 에워싸며 조금이라도 가수들을 가까이서 보고자 했다. 버스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팬들의 발꿈치는 들려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니다양(19)은 “한국 가수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그의 앞을 지나간 동방신기와 샤이니, f(x)의 멤버 이름을 순서대로 댔다. 그는 말하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흥분을 채 가라앉히지 못했다. 9, 10일 차례로 현지 유력 일간지인 ‘르 피가로’와 ‘르 몽드’지에 한국 가수들의 공연 기사가 났다. 한류에 대해 다소 경계하는 듯한 뉘앙스도 있었지만 대다수 교민과 한국 측 관계자는 “현지 유력 일간지가 관심을 보인 것만으로도 한류가 분명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입을 모았다.
10일, 프랑스 파리 북부에 위치한 ‘르 제니스 드 파리’. 본격적인 합동 공연이 예고된 공연장에는 만국기가 펄럭였다. “기차로 4시간30분 걸려 런던에 도착했고, 또다시 3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파리로 왔어요”(챠먼·22·스웨덴), “우리나라에서도 한 달 전쯤 공연을 열어달라는 청원운동이 벌어졌답니다”(릴라·21·벨기에). 비단 프랑스 파리만의 축제는 아니었다. 영국, 스페인, 스코틀랜드, 독일, 포르투갈, 네덜란드, 체코,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 폴란드,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의 국기가 공연장 안팎에서 휘날렸다. 한 페루 여성은 ‘페루로 와주세요’라고 쓰인 페루 국기를 흔들었다.
공연을 앞둔 콘서트홀 입구엔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백여 K팝 팬들은 굵은 빗방울도 아랑곳하지 않고 둥그렇게 자리를 잡은 채 한국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그곳엔 국가, 언어, 인종의 구분 따윈 없었다. 어디선가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가 흘러나오자 다시 우르르 모여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K팝 춤이 좋아 자발적으로 조직했다는 ‘슈프림 크루’ ‘카마 푸송’ ‘아프리카지안 댄스 크루’ 등 일군의 프랑스 아마추어 댄스 팀도 있었다. 만만치 않은 실력에 주위 모두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고, 한바탕 크게 웃어댔다. 샤를 아티군(17·프랑스)은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보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매일 연습했다”고 말했다.

K팝 유럽을 홀리다


K팝 유럽을 홀리다




▲ SM타운 파리 공연을 찾은 관중 1만4천명 중 98%가 유럽인이었다. 이들은 한글로 쓴 플래카드와 팻말을 들고 열렬히 환호하며 공연에 흠뻑 젖어들었다.

K팝 유럽을 홀리다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6시간 동안 차를 몰고 온 4인의 프랑스 가족도 있었다. 가장인 디리에씨(45)는 “아내가 샤이니의 태민을 좋아하고 두 딸이 온통 K팝에 빠져 지내서 공연장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가족들이 너무 좋아해 티켓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마티나양(23·그리스)은 “다른 나라 노래는 아예 듣지도 않는다”면서 “왜 이렇게 K팝이 좋냐”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공연은 감동과 함성의 물결로 가득했다. 고대했던 공연이었던 만큼 관객들의 흥분과 몰입도는 대단했다. 공연 직전 객석에서 수차례 ‘파도타기’ 응원이 진행됐고, ‘짝짝짝 짝짝’이란 한국 특유의 손뼉 응원도 등장했다. ‘두두둥’ 하며 발을 굴리는 식으로 공연의 막이 어서 오르길 재촉했다.
오프닝은 걸그룹 f(x)가 맡았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환호성 속에 등장한 이들은 데뷔 히트곡 ‘라차타’ ‘츄~’ 등의 무대를 차례로 풀어냈다. 관중 대다수가 기립했으며 f(x)의 춤을 그대로 따라 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윽고 등장한 샤이니. ‘스탠바이미’와 ‘누난 너무 예뻐’ ‘줄리엣’ 등을 불렀다. 관객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 바통은 소녀시대로 이어졌다. ‘런 데빌 런’ ‘동화’ ‘키싱 유’가 연달아 울려퍼지면서 객석은 다시 들썩였다. 유독 남성 팬들의 눈이 반짝이는 시간이었다. 태연은 “문화와 예술의 도시인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을 하게 돼 영광”이라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수영은 “파리에 오기를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유리는 “분위기가 너무 놀랍고 대단하다”고 말했다.

소녀시대 수영, 태극기에 쓴 ‘고마워요’ 보고 울컥
이어 유럽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슈퍼주니어의 무대. 여기저기서 비명이 쏟아져나왔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란 나머지 귀를 막는 이들도 있었다. 팀은 ‘미라클’ ‘댄싱 아웃’‘돈돈’ 등의 노래로 몸과 가슴을 흔들었다. 화려한 무대를 펼친 멤버 이특은 “그리웠냐”며 “우리도 보고 싶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뒤이어 “파리에서 시위가 벌어진 걸 잘 안다”면서 “진심으로 만나서 행복하다”며 감격해했다. 마지막 무대는 동방신기가 책임졌다. 동방신기 히트곡인 ‘더 웨이 유 아’와 ‘주문’이 연달아 소개된 후 ‘맥시멈’ ‘왜’ 등의 노래가 울려퍼졌다. 유노윤호는 “K팝뿐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한국 자체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이후 SM타운 가수들이 모두 나와 히트곡을 부르면서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대 중간 코믹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슈퍼주니어의 희철은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포커페이스’, 이특과 신동·은혁은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를 각각 여장한 채 불러 웃음을 자아냈다. 멤버 대부분이 줄을 매단 채 공중으로 솟구치는 특수 효과를 활용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팬들의 열기는 크고 작은 소동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공연 내내 기립해 환호성을 지르느라 탈진한 관객들이 속출했고 응급요원들이 이들의 상태를 돌봤다. 총 37명의 관객이 탈진으로 응급조치를 받았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도 탈진 직전 상태까지 갔다. 3시간30분에 이르는 공연이 끝났음에도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울먹이는 이들도 많았다.
공연 직후 가수들은 국내외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고 가슴 벅찬 소감을 피력했다. 이특은 “조르디 르무와느의 음악을 들으며 열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나라의 문화를 역수출하게 됐다. 한국의 음악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전 세계에서 통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반짝 한류로 그치지 않도록 더욱 멋진 노래를 부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불러준다면 이사할 생각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많은 유럽 사람들이 ‘SM타운’을 외치는 모습을 보면서 K팝 문화의 신호탄이라고 생각했다”며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어서 가슴이 아직도 떨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소녀시대의 수영은 “팬들이 태극기에 ‘고마워요’라는 글을 적은 걸 보고 울컥했다”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도 놀랐지만, 한국 팬들의 응원까지 따라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f(x)의 빅토리아는 “관객들이 자기 나라의 국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고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고 전했다.
현지 한류 연구가인 보르도대 홍석경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프랑스 파리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유의미한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면서 “국가와 정부, 더불어 많은 연구가들이 각국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남미에서도 뜻밖의 시그널이 포착됐고, 그곳의 한류도 유럽 이상의 열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류가 뻗어가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남미로 그리고 아랍권으로…. 그다음 행선지는 어딜까.

K팝 유럽을 홀리다

1 월드투어 공연 후 파리 시내 나들이에 나선 동방신기 최강창민과 유노윤호. 2 3 소녀시대 효연 제시카 서현, 샤이니 멤버들도 공연 후 파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파리 시내, 일본 문화 밀어내고 한류가 점령

유럽의 한류 열풍은 파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파리 동남부에 위치한 지하철 올림피아드역 인근 음반 숍 ‘타이요우(TAI YOU)’.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빅뱅 카라 2PM 유키스 씨엔블루 포미닛 비스트 애프터스쿨 2NE1 엠블랙 서인국…. 수십 명의 파리인들은 9000km나 떨어진 서울에서 공수돼온 K팝 음반과 상품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 소녀는 기다리던 샤이니의 브로마이드를 찾은 후 발을 동동 구르며 한바탕 요란을 떨었다. 매장 내에서는 시종 한국 뮤직비디오를 방영했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슈퍼주니어의 ‘미인아’가 울려퍼지자 매장 안에 있던 20~30명은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상점의 3분의 1가량은 일본 음반 및 MD 상품이 진열돼 있는데 한쪽 구석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샤이니’란 문구로 도배된 팔찌와 열쇠고리 10여 개를 50유로(약 7만5천원)에 구입한 소녀는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이곳에 들른다”며 “한국 가수들은 아주 잘생긴 데다가 음악도 프랑스 것보다 훨씬 듣기 좋다”고 말했다. 그는 5년여 전부터 K팝 팬이라고 소개했다.
매장 주인인 장 피에르 콩씨(33·홍콩계 이민 2세대)는 12년 전 이곳에 상점을 차렸다. 원래 일본 음반 및 출판 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했다. 상호 ‘타이요우’는 ‘태양’의 일본식 표기다.
“3~4년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군요. 온통 한국 드라마를 보고, 또 한국 가수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한국 것을 가져오면 잘 팔리겠다 싶어 그때부터 한국의 지인을 통해 상품을 수입해왔고, 큰 성공을 거두고 있죠.” 그의 말에 따르면 한 장당 20유로(약 3만원) 하는 한국 음반이 한 달에 1천 장 이상 판매된다. MD 상품 판매금은 음반을 앞지른다. 그는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지만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가 일본 것을 넘어섰고 속도가 점점 더 붙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11구에 위치한 딥사이드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춤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작은 스튜디오엔 일요일마다 K팝에 등장하는 춤을 배우려는 한류 팬들이 모여든다. 6월12일 오후 파리 곳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팬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앳된 10대 소녀에서부터 근육질의 20대 남성까지 어느새 20여 명이 넘는다. 곧바로 짐을 푼 채 거울 벽면이 있는 플로어로 집결한 이들은 이날 춤을 지도하는 팰리시야씨(21)의 구령에 맞춰 서서히 몸을 풀었다. 이날 배울 춤은 소녀시대의 최신곡 ‘미스터 택시’. 한국에서조차 아직 ‘미스터 택시’의 안무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 팰리시야는 어느새 소녀시대의 안무를 똑같이 재현해내고 있었다. 1시간30분 남짓한 교습은 팬들이 자발적으로 갖는 모임 형식을 띤다. 인터넷에 배울 곡의 안무를 공지하고, 시간이 되는 이들이 와서 익히면 된다. 제법 춤에 능숙한 이들이 돌아가며 안무 지도를 맡는다. 한 사람당 10유로(1만5천원)씩 내 장소 대여비와 안무 선생을 맡아준 이들에게 약간의 지도비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팬 일부는 일찌감치 유튜브를 통해 춤의 전체적인 구성과 일부 동작을 숙지해온 상태였다. 구체적인 방법이나 중요 포인트를 팰리시야씨가 지적하고 교정하며 춤을 만들어갔다. 안무를 지도하던 팰리시야씨는 “나도 유튜브를 통해 안무의 동작 구성을 살핀다”며 “어릴 적부터 춤을 춰서 남들보다 빨리 익힐 수 있고, 또 이렇게 가르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매주 이 정도의 사람들이 모인다”며 “좁은 공간 때문에 더는 수용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여성동아 2011년 7월 5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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