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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궁금한 근황

폭행 물의 빚은 이혁재, 사건 후 1년

후회와 반성, 그리고 상처

글·김유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1.03.16 11:57:00

지난해 일으킨 폭행사건으로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혁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개그맨이자 MC였던 그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것을 잃고 또 얻었다.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에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가장으로서 중심을 지킬 수 있었던 건 그를 믿고 힘을 실어준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폭행 물의 빚은 이혁재, 사건 후 1년


지난해 1월 인터넷에서는 ‘이혁재, 술집 여종업원 폭행’이란 제목의 기사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당시 보도 내용은 개그맨 이혁재(38)가 인천에 있는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2차로 자리를 옮긴 뒤 룸살롱에서 동석한 여종업원을 전화로 불렀으나 오지 않자 룸살롱 종업원과 시비가 붙었고, 그 과정에서 종업원의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다음 날 조폭과 함께 다시 술집을 찾아 피해자들과 합의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인천 지방지를 통해 처음 보도된 이 내용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확산됐고, 결국 이혁재는 연예계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2월 중순, 인천 송도에 있는 자택에서 이혁재와 그의 아내 심경애씨를 만났다.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 가득 걸려 있는 가족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서 사랑스런 표정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세 아이는 ‘화목한 집’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다. 사실 이혁재는 그간 성실한 방송 태도와 가정적인 이미지로 방송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대학생 때 만나 결혼한 아내 심경애씨와의 러브스토리며, 아이들을 끔찍이 예뻐하는 모습이 방송에서도 자주 비춰졌다.
하지만 지난 1년은 가족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폭행사건의 후폭풍은 예상했던 것보다 매서웠고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물론 스스로 자초한 일임은 분명하나 사건 종결 과정을 보면 그가 받은 상처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폭행사건과 관련한 검찰 조사 결과는 처음 보도된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름을 인정하고 있다. 그가 술집 종업원의 뺨을 때린 것은 사실이나 여종업원을 술집으로 부른 적도 없고, 피해자들과 합의하는 자리에 조폭을 대동한 사실도 없었던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누군가를 때렸다는 건 비난받아 마땅하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어요. 하지만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걷잡을 수 없게 부풀려졌는지,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한 게 사실입니다. 뭐라 항변할 새도 없이 제가 마치 성매매를 시도하려다 뜻대로 안 되니까 폭력을 휘두른, 그런 파렴치한이 된 거잖아요. 가족들, 특히 아내에게 너무 미안하죠.”

“나로 인해 상처 받은 가족에게 미안할 뿐”
당시 그의 아내는 초등학생인 큰아들을 통해 처음 기사가 보도됐음을 알았다. 친구 집에서 인터넷을 하던 아이가 기사를 보고 와서는 “엄마, 아빠 이야기가 인터넷에 떴어”라고 말한 것. 순간 심경애씨는 새 학기를 앞둔 아이 걱정에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어른들이야 어떻게든 감당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친구와 환경에 적응해가야 할 아이가 이 일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초등학교 교사로서 누구보다 아이들의 심리를 잘 알기에 걱정은 더욱 컸다.
“이미 사건은 남편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평소에도 남편은 술집, 특히 룸살롱 같은 비싼 술집에 갈 때는 저한테 미리 얘기를 해주거든요. 그날도 남편이 사업상 술을 마셔야 한다고 해서 전날 제가 1백50만원을 현금으로 줬어요. 그 이상 쓰면 안 되는 걸 남편도 잘 아니까 미리 술집에 가서 금액이 초과되지 않게 알아서 준비를 해달라고 했나 봐요. 그런데 나중에 계산할 때 거의 2배 가까운 금액이 나오니까 순간 화가 났던 거죠.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분명 남편이 잘못을 했다고 생각해요. 남편도 많이 후회하고 있고요.”

폭행 물의 빚은 이혁재, 사건 후 1년

이혁재의 집 거실 한복판에는 2004년 KBS 연예대상에서 받은 대상 트로피가 놓여 있다. 이혁재는 자신으로 인해 상처 받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한다.



폭행 물의 빚은 이혁재, 사건 후 1년

인터뷰에 응하는 이혁재·심경애 부부.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부부 관계가 더욱 두터워진 듯했다.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가족들의 상심은 말할 수 없이 컸다. 특히 연로한 부모님은 아들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운 마음이 뒤섞여 며칠 동안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흔들리지 않았다.
“남편이 잘못한 건 알지만 부부간의 신뢰가 깨질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에 남편을 원망하지는 않아요. 평소 대화가 많지 않았다거나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면 아마 저라도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겠죠. 하지만 남편은 그동안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아내가 중심을 잃지 않고 대범하게 대처함으로써 집안 분위기는 오래지 않아 예전으로 돌아갔다. 초등학교 1·3학년인 두 아들과 네 살배기 막내딸은 여전히 집안의 재롱둥이로 웃음을 선사했고, 이혁재는 쉬는 동안 아파트 단지 내에서 큰아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는 등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의구심 가득한 눈빛은 피하기 힘들었다. 이혁재는 “아내가 친구 결혼식에 간 사이 아이 셋을 데리고 찜질방에 갔더니, 아주머니 두 분이 제가 이혼하는지 궁금해하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창에 ‘이혁재’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이혁재 이혼’ ‘이혁재 사망’이 동시에 뜬다.

가족의 고통 생각하면 잠이 안 와
“집에서는 평소와 똑같으니까 남편 속마음까지 알진 못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와서 엉엉 우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늘 모임에서 후배 한 명이 ‘찌그러져 있어 이혁재. 자숙기간 아니야’ 하고 말했다는 거예요. 물론 술에 취해서 한 말이겠지만 남편은 상처를 많이 받은 모양이더라고요. 또 한 번은 큰아이가 집으로 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남편을 보자마자 ‘와! 진짜 이혁재다. 이혁재 재수 없는데’하는 거예요. 남편은 순간 당황하는 듯 보였지만 아이가 무안해할까봐 부드러운 목소리로 ‘누가 그래? 아저씨 재수 없다고?’ 하고 묻더군요. 아이는 ‘우리 아빠가요’ 하니까 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럼 너희 아버지는 뭐 하시니?’하고 묻는 거예요. 아이가 ‘의사예요’ 하고 말하니까 남편이 ‘와! 너희 아빠는 정말 훌륭하시구나. 멋진 의사선생님이시네. 그런데 아저씨도 나쁜 사람 아니야. 한번 볼래’ 하면서 두 아이와 정말 열심히 놀아주더라고요. 그 후로 두 아이는 베스트 프렌드가 됐어요.”
아무 일 없는 듯하지만 때때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그의 아내도 마찬가지다. 특히 아이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회자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학원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면 다른 엄마들이 나누는 대화가 얼핏 들려요. 매번 못 들은 척하려고 하는데, 어쩔 때는 같이 간 다른 엄마가 ‘지금 얘기하는 거 들었어?’ 하면서 더 씩씩대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제 남편이 이혁재라는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건 후 심경애씨가 육아휴직을 1년 더 연장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학교 측의 권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학부모들이 그가 담임을 맡는 걸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기에 이혁재는 “아내에게 더 미안하다”고 말한다.
“저 때문에 가족들이 받는 고통을 생각하면 잠이 안 와요. 요즘도 새벽 3~4시만 되면 잠이 깨요. 특히 아내한테는 늘 미안해요. 결혼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그동안 싫은 내색 전혀 없이 시부모에게 잘하는 아내가 고맙고 안쓰러운데, 이런 일까지 벌어졌으니…. 사실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로서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누구보다 자부심이 강하고, 학부모들한테 꽃 한 송이도 받지 않을 만큼 소신 있는 선생님이거든요. 예전에 있던 학교에서는 아침을 못 먹고 오는 아이들을 위해 아침마다 빵을 싸가기도 했고요. 스승의 날 같은 때 선물을 받으면 그날 일일이 편지를 써서 다음 날 선물과 함께 다시 돌려주는데, 언젠가 한번은 ‘상품권 같은 건 모른 척하고(?) 받아도 돼’하고 농담을 했다가 아내한테 엄청 혼났어요.”

아내는 듣기 민망했는지 “그만하라”며 남편에게 핀잔을 줬다. 그러면서 그는 “나보다 훨씬 훌륭한 선생님이 많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복귀는 대중이 받아들여줄 때까지 기다릴 터

폭행 물의 빚은 이혁재, 사건 후 1년


이혁재는 폭행사건이 일어나자 모든 방송활동을 접었다. 당시 그는 매니지먼트사와의 갈등으로 위약금을 물고 나온 상태이기도 했다. 마땅한 수입이 없으니 경제적 어려움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특히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무리하게 회사를 계속 꾸려가는 게 맞는지 고민의 기로에 선 적도 있다.
결국 그는 사업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직원이 7명. 이혁재는 “사건 터지고 직원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다들 ‘이제 끝이구나’ 하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월급 줄 형편이 안 된다고 문을 닫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지금껏 직원들 월급을 늦게 줘본적이 없다고 한다. 이는 그의 아내 심경애씨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은행 대출 만기 통보를 받으니까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아내한테 고민 끝에 어렵게 얘기를 꺼냈는데, 아내는 얼마가 필요한지만 묻더니 다음 날 바로 입금을 해줬어요. 예전에 노후자금으로 들어놓은 적금을 깬 거더라고요. 당시 아내가 돈을 마련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사업이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그 고비를 넘기고 난 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착될 수 있었어요.”
현재 그가 하고 있는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광역시 후원으로 진행되는 한류콘서트 기획. ‘코리안웨이브’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2년에 걸쳐 인천에서 대규모로 진행됐고, 일본과 대만 등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또 지난해 중국과 한국이 공동연출한 광저우 아시안게임 폐막식 행사도 정부 입찰에 참여해 계약을 따냈다고 한다. 사업이 완전히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는 없지만 힘든 시기를 일에 몰두하며 지낸 그로서는 보람이 크다.
앞으로 남은 일은 방송 복귀. 하지만 그는 복귀라는 말을 꺼내는 걸 여전히 조심스러워한다. 복귀란 자신이 원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안다. 얼마 전 그는 백지연이 진행하는 케이블방송 tvN ‘브런치’에 게스트로 참석했지만 이 또한 완전한 복귀라 할 순 없다. 이날 ‘브런치’는 이혁재 폭력사건 전말과 와전됐던 뒷얘기를 다뤘다.
“서두를 생각은 없어요. 대중이 저를 받아주실 때까지 기다려야죠. 다만 저로 인해 상처 받은 가족, 주위 분들을 생각해서라도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방송에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누구나 인생이란 긴 항해를 하다 보면 때로는 폭풍우에 휘말리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한다. 중요한 건 어떤 일이 생겨도 내일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튼튼한 돛과 닻이 있느냐가 아닐까 싶다. 연예계 생활에서 최대의 위기를 맞은 이혁재, 다행히 그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내와 가족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여성동아 2011년 3월 5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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