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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출선 경기도 새마을회 회장 ‘21세기 신한류’를 말하다

글 오진영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10.05.18 14:10:00

70년대 한국사회의 근대화를 이끈 새마을운동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로부터 큰 관심을 모으면서 국내에서도 다시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로사업가이며 경제학 박사인 리출선 경기도 새마을회 회장은 새마을운동이 21세기 신한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리출선 경기도 새마을회 회장 ‘21세기 신한류’를 말하다

“새마을운동이 흘러간 역사의 한 페이지라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의 많은 개발도상국이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겠다며 찾아오고 있어요.”
새마을운동이라고 하면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로 시작하는 아득한 추억의 노래를 떠올리거나, 70년대 한국사회의 근대화를 이끈 견인차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리출선 경기도 새마을회 회장(58)은 새마을운동의 무궁한 잠재력과 놀라운 가능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2007년 7월 회장으로 선출돼 새마을운동 사업을 해오면서 우리가 배우고 널리 알려야 할 훌륭한 요소가 많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전국 2백32개 시·군·구와 읍·면·리까지 견고하게 뻗어 있는 새마을운동 조직이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될 아까운 자원이며, 사회공동체 활동의 구심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더욱이 매년 발표되는 새마을운동 성공 사례들이 그야말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때문에 세계 여러 개발도상국이 본받고 싶어 하는 한국의 새마을운동 성공 스토리를 드라마나 영화 소재로 활용하면 한류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새마을운동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이 훌륭한 실천조직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길이 보이고,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제2의 한류로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고 말하는 리출선 회장.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길’ 전문가다. 29세 때 도로포장 사업체를 만든 이후 평생 도로 만드는 일을 해왔다. 그가 경영하는 (주)서원은 도로포장 재료인 친환경 상온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를 생산하는 업체다. 리 회장은 경기도 수원시 화성에서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12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장면 정권 당시 면장을 지낸 아버지도 일찍 돌아가셨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건설회사에 들어가 일하다 81년에 아스팔트 도로포장 사업을 시작했다. 99년부터 도로포장 기술개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뒤로 제조업으로 전환해 아스콘을 생산하기 시작했어요. 도로공사를 하면서 늘 느꼈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직접 아스콘 기술개발에 나섰습니다.”

월드컵경기장 건설 폐기물로 주변 도로와 주차장 만들어
국내 도로포장에 주로 쓰이는 아스콘은 170℃가 돼야 가공 생산이 가능하다. 110℃ 이하로 내려가면 더는 사용할 수 없어 산업폐기물로 처리된다. 리 회장은 불을 많이 때서 만든 아스콘이 도로 현장으로 운반되던 중 차갑게 식어 폐기 처분해야 하는 데 문제의식을 가졌다.
“엄청난 에너지를 들여 끓이고, 또 애써 만든 아스콘을 버려야 하는 비효율성을 해결하려고 만든 것이 바로 상온 아스콘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설신기술 인증을 받고 세계 특허도 받았지요.”
서원의 상온 아스콘 기술은 가열하지 않고도 아스콘을 생산할 수 있고, 또 버려지는 아스콘을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 공법으로 평가받는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완공된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나온 8천 톤가량의 아스콘 폐기물이 상온 아스콘 공법으로 재생돼 경기장 주변 도로와 주차장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아스콘 재활용에 대한 리 회장의 제안이 환경부에서 받아들여져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성과도 있었다.
“상온 아스콘은 토목분야 도로포장에 있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과제를 풀 수 있는 대안입니다. 가열방식이 아닌 이산화탄소 제로의 신기술에 대한 의무 사용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도록 정부의 정책 도입을 촉구하는 중입니다.”
리 회장은 94년 마흔이 넘어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연세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2006년에 단국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업을 하다 보니 저녁에 시간이 나면 술이나 마시게 되더라고요. 그 시간에 공부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공부가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되던걸요.”

리출선 경기도 새마을회 회장 ‘21세기 신한류’를 말하다


그는 현재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는데, 경영학을 전공한 아들(31)은 그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리 회장은 종종 경제학 특강을 할 때면 길 전문가답게 독일의 아우토반과 한국의 경부고속도로를 비교한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다가 다시 일어선 세계 경제사의 기적이 바로 우리나라의 한강의 기적과 독일 라인강의 기적입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식 개혁을 통해 세상을 바꾼 새마을운동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3년째 경기도 새마을회를 맡아오면서 그는 ‘제철음식 먹기 운동’ ‘실개천 살리기 운동’ ‘내 고장 문화재 지키기 운동’ 등을 이끌었다.
“가까운 지역사회에서 생산한 싱싱하고 영양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음식 궁합입니다. 제철음식 조리법과 식단을 책자로 만들어 새마을 부녀회를 통해 보급하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새마을운동으로 정부 예산 절감, 소득 증대 기대
올해는 지난해 시작한 실개천 살리기 운동의 규모를 확대해 경기도 내 읍·면·동마다 마을의 실개천을 하나씩 맡아 정화하는 운동을 펴기로 했다.
“경기도에 2천7백 개가 넘는 실개천이 있습니다. 자기 마을 실개천에 이름을 붙이고 애정과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어요.”
4대강 살리기는 중앙정부와 건설업자가 맡고, 그 강물의 원천인 실개천은 지역 주민이 지키는 역할 분담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와 관광의 경제적·사회적 의미가 점점 부각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경기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문화재의 역사성과 가치를 재발견하고, 각 고장의 소중한 이야기로 만드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전국 어느 곳에나 있는 새마을 지도자와 부녀회·협의회 조직을 활용해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사회공동체 운동을 시작하고, 그것이 활성화되면 정부 예산도 당당하게 요구하겠다는 게 리 회장의 입장이다.
“현재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정부 지원이 거의 없어요. 정부에 그냥 달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가 할 일을 찾아내 그 결과를 보여주고 근거를 제시하면서 정부 지원을 요청할 것입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시기에 이루어져야 하는 방역사업이나 교통시설 정비, 청소사업, 환경보호사업 등에 새마을운동 조직을 활용하면 정부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지역사회의 소득증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국 3백20만 농촌 인구 중에 다문화가정이 이미 30만 명을 넘었고, 조손가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도 새마을운동의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리회장은 경기도 새마을회에서 다문화가정을 소재로 한 연극공연과 소외된 독거노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마을운동이 훌륭한 업적을 많이 이루었음에도 군사정부의 산물이라는 이유로 일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외면하기에는 새마을운동이 너무 아깝습니다. 부정적인 요소보다 긍정적인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훨씬 많거든요.”
최근까지 새마을회는 몽골·캄보디아·네팔 등 아시아지역과 콩고·탄자니아·우간다 등 아프리카 지역 12개 나라에 개발 경험을 전수하는 상호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국내에서는 지역공동체의 구심점으로 활약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거듭나고, 해외에서는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제2의 한류가 되도록 새마을운동의 앞길을 열어가는 것이, 도로 전문가 리 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여성동아 2010년 5월 5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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