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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세상 속으로’ 돌아온 ‘힙합 호랑이’타이거 JK

글 임윤정‘자유기고가’ |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09.08.24 14:11:00

음악을 아는 사람, 음악을 모르는 사람, 음악을 하는 사람… 모두가 기분 좋아지는 음악으로 돌아온 타이거 JK. 그가 가슴으로 써내린 노랫말을 가슴으로 읊조릴 때 우리는 가슴으로 느끼면 된다. 손에 마이크 하나 달랑 쥐고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포효하던 ‘힙합 호랑이’는 가수 윤미래와의 결혼, 척수염 투병, 아들 조단의 탄생을 관통하며 보다 여유롭고 강해졌다.
‘세상 속으로’ 돌아온 ‘힙합 호랑이’타이거 JK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타이거 JK(36)의 작업실. 주인을 닮아 소탈한 이 공간은 최근 발표한 8집 앨범이 생명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녹음실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오래된 레코드판. 아버지이자 음악평론가 서병후씨가 아들에게 물려준 유산이다. 이 손때 묻은 레코드판을 자양분 삼아 그는 대한민국 힙합계의 거목으로 성장했다. 타이거 JK가 건넨 힙합식 악수로 시작된 인터뷰. 그는 자신의 랩보다 두세 배 느릿한 말투로 앨범 이야기를 꺼냈다.
타이거 JK의 드렁큰 타이거 8집 ‘필 굿 뮤직(Feel gHood Muzik:the 8th wonder)’은 2년의 공백기를 뜨겁게 담금질해 완성한 만큼 반응도 뜨겁다. 좋은 음악은 대중이 먼저 알아본다는 진리가 여기서도 통했다. 앨범은 힙합음악을 자주 접하지 않던 대중을 위한 ‘필 굿 사이드(Feel Good Side)’와 힙합 마니아들을 위한 ‘필 후드 사이드(Feel Hood Side)’로 나뉘어 총 2장의 CD에 27트랙이 수록됐다.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8집 앨범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음악이에요. 30,40대 팬들은 힙합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왠지 욕먹지나 않을까 해서 몰래 듣는다고 해요. 사실 힙합이라 해서 다 과격하고 선동적이지는 않아요. 나이와 상관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 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대를 넘나들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
‘세상 속으로’ 돌아온 ‘힙합 호랑이’타이거 JK

이처럼 새로운 변화를 기꺼이 맞아들인 타이거 JK. 가수 윤미래와의 결혼과 아들 조단의 탄생은 그의 음악적 색깔마저 바꿔 놓았다. 세상을 향해 거칠 것 없던 치기 어린 젊은 시절, 그는 그저 감정을 폭발시키는 데 급급했다. 하지만 한 가정의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어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알아가는 지금, 감정을 다스릴 여유가 생겼다. 아들의 방긋 웃음 한번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지는 아빠 타이거 JK는 자신의 감정을 밝고 경쾌한 음악으로 표현했다.
공을 들인 만큼 앨범 발매 3주 만에 5만 장을 넘어서는 등 반응도 뜨겁다. 타이틀곡 ‘몬스터’ 외에도 아내 윤미래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트루 로맨스’ 가 동반 히트하는 등 앨범 수록곡 전곡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앨범의 완성도가 대중적인 인기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앨범 완성도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진다”며 주저 없이 대답하던 그도 앨범의 인기에 대해선 ‘방송의 힘이 컸다’는 겸손 어린 대답으로 한 걸음 물러선다. 그는 최근 MBC ‘무한도전-듀엣가요제’ 편에 아내와 같이 출연해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겸손한 MC로 통하는 유재석 못지않게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대중의 뇌리에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더욱이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며 에너지를 폭발시키던 그에게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도 연출됐다. 앨범 타이틀곡 ‘몬스터’로 방송활동을 하기도 전에 듀엣가요제 참가곡 ‘Let’s Dance’로 MBC ‘쇼! 음악중심’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사실 무대 위에서는 굉장히 거칠고 선동적인 편이에요. 제 음악은 춤을 추는 것도, 그렇다고 멜로디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가 굉장히 중요해요. 손에 마이크만 쥐고 목소리만으로 무대를 이끌어가야 하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공연하는 모습이 UCC 등에 퍼져 있는데 그걸 보신 분들이 오해를 많이 하세요. 타이거 JK는 평소에도 ‘악~’ 소리를 지르고 다닐 것이다. 악수를 건네면 받지도 않고 ‘요~’ 할 것이다. 힙합뮤지션에 대한 선입견이죠. 그런데 방송에 출연하면서 그런 이미지가 많이 순화된 것 같아요.”

‘세상 속으로’ 돌아온 ‘힙합 호랑이’타이거 JK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힙합’과 ‘아빠’란 단어가 묘하게 어울린다. 부조화 속의 조화랄까. 지난해 타이거 JK는 아빠가 됐다. 그는 아내 윤미래보다 더한 산통을 겪었다. 출산 6개월 전부터 세상에 있는 육아 관련 책은 모조리 섭렵할 기세로 사 모았다. 그러니 출산 당일은 오죽했을까. 아내가 좋아하는 음악, 사진, DVD, 캠코더, 하다못해 평소 베고 자던 베개, 안고 자던 인형까지 챙겼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아무 소용없었다. 단지 조용히 지켜보는 수밖에. 아빠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유독 그가 걱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앓아온 척수염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던 터라 행여 자신 때문에 아이가 잘못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많았다. 그렇게 기대와 걱정의 27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조단은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자신의 분신을 낳아준 아내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으면 되레 할 말이 없어지는 법이다. “사랑한다. 수고했다.” 그 짧은 한마디에 세상의 모든 찬사를 다 담아서 건넸다.
‘세상 속으로’ 돌아온 ‘힙합 호랑이’타이거 JK

타이거 JK는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는 동안 당시의 감정을 일기로 기록했다. 그 글들을 다시 노랫말로 다듬어 하나의 음악으로 탄생시켰다. 이번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축하해’란 곡이다. 27시간의 산통을 견뎌준 아내에게 바치는 남편 타이거 JK의 힙합 축하송이다.
“첫 만남에 설레임/짝사랑과 내 첫 애인 밀고 당기는 첫 게임처럼/아무것도 몰라/그저 배울 수밖에/어쩔 수 없이 애태울 수밖에/조용한 밤 초조한 맘속 심장은 요동치며 고요함을 깨/왜 그날따라 시간은 안 가/그토록 서두르던 시간은 안 가/내 옆에 앉아 그냥 머물려 한다/작은 의자에 구부려 앉아 난 그대 손만 꽉 붙잡고 혼자 속삭였어/사랑한다고.”
이 곡은 아들 조단이 태어나서 처음 피처링한 곡이이기도 하다. 아가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다. 이뿐이 아니다. 앨범 재킷에 그가 조던과 함께 찍은 사진도 수록했다. 사진 속 조단은 엄마와 똑 닮았다.
“기자들은 저 도와주려고 기사 제목을 “제 판박이죠?”라고 써주셨어요. 네티즌들 반응은 냉정했죠. ‘너 하나도 안 닮고, 윤미래 닮았다.’ 제 앨범 홍보 기사인데 실시간 검색어에 윤미래만 계속 올라가는 거예요. 전 항상 윤미래 그늘에 있어요(웃음).”
조단의 탄생과 맞물려 앨범을 작업해야 했던 그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앨범을 다 완성해놓고 보니 어느새 아이가 뛰고, 말하고 있었다. 주위에서 다섯 살 이전의 기억은 없다고 위로해줬지만 죄책감이 사라지진 않았다.
“새 앨범이 나온 뒤론 진짜 가끔씩밖에 못 봐요. 그 사이 훌쩍 커 있는 거 보면 되게 신기해요. 저희 아버지가 그러셨거든요. 어느 날 어머니가 저를 임신하고 있었고,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까 제가 나와 있었고, 어떻게 하다 보니 제가 커 있더라고. 소중한 시간인데 그때는 몰랐다고. 그래선지 지금 손자에게 빠지셨어요. 아들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씀하세요.”
죄책감과 함께 책임감도 찾아왔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운동을 하고 싶어졌다. 건강한 아빠가 되어 아들을 든든히 보호해주고 싶어서다. 그는 3년째 척수염과 투병 중이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척수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병이자 불치병이다. 평생 약을 달고 살아야 한다. 하루라도 약을 거르면 금세 마비가 온다. 많이 호전됐지만 답이 없는 병이다 보니, 약간은 자포자기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니까 잊고 있던, 아니 잊고 싶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내가 병이 있구나. 그런데 전혀 나아지려는 노력을 안 했구나…’.
“어느 날 거울 속에 비친 퉁퉁 부은 모습을 봤어요. 약 부작용 때문이었죠. 그때까지 이 지경인지 몰랐어요. 주위에서 아무도 내색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대해줘서 전혀 몰랐어요. 몸이 부은 상태로 지팡이 짚고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데, ‘아, 정신차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미친놈처럼 걷기 시작했어요. 사실 척수염은 걸으면 안 되는데, 제 의지가 저를 회복시킨 것 같아요. 사람들이 겉모습만 보면 안 믿어요. 좋은 현상이죠. 항간에선 꾀병이다, 마케팅의 극치다 그러던데… 그런데 그럴 수도 있어요(웃음).”
사람들이 뭐라 하든 그는 건강해지고 싶다. 조단이 있기 때문이다. 배우고 싶은 운동도 많다. 축구·농구·야구 등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면 뭐든. 공부도 하고 싶고, 피아노·기타도 배우고 싶다. 15개월 된 아들을 둔 초보아빠는 여태껏 관심조차 없던 것들에 흥미를 느낀다. 특히 이번 앨범은 미국에서도 발매되는데, 현지에서 활동하려면 아이와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해서 고민이 된다. 음악 앞에서 선택에 주저함이 없던 그였다. 조단은 음악만큼이나 소중한 존재다.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고 싶어요. 조단이 커서 요즘 알은척 좀 해주니까 더요. 나갈 때 못 나가게 해요. 처음에는 신경도 안 썼는데….”

‘세상 속으로’ 돌아온 ‘힙합 호랑이’타이거 JK

가족이 사무실로 놀러왔을 때 즉석에서 찍은 타이거 JK와 아들 조단의 모습.


음반시장에 기적을 일으켜보고 싶다
“그 어떤 보석보다 더 빛나는 노란 고무줄로 맺어진 사랑” ‘트루 로맨스’에 나오는 가사다. 타이거 JK는 방에 있던 노란색 고무줄을 돌돌 말아 윤미래의 손가락에 껴주며 프러포즈했다. 소박했지만, 가사처럼 그녀를 향한 마음만큼은 그 어떤 보석보다 빛났다. 이후 7년 동안 연인 사이로 지냈던 그들은 부부가 됐다.
“저희 할머니는 제가 데려오는 여자들을 굉장히 싫어하셨어요. 그런데 미래는 달랐어요. 첫눈에 웃으며 반겨주셨죠. 배를 깎아주셨는데, 그건 아주 큰 배려시거든요(웃음). 사실 결혼 생각은 별로 없었어요. 근데 할머니가 많이 편찮아지시고, 당신이 살아계실 때 우리가 결혼하는 걸 보고 싶어 하셨어요. 또 미래 할머니께서도 원하셨고. 두 분의 압력이 가해지면서 결혼이 이뤄진 거죠.”
결혼 3년 차. 여느 부부처럼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사랑하며 산다. 크게 싸운 적은 아직까지 별로 없다. 장모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그러기도 어렵다. 싸우고 나서 윤미래는 항상 ‘반칙’을 한다. 자신은 당장 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인데, 그녀는 시간을 가지면서 서서히 푸는 편이다. 그런 자신의 성격을 알면서도 장모님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건 반칙이다. 그럴 때 쓰는 방법은 문자. 문자를 보내도 나오지 않으면 장모님 방 앞에서 틱틱 소리 내며 신호를 보낸다. 그녀가 나올 때까지 신호는 점점 커져간다. 그리고 이를 알아채신 장모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너네 싸웠니?” “아니요~.” 상황 종료다.
“아이 생기고 나면 남편들이 한눈팔기도 한다잖아요. 저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아요. 굉장히 빠져 있어요(웃음). 하지만 무대 위에서는 외도(?)를 해요. 키스도 하고… 어, 이거 안 되는데, 포털 사이트에 ‘타이거 키스했다!’ 이렇게 나올 것 같아(웃음). 다시 정정할게요. 손등에다. 무대에서는 풀어져요. 그건 미래도 마찬가지고요.”
윤미래가 자신의 넘버1 팬이라면, 아버지는 넘버1 스승이다. 음악평론가인 아버지는 항상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런 아버지 덕분에 음악을 마치 일상처럼 접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무엇이 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아들이 힙합에 빠진 걸 알았을 때도 ‘힙합 레전드’ 같은 책들을 사다주시곤 했다. 지금도 힘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주곤 한다.
“이름이 조금 알려지면서 시기 어린 공격도 많이 당했어요. 시스템 안에서 치열한 기 싸움 같은 것이 존재하는데, 저는 몰랐거든요. 이상한 소문도 퍼지면서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거기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으니까 아버지가 조언을 해주셨어요. ‘구정물이 고이거나 할 때 독사는 그 물로 독을 만들지만, 젖소는 하얀 우유를 만든다. 네가 어떻게 받아들여서 어떻게 만드느냐는 너에게 달렸다’고.”
본격적으로 뮤지션의 길을 걸은 지 10년. 무서운 일도, 안타까운 일도, 슬픈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시련은 그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그의 좌우명처럼 힙합 호랑이는 “죽기 전에 죽지 않는다”. 그는 이번 앨범으로 기적을 일으켜보고 싶다. 살아온 기적에 감사하고 살아갈 기적을 희망하는 타이거 JK. 첫인사와 마찬가지로 힙합식 악수로 마무리된 끝인사. 그와의 만남은 Feel good!

여성동아 2009년 8월 5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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