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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결혼하는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박경모·박성현 ‘깜짝’ 러브스토리

글·최숙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 헤어&메이크업·fiore(02-512-5525)

입력 2008.10.21 15:14:00

2008 베이징올림픽 양궁 남녀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박경모와 박성현이 사랑의 화살을 과녁에 명중시켰다.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열애 사실을 비밀에 부쳤던 두 사람의 숨은 러브스토리.
12월 결혼하는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박경모·박성현 ‘깜짝’ 러브스토리

금메달 13개로 사상 최고 성적을 올린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선수단이 귀국하던 날,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남녀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경모(33·인천 계양구청)와 박성현(25·전북도청) 선수가 오는 12월 결혼할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
같은 종목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부부 탄생은 이번이 처음. 네티즌은 ‘2세도 텐(10점)만 쏘는 신궁이 태어날 것 같다’ ‘대한민국 양궁 발전을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아달라’는 등의 재치 넘치는 댓글을 올렸다.
결혼 발표와 함께 ‘대한민국 공인 커플’이 된 두 사람을 지난 9월 초 서울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만났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아서인지 박경모는 경기장에 섰을 때보다 따뜻해 보이는 인상이었고 밝은색 캐주얼 차림의 박성현은 한층 여성스러워 보였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앞두고 두 차례 대회가 있기 때문에 결혼준비를 할 시간이 많지 않아 오늘 하루 휴가를 내 예식장 예약부터 청첩장 찍는 것까지 다 하려고 한다”면서 “미용실에 온 것도 신부화장을 예약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경모는 “성현이를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짝사랑해왔던 터라 한시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2001년 국가대표팀 선발전 때 태릉선수촌에서 성현이를 처음 봤는데 당시에는 후배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로 보면 볼수록 마음이 끌렸어요. 평소 주위 분들이 어떤 스타일의 여성을 좋아하냐고 물으면 농담삼아 ‘44사이즈’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성현이가 언제부턴가 제 이상형이 돼 있더라고요.”
박경모는 어느 날 갑자기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박성현을 다른 후배들보다 더 잘 챙겨주었다고 한다. 박성현이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저조할 때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불러내 자세를 바꿔보라는 등의 조언을 해주고 힘든 훈련과정에서 어려움이 없는지 물어보면서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오빠가 저를 좋아한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운동할 때는 평소와 달리 카리스마가 있어 후배들이 말도 쉽게 못 붙이는데 저한테는 자상하게 대해줘 신기하다고 생각한 정도였죠.”
“선배가 나를 짝사랑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면서 웃는 박성현을 사랑스런 눈길로 쳐다보던 박경모는 “성현이가 내 마음을 몰라주니까 더 애가 탔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혼자 속앓이를 하다가 지난해 올림픽 선발전이 끝나고 더 이상 마음을 숨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백을 했어요. 그날이 11월23일이었는데 마침 금요일인데다 비까지 오는 바람에 성현이가 살고 있는 전북 군산까지 가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도착하니 밤 9시 정도 됐더군요. 맨정신으로 고백하기 힘들 것 같아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성현이를 불러내 ‘우리 사귈래?’라고 물었죠. 성현이가 쑥스러워하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네’ 하고 대답하더라고요(웃음).”
박성현은 “그 당시 놀라고 당황했지만 싫지는 않았다”면서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12월 결혼하는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박경모·박성현 ‘깜짝’ 러브스토리

“남들 눈 피해 007작전으로 만나고 경기하는 날엔 몰래 안아주며 응원했어요”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선후배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관계가 알려지면 대표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됐던 두 사람은 교제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주말 데이트를 할 때는 선수촌에서 선수들이 다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고 선수촌으로 돌아올 때는 박성현이 먼저 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들어왔다는 것. 박경모는 “성현이를 내려주고 혼자 선수촌으로 들어올 때면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다른 연인들처럼 마음 편히 놀러다니지 못한 게 아쉬운데 딱 한번 둘이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제가 성현이에게 맛있는 아침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하고 다음 날 먼저 일어나서 밥을 해주었죠. 김치찌개와 달걀프라이, 햄구이가 전부인 소박한 아침상이었지만 성현이가 상당히 감동하더라고요 거기서 점수를 많이 딴 것 같아요(웃음).”
박경모는 박성현이 경기를 하는 날이면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살짝 나오라고 해서 ‘잘하라’고 말하며 안아주었다고 한다. 이에 박성현은 “오빠가 경기를 할 때면 ‘차라리 내가 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했다”며 가슴속에 숨겨두었던 애정을 표현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애칭도 공개했다. 박경모는 박성현이 좀 엉뚱해 ‘청개구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박성현은 “오빠를 ‘황소개구리’라고 부른다”면서 “전화기를 통해 들은 방귀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12월 결혼하는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박경모·박성현 ‘깜짝’ 러브스토리

“사귀면서 딱 한번 싸웠어요. 오빠가 커플링을 하자고 했는데 제가 싫다고 했거든요. 커플링을 하면 주위에서 금세 눈치를 챌 테니까요. 그래서 제가 ‘커플링을 그렇게 하고 싶으면 오빠만 해서 끼고 다니라’고 했더니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서운해하더라고요.”

예비 며느리 무척 아꼈던 박경모의 아버지, “행복하게 잘 살라”는 유언 남겨
이들은 지난 1월 초 양가 부모에게 인사를 드렸다고 한다. 박경모는 “2005년부터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 하셨기 때문에 빨리 성현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버지께서 성현이를 무척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아테네올림픽 때 경기하는 모습을 보시곤 ‘며느리로 삼고 싶다’고 하셨는데 제가 진짜 성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자 손을 꼭 잡고 ‘우리 아가 정말 예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박성현의 부모는 두 사람의 교제를 처음부터 환영했던 건 아니라고 한다. 박경모가 2남4녀 중 장남인데다 나이 차도 많이 나고 같은 박씨라는 점 때문에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현이가 4녀 중 막내딸이거든요. 곱게 키운 막내딸을 선뜻 내주기 싫으셨던 것 같아요. 그날 이후로 저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반드시 성현이의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렸어요. 비가 오면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해서 다니시라고 하고, 날이 더우면 전기료 아끼지 말고 에어컨 켜라고 말씀드리고…. 데이트를 할 때도 성현이네 집에 자주 찾아갔어요. 자꾸 만나면 정들잖아요.”
박경모의 그런 면이 박성현의 눈에는 듬직해 보였다고 한다. 박성현은 “부모에게 잘하는 오빠를 볼 때마다 고맙고 결혼하면 아들 역할까지 톡톡히 해줄 것 같은 믿음이 생겨서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양가 상견례를 했다. 박경모의 아버지 병세가 점점 악화돼 결혼식을 서두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박경모의 아버지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지난 6월 초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버지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 “성현이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아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저희가 사귀는 걸 주변 사람들이 몰랐기 때문에 아버님 마지막 가시는 날 인사를 못 드렸어요. 평소 찾아뵐 때마다 ‘우리 아가 왔냐’고 반겨주셨는데…. 너무 죄송하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럼에도 내색할 수 없어서 더 힘들었는데 오히려 어머니와 오빠가 더 저를 걱정해주셨어요. 맘 편히 있으라고, 올림픽이 눈앞이니 연습에 전념하라고 위로를 해주셨는데 그게 더 고마웠어요.”
12월6일 결혼하는 두 사람은 벌써부터 집안에서의 역할을 분담한 상태다. 일주일에 4일 정도는 박경모가 설거지·빨래·청소 등 가사 일을 하기로 약속했고 경제권도 박성현한테 이미 다 넘겼다는 것. 박경모가 “처음부터 잡혀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하자 박성현이 웃으면서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잡고 살아야지…” 하며 야무진 표정을 지었다.
“운동선수라고 해서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여느 부부처럼 똑같이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해하며 살아야죠.”
자녀계획을 묻자 박경모는 “마음 같아선 여섯 명 정도 낳고 싶지만 그러면 성현이가 힘들테니까 서너 명으로 합의를 보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들은 9월 말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 경기에 출전하고 10월에는 전국체전에 참가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결혼식 준비하랴 시합 준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요즘 무척 행복하다”면서 활짝 웃었다.

여성동아 2008년 10월 5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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