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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rt & Culture

뮤지컬 배우로 변신, ‘넌센스 넛크래커’ 무대 서는 오영실

글·김수정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7. 11. 13

방송인 오영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뮤지컬 ‘넌센스’ 네 번째 시리즈인 ‘넌센스 넛크래커’에서 원장수녀 역을 맡아 무대에 서는 것. 초보 배우지만 방송을 통해 다져진 노련미로 멋진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다짐하는 그를 만났다.

뮤지컬 배우로 변신, ‘넌센스 넛크래커’ 무대 서는 오영실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오영실은 “앞으로도 뮤지컬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로 변신, ‘넌센스 넛크래커’ 무대 서는 오영실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뮤지컬 ‘넌센스 넛크래커’ 연습실. 리듬에 맞춰 두 팔을 허공에 찌르고 두 발을 힘차게 구르던 오영실(42)은 기자를 보자 쑥스러운 듯 미소부터 건넸다. 대형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한지 “뮤지컬 장르에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질 않는다”면서 잠시 숨을 골랐다.
오영실이 때 아닌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것은 10월26일부터 대학로 창조콘서트홀에서 오픈 런으로 공연되는 ‘넌센스…’에 원장수녀 역으로 캐스팅됐기 때문. 87년 KBS 아나운서로 방송에 입문해 재치있는 말솜씨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그이지만 뮤지컬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넌센스…’는 지난 85년 브로드웨이 연극부문 최고 권위상인 토니상에서 7개 부문을 휩쓸고 국내에서도 히트를 친 뮤지컬 ‘넌센스’의 네 번째 시리즈예요. ‘엔젤수녀원’의 수녀들이 가톨릭 방송국으로부터 의뢰받은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대왕’의 녹화방송을 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리는 작품이죠. 제가 연기하는 원장수녀는 말 많고 빈틈없는 면이 저와 비슷해요. 아나운서로 일할 때 원장수녀처럼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잘했거든요. 그러나 후배들이 잘할 땐 맏언니처럼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어요(웃음).”
그가 뮤지컬 배우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젊은 시절부터 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20대 초반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한 지인에게서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끼가 많으니 배우가 돼보라’는 말을 듣고 솔깃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중학생 때부터 아나운서를 꿈꾼데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이 연예인 되는 걸 반대해 도전하지 못했죠. 마흔이 넘은 나이에 시작하는 게 늦은 감은 있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나운서 경력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그가 본격적으로 배우에 도전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97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부터라고 한다. 평소 공연관람을 즐기던 그는 탤런트 유인촌과의 친분으로 극단 유시어터에 입단했고, 가족극 ‘하늘땅바다이야기’에서 극을 해설하는 내레이터 역을 맡아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고. 또한 2001년 미국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게 된 남편을 따라 유학길에 오른 뒤에는 현지에서 ‘라이언킹’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등 브로드웨이 공연을 빠짐없이 보면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특히 2005년 폭풍우를 뚫고 뉴욕으로 가서 본 ‘맘마미아’에서 관객들과 함께 아바의 노래를 열창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고.

뮤지컬 배우로 변신, ‘넌센스 넛크래커’ 무대 서는 오영실

그런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지난 9월 중순. ‘넌센스…’의 연출가 허정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 출연을 제의했다고 한다.
“김병찬 전 KBS 아나운서로부터 제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원장수녀는 노래 비중이 적으니 맡아보라’고 하셨어요. 앞뒤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죠. ‘꿈은 이뤄진다’는 말이 정말 맞나봐요. 더욱이 국내 초연했을 때 박장대소하며 봤던 ‘넌센스’ 시리즈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오영실은 요즘 낮 1시부터 밤 10시까지 노래와 춤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버질신부 역을 맡은 뮤지컬배우 주원성, 자신과 더블 캐스팅된 탤런트 이경표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돼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특히 브레이크댄스·힙합·캉캉 등 다양한 춤이 등장하는 ‘넌센스…’에서 그 역시 화려한 스텝을 밟아야 하는데 “젊은 배우들 따라가기가 무척 어렵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부족한 부분은 악바리 정신으로 채우고 있어요. 차 안에서는 노래를, 집에서는 춤과 대사를 연습하죠.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건 이번 도전이 일회성이 아닌,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는 발판이 되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에요.”
“가족의 반응은 어떠냐”고 묻자 그는 “응원을 해주기는커녕 한숨부터 쉬더라”면서 웃었다. 그가 외과전문의인 남편 남석진씨(46)에게 “여보, 나 뮤지컬에 출연하게 됐어!”라고 말했을 때 남씨는 “또 (일을 저질렀어)?”라면서 다소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고.
“제가 어떤 일 하나에 푹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격이라 걱정됐나봐요. 아들 녀석도 ‘엄마 얼굴 자주 못 보겠네’라며 시무룩해하더라고요. 하지만 말수 없는 남편이 가끔씩 ‘목 아프진 않냐’ ‘다친 곳은 없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요. 한번은 하루 종일 연습에 시달리느라 퉁퉁 부은 발을 끌어안으며 ‘아이고~’ 하고 신음을 내뱉었더니 ‘그렇게 힘든 일을 왜 하냐’면서도 발을 주물러주더라고요. 연습 때문에 매일 밤늦게 들어가는 저를 걱정하고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퉁퉁 부은 발 주물러주면서 격려해준 남편에게 좋은 공연으로 보답할 거예요”
남편은 그를 위해 아직은 엄마의 손을 필요로 하는 둘째 아들 종수(13)를 전적으로 돌봐주고 있다고 한다. 오영실은 “요즘은 남편이 학교 갔다 돌아온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숙제도 봐준다. 이번 뮤지컬이 끝나면 시간을 내, 가족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은 저를 보며 ‘욕심 많은 여자’라고 하는데 저는 다만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을 뿐이에요. 연습하다가 지치고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당당한 주부, 강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를 악 물었죠. 얼마 전 연출가로부터 ‘이제 정말 배우 같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가슴이 막 뛰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빨래판에 빨래를 비벼 빨 듯,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웃음).”
그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공연에 가족 이외에는 초대하지 못할 것 같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지만, 정은아 이상벽 조형기 유인촌 등 친분 있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공연이라 컨디션 조절에 가장 신경쓰고 있어요. 이비인후과를 다니면서 목을 관리하고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옷을 잘 챙겨 입고 있죠. 첫 도전인 만큼 무대 위에서 실수할 때가 종종 있을 거예요. 혹시 그런 모습을 발견하더라도 뜨거운 박수로 격려해주세요.”

공연일시 10월26일~오픈 런 평일 오후 7시30분, 수요일·주말·공휴일 오후 4시30분·7시30분(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서울 대학로 창조콘서트홀 1관 입장료 4만원 문의 02-747-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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