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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가슴 찡한 사연

13년 전 남편과 사별, 홀로 두 아이 키우며 오랫동안 친정어머니 간병해온 탤런트 이 숙

기획·김유림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7.10.23 17:05:00

TV에서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중견 탤런트 이숙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던 안타까운 사연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13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뒤 혼자 두 자녀를 키우며 10년 넘게 노모를 간병해온 것. “뒤돌아 생각하면 힘들었던 지난날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였다”는 그가 담담히 들려준 지난 시간의 얘기.
13년 전 남편과 사별, 홀로 두 아이 키우며 오랫동안 친정어머니 간병해온 탤런트 이 숙

이웃집 아줌마처럼 친근하고 수더분한 이미지로 사랑받는 탤런트 이숙(51)이 13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올해 82세인 친정어머니를 10년 넘게 병원에 모시고 다니면서 지극정성으로 간병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이런 사연을 한 번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내 슬픔은 오로지 내 몫이기에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치인이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건 지난 94년 겨울. 남편은 두 번째 출마한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후 스트레스성 뇌출혈로 세상을 등졌다고 한다. 당시 남편이 정치활동을 하며 진 빚을 고스란히 떠넘겨받은 그는 대학생인 아들, 초등학생인 딸을 키우고 생계를 꾸려가느라 슬픔에 잠길 여유조차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남편 떠난 뒤에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원래도 밝은 편이긴 했지만 말이 많아지고 더 활달해졌죠. 제가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남들이 ‘슬퍼서 저러나 보다’라고 생각할까봐요. 또 혼자 있을 때 방문을 걸어 잠그고 통곡을 할지언정 사람들 앞에서는 절대로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들로부터 동정받는다는 걸 제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했거든요.”
그가 남편을 잃은 슬픔을 혼자 속으로만 삭이고 있을 무렵 어머니의 건강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무릎 관절염을 심하게 앓아 수술위기에 놓인 것. 어머니는 2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내 그의 집에서 함께 살며 살림을 도맡아 해줬다고 한다.
“아프시기 전에는 몇 사람 역할을 혼자 다 하실 정도로 여장부셨어요. 제가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도 다 키워주시고, 집안 살림은 물론 남편의 지역구 관리 뒷바라지까지 하셨죠. 당원들 야유회 때는 농산물시장에서 한 차 가득 장을 봐와 3백~4백명 분의 음식을 만들어주시곤 했어요.”
그는 어머니의 병세를 호전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어머니의 건강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용하다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쫓아다녔어요. 몇 시간씩 기다렸다가 치료를 받기도 했죠. 간혹 TV에서 관절염에 효력이 있다는 시술법이 소개되면 부랴부랴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 상담을 받았는데, 매번 어머니는 증상이 심각해 시술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어야 했어요. 결국 수술을 받으셨고 그 후에도 고관절염·천식 등 또 다른 병을 앓으셨죠.”

급기야 5년 전에는 뇌졸중으로 쓰러지기까지 해 한 쪽 몸이 마비되면서 현재 혼자서는 거동이 힘든 상태라고 한다. 바쁜 방송활동으로 어머니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그는 결국 어머니가 쓰러지고 얼마 안 돼 경기도 분당에 사는 언니네 집으로 어머니를 모셔갔다고. 하지만 요즘도 그는 일주일에 한 번 어머니를 찾아가 식사를 챙기고 말동무가 돼주는 등 정성을 다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아들 없이 딸만 둘이라 서운하다는 말씀을 더러 하셨던 어머니도 요즘은 비록 당신의 몸이 불편하지만 “두 딸의 효도 덕분에 ‘복 많은 노인’ 소리 듣는다”며 흐뭇해하신다고.
어머니는 벌써 몇 년째 자신의 병원비와 간병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며칠 전에도 그에게 “네가 버는 돈을 모두 내 병원비로 쓰고 있으니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떨구었다고. 하지만 그는 어머니에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어머니가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가 얼마나 큰데 그걸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어요. 결혼하고 가정을 일군 뒤에도 어머니의 덕을 얼마나 많이 보고 살았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면 오히려 제가 더 서운하고 가슴 아프죠.”

‘내 팔자는 왜 이럴까’ 눈물 흘린 날도 많았지만 이미 행복은 제 안에 있었어요”
아픈 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죽은 남편이 재산을 많이 남겨놓은 모양’이라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지만 그가 빚에서 벗어난 건 불과 몇 년 전이라고 한다. 물론 그사이 악착같이 일해 번 돈으로 아들 장가도 보내고 중국으로 딸 유학도 보냈지만 남편이 남기고 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그는 “딸아이 입학식 날 한 번 다녀오고 며칠 전 오랜만에 중국에 다녀왔는데, 아이가 능숙한 솜씨로 중국어를 구사하며 상하이 구경을 시켜줘 가슴이 뿌듯했다”며 딸 자랑도 잊지 않았다. 여태껏 자식 위해, 어머니 위해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열심히 달려온 그는 간혹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 만나 재혼하라”는 권유를 받지만 언제나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린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재혼할 생각이 없다는 것. 하지만 나이가 쉰이 넘고 보니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건 사실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힘들고 외로울 때 혼자 방에서 눈물을 흘렸다면 이제는 힘든 건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할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내 팔자는 왜 이럴까, 도대체 힘든 일이 왜 자꾸만 생길까’ 하고 자문하며 눈물을 삼킨 날도 많아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요. 그래도 몸이 건강하고, 좋아하는 연기를 할 수 있으며, 착하고 바르게 자라준 아이들이 제 곁에 있어 행복하다는 걸요. 손에 쥐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미 쥐고 있는 것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니 저는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그는 요즘에는 영어회화와 장구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드라마 ‘전원일기’에 출연할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후배 탤런트 이상미와 동네 구청문화센터에 다니면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 것. 또한 그는 지난해 발표한 노래 ‘사랑의 도둑’의 반응이 좋아 조만간 ‘송대관·태진아 라이벌 콘서트’ 전국 투어에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기는 여럿이 함께 일하는 것이지만 노래는 3분 동안 저 혼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주인공이 된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다음 무대에 설 때는 어떤 춤, 어떤 의상을 선보일까 고민하는 게 재미있고요. 하지만 본업이 연기자인 만큼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죠(웃음).”
그는 비록 젊은 시절 주인공 한 번 못해보고 ‘식모 역할’만 한 적도 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느 유명배우 못지않다. 많은 사람이 하찮은 역할이라 놀리고, 심지어 남편마저 “정치하는 나를 생각해 식모 역할은 그만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가하기도 했지만 그는 언제나 역할의 비중을 떠나 맡은 역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한다. 결국 30년이란 오랜 세월을 거쳐 안방극장의 ‘감초 연기자’로 자리 잡은 그는 훗날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가장 먼저 남편 영전에 상을 바칠 생각이다. “나 결국 이렇게 해냈어요”라는 말과 함께. 이미 지난날의 아픔을 훌훌 털어버린 듯 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짓는 그는 “이제와 뒤돌아보니 힘든 시간은 내가 살아 있었다는 증거였고, 그동안 흘린 눈물 또한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며 담담하게 말을 맺었다.

여성동아 2007년 10월 5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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