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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감동 사연

탤런트 조경환‘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19년 전 아내와 사별 후 홀로 딸 키워 시집보낸~

기획·김명희 기자 / 글·강은아‘자유기고가’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7.03.21 09:57:00

지난 2월 중순 종영된 드라마 ‘누나’에서 혼자 딸을 키워 시집보내는 아버지 역을 맡아 애잔한 연기를 보여준 탤런트 조경환. 그 또한 아내와 사별하고 딸을 홀로 키워 시집을 보낸 경험이 있기에 연기하며 마음이 더욱 애틋했다고 한다. 그를 만나 가슴에 묻어두었던 지난 이야기와 근황을 들었다.
탤런트 조경환‘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이렇게 기쁜 날 친정엄마 없이 결혼식장에 서게 해 미안하다. 엄마 몫까지 아빠가 두 배로 축하한다.” 지난 2월 중순 종영된 MBC 드라마 ‘누나’에서 극중 승주(송윤아) 아버지 역을 맡았던 탤런트 조경환(62)이 웨딩마치를 울리는 딸에게 건넨 대사다. 아내 없이 홀로 키운 딸을 시집보내며 애틋한 부정을 표현하는 극중 아버지의 모습은 실제 그 자신과 흡사하다. 그 역시 19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서 정성을 다해 외동딸을 키우고 결혼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암으로 세상 뜬 후 사춘기 딸에게 이중의 상처주지 않으려 재혼 안해
학창시절 의사가 꿈이었던 그는 갑자기 기울어진 집안 형편 때문에 우연찮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건장한 체격에 남자다운 외모, 낮은 목소리를 지닌 그는 70~80년대 최고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의 형사 역할부터 호랑이 선생님, 따뜻한 부성애를 지닌 아버지 등 다양한 역할을 거치면서 연기생활 38년째를 맞고 있다.
“의과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부친 사업이 기울면서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연기를 하게 됐어요. 한양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69년 MBC 공채 탤런트 1기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탤런트 조경환‘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젊은 시절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체력 단련을 위해 유도를 배우기도 했고 보디빌더 훈련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66년에는 ‘미스터코리아 선발대회’에서 1등상을 받기도 했다.
연기자로 한창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인 71년 그는 아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그를 내조하던 아내는 지난 88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간간이 아내의 묘를 찾아 잘 관리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핀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사별한 지도 오래됐는데 아직까지 그렇게 유난을 떨 필요가 있느냐고 해요(웃음). 하지만 그냥 가고 싶어 발길이 그쪽으로 향합니다. 살아생전 못해준 것도 많은데 누워 있는 자리라도 잘 보살펴주어야죠.”
그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내에 대해 애틋한 정과 아쉬움을 거둘 수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좋은 사람이었어요. 웨딩드레스에 면사포를 못 씌워준 것이 못내 가슴에 걸리고요. 연기자로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시절에 만났는데, 당시에는 총각 연기자가 결혼을 하면 바로 인기가 식는 분위기라 어영부영 결혼식을 나중으로 미루고 바로 살림을 차렸어요. 그리고 5년 만에 딸 아이가 생겼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막상 뒤늦게 결혼식을 올리려니 좀 쑥스럽더라고요. 그러던 중 아내가 덜컥 암에 걸린 거예요. 5년간 투병생활을 했는데 안 해본 게 없었어요. 용하다는 의사를 찾아 당시 수교도 안 된 중국까지 다녀올 정도였는데 방법이 없더군요. 달나라도 왔다 갔다 하는 세상인데 그깟 병 하나 못 고치나 싶더라고요.”
안타깝게도 그 모든 정성과 미련과 아쉬움을 남겨두고 아내가 끝내 세상을 떠난 후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딸이 그의 삶의 전부이자 존재 이유가 됐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된 그에게 재혼을 독촉했지만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어린 딸을 두고 재혼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고.
“주변 분들이 여자는 혼자 살아도 남자는 혼자 살기 어렵다고 재혼을 권했지만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어린 딸에게 이중의 상처가 될까봐 재혼 생각은 아예 접었어요.”
그는 일찍 엄마를 여읜 딸에게 아빠로서는 물론 엄마의 역할까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딸을 챙기는 데 한계가 있어 가슴이 아렸다고.
“미안한 점이 많죠. 엄마가 해주어야 할 부분을 못해주었으니까요. 저희 어머니께 의지하기도 했지만 제 엄마만큼은 아니었을 것이고…. 하지만 제가 도시락을 직접 싸서 학교에 보내면서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 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고이 기른 딸은 지난 2002년 결혼, 벌써 다섯 살과 세 살배기 두 아이를 두고 있는데 일주일이 멀다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지내는 그를 찾는다고 한다.
“저 혼자 아이들 키우며 지내기도 바쁠 것 같아 오지 말라고 하는데도 말을 듣지 않아요(웃음). 큰 녀석은 말을 제법 잘하고 작은 녀석은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재롱이 보통이 아니에요. 오지 말라고 해놓고도 막상 얼굴을 보면 어떻게나 반가운지…(웃음).”

직접 음식 만들어 먹고 낚시 등 취미생활과 운동으로 외로움 달래
탤런트 조경환‘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드라마 ‘누나’ 촬영장에서 딸 역을 맡았던 송윤아와 함께. 극중 홀로 키운 딸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 역을 맡았던 조경환의 실제 삶도 그와 비슷하다.


손자 이야기를 하며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너털웃음을 짓는 조경환. 그는 “올봄에는 손자들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없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오는 3월 중순 방영을 시작하는 MBC 범죄수사 드라마 ‘히트’와 SBS 주말드라마 ‘푸른 물고기’에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또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 ‘수’도 3월 개봉 예정이다. 게다가 대학 강의도 해야 한다. 그는 10년 전부터 전북 우석대 연극영화학과 학과장에 재직 중이며 연기론과 화술을 강의하고 있다.
교수로, 연기자로 바쁜 그에게 여전히 주변에서는 재혼을 권하기도 하지만 그는 재혼 생각은 없다고 잘라말한다.
“아내가 가고 1년 지나서부터 모든 집안 살림을 제가 직접 다 했어요. 처음에는 집에 일을 봐주는 분이 계셨는데 재혼했느니 하는 쓸데없는 소문이 돌아서 귀찮더군요. 어쨌든 밥을 먹어야 하는데 해줄 사람은 없고 그렇다고 대충 먹기는 싫으니까 제가 직접 시장 봐서 요리해 먹었어요. 시금치 된장국, 각종 해장국, 김치찌개 다 잘해요(웃음). 아내를 잃고 혼자 살며 장을 볼 때 시장 아주머니들께 싱싱한 채소며 물 좋은 생선 고르는 법, 요리하는 법을 물어보고 배웠거든요. 빨래야 세탁기가 다 해주니 널기만 하면 되고, 청소는 청소기 돌리면 되고…. 오랫동안 혼자 살다 보니 이젠 누가 옆에 있는 게 오히려 불편할 것 같아요.”
그는 딸을 시집보낸 후부터 밤샘 촬영이 없는 날이면 으레 오전 6, 7시에 일어나 음식 준비하고 식사하고 운동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 시간이 허락되는 경우에는 여행을 하거나 낚싯대를 둘러매고 훌쩍 바다로 떠난다. 그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여행보다는 혼자서 홀가분하게 떠나는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발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다니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다는 것.
하지만 어쩌다 한적한 밤 시간을 맞게 되면 사람이 그립고 적적해지는 것도 사실이라는 그는 내심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고 슬쩍 속내를 털어놓는다.
“대화가 통하고 기호와 취미가 비슷하면 여행도 함께할 수 있는 거고, 외롭고 고적할 때 만나 술 한 잔 주고받으며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좋겠죠(웃음).”

여성동아 2007년 3월 5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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